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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주주 대표소송 수탁위 일원화 절대 반대”…다음달 말 최종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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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일(왼쪽) 보건복지부 1차관과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이 20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열린 비공개 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사진 대한상의]

양성일(왼쪽) 보건복지부 1차관과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이 20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열린 비공개 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사진 대한상의]

국민연금이 주주 대표소송의 결정권을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로 일원화하고, 기업 대상 소송에 적극 참여하기로 하면서 기업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정부는 경영계의 의견을 수렴해 다음 달 말 도입 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며 한 발짝 물러섰다.

대한상공회의소 등 재계 7개 단체는 20일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양성일 보건복지부 1차관과 비공개 간담회를 하고 “정부가 추진하는 ‘수탁자책임 활동지침’ 개정안에 강력하게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는 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무역협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한국상장사협의회·한국산업연합포럼 등 재계단체의 회장단이 참석했다.

주주 대표소송은 경영진의 결정이 주주의 이익과 어긋날 경우 주주가 회사를 대표해 회사에 손실을 끼친 경영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는 제도다. 국민연금은 지난 2018년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책임 원칙)를 도입하며 대표소송의 근거를 마련했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해 말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를 열고 주주 대표소송과 관련한 수탁자책임 활동지침 개정안을 상정했다. 국민연금의 대표소송 결정 주체를 수탁위로 하고, 올해부터 대표소송을 적극 추진하기 위해서다. 그동안 대표소송은 원칙적으로 기금운용본부가 결정해 왔으며 예외적 사안에 대해서만 수탁위가 판단했다.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 부회장이 20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국민연금 대표소송 정책토론회에서 개회사하고 있다. [뉴스1]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 부회장이 20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국민연금 대표소송 정책토론회에서 개회사하고 있다. [뉴스1]

이날 경제단체들은 양 차관에게 “대표소송의 결정권을 수탁위로 일원화하면 소송이 남발될 우려가 있고, 기업에 대한 정치·사회적 압박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며 “경제계의 의견 수렴조차 하지 않았던 만큼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은 “국민연금의 대표소송이 경영계에 미치는 문제점을 설명했고 참석자 모두 강력하게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자문기구에 불과한 수탁위가 국민연금의 주주 대표소송 문제를 결정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못 박았다. 이 부회장은 “국가나 국가에 준하는 기관이 운영하는 연기금이 자국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하는 사례는 어느 나라에도 없다”며 “국민연금의 기업 대상 소송이 남발되거나 여론이나 정치적 편향성에 따라 소송이 제기될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복지부는 이에 따라 다음 달 중순 이후로 예정된 연금운용위원회를 하순으로 미루고 경영계와 대면회의를 갖는 등 최대한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입장이다. 양 차관은 “경영계에서 말씀하는 문제점을 잘 경청했다”며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최근 국민연금은 삼성 계열사, 현대자동차 등 국내 기업 20여 곳에 기업 주주가치 훼손 사건 등에 관한 사실관계를 묻는 주주 서한을 보낸 상태다. 재계는 이를 두고 대표소송을 제기하기 위한 기초 작업에 들어간 것이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가 20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국민연금 대표소송 정책토론회에서 '국민연금 대표소송 추진의 문제점과 정책 대안'을 주제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가 20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국민연금 대표소송 정책토론회에서 '국민연금 대표소송 추진의 문제점과 정책 대안'을 주제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한편 경총과 상장협은 이날 오후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국민연금 대표소송을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발제에 나선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를 넘어 주주제안이나 대표소송을 추진하는 것은 과도한 경영 간섭”이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왜곡된 수탁자 책임론에 기초해 경영권 간섭을 시도하고 반기업 정서를 자극하면 결국 국가경쟁력 상실로 이어진다”며 “국민의 노후자금으로 주주 노릇을 하면서 국민의 이름으로 경영 간섭을 정당화한다면 이것이 곧 ‘연금사회주의’”라고 비판했다.

곽관훈 선문대 법경찰학과 교수는 “대표소송 결과로 책임을 지는 주체는 결국 기업의 주주와 국민연금 가입자인 국민”이라며 “정부로부터 독립된 전문가들이 국민연금의 기금운용과 주주권 행사를 판단하고 그 결과에 책임지는 거버넌스 정립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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