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에 친 제덫에 걸렸다···"日, 사도광산 유네스코 추천 미룰듯"

중앙일보

입력 2022.01.20 15:33

업데이트 2022.01.20 16:06

일본 정부가 일제 강점기 조선인 강제 노역이 이뤄졌던 사도(佐渡) 광산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추천하는 방안을 보류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반발에 대한 대응 등이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추천안을 올려도 유네스코 심사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사도 광산 유적 중 하나인 도유(道遊)갱 내부의 모습. [교도=연합뉴스]

사도 광산 유적 중 하나인 도유(道遊)갱 내부의 모습. [교도=연합뉴스]

20일 요미우리신문, TBS 방송 등 일본 언론들은 정부가 니가타(新潟)현 사도 광산의 유네스코 등재 신청을 보류하는 방향으로 최종 조율에 들어갔다고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요미우리는 "정부가 이번에 사도 광산을 추천하더라도 한국의 반발 등으로 인해 내년에 열리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등록될 전망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심사에서는 한번 탈락한 안건이 향후 재심사 등으로 등록된 사례가 없다. 따라서 이번에 탈락하면 기회가 없어지는 만큼, 시간을 두고 전략을 보완해 2024년 이후 등재를 다시 추진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추천에 관한 최종 결정은 다음 주 열리는 각의(국무회의)에서 내려진다.

위안부 기록물 등재 막으려 제도 변경 주도

일본 언론들은 이번 결정에 대해 "한국의 반대"를 주요 이유로 들고 있지만, 실제 사도 광산의 등재 신청 보류는 일본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일본이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록을 추진하고 있는 사도 광산. [연합뉴스]

일본이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록을 추진하고 있는 사도 광산. [연합뉴스]

일본은 지난 2015년 일본군이 1937년 난징 점령 후 중국 민간인을 대량 학살한 '난징대학살' 관련 기록이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자 "중·일 간 견해 차이가 있는 사안"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다음 해인 2016년에는 한국·중국 등 8개국 단체들이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 등재를 신청했다. 그러자 일본은 유네스코 분담금을 내지 않는 등 압박을 가하며 세계기록유산 등재 때 반대하는 나라가 있으면 심사를 중단하고 논의를 하는 쪽으로 제도 개편을 주도했다. 지난해부터 정식으로 이 제도가 도입되면서, 위안부 기록물의 등재는 거의 불가능해진 상황이다.

사도 광산의 경우 기록유산이 아닌 문화유산이지만, 한국의 반발을 무릅쓰고 등재를 추진할 경우 '이중 잣대'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일본 외무성 내에서도 "이번에는 일본이 반대 입장에 선 상황이라, 한국의 반발이 있는 가운데 추천하면 국제사회의 신용을 잃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군함도에서 약속 안 지킨 전례도"

일본이 지난 2015년 하시마(端島·일명 군함도) 탄광 등을 '메이지(明治) 시대 산업혁명유산'으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논란도 일본의 발목을 잡고 있다. 유네스코 신청 당시 일본은 "1940년대 일부 시설에서 많은 한국인 등이 자신의 의사에 반해 동원돼 가혹한 환경하에서 강제로 노동한 사실이 있음을 인식한다"며 "해당 시설에 정보센터 등을 세워 희생자들을 기리겠다"고 약속했다.

2015년 '메이지 시대 산업혁명유산'으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나가사키현 하시마(일명 군함도) 전경. [연합뉴스]

2015년 '메이지 시대 산업혁명유산'으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나가사키현 하시마(일명 군함도) 전경. [연합뉴스]

그러나 2020년 도쿄(東京)에 문을 연 정보센터에선 "조선인에 대한 차별은 없었다"는 주민 발언을 공개하는 등, 본래 약속과는 반대되는 내용이 전시되고 있다. 유네스코 유산위원회는 이후 현지 조사를 거쳐 일본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지난해 "강한 유감(strongly regret)"이라는 표현이 담긴 결정문을 채택했다.

도쿄의 한 외교소식통은 "일본이 이런 사례로 이미 유네스코로부터 경고를 받은 상황에서 같은 문제를 안고 있는 사도 광산의 등재를 신청하는 것은 부담이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시다, 아베 반대 돌파하나 

하지만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를 비롯한 자민당 내 강경파들은 한국의 반발 때문에 추천을 포기해선 안 된다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은 19일 사도 광산 추천이 "일본의 명예에 관한 문제"라며 "(일본) 정부는 (세계유산) 등록을 위해 진심으로 힘을 내면 좋겠다"고 말했다.

18일에는 자민당 국회의원들로 구성된 '보수단결의 모임'이 사도 광산을 세계유산으로 추천하라고 일본 정부에 촉구하는 결의안를 채택하기도 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는 확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18일 저녁 이에 대해 "정부로서는 등록(등재)을 실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 무엇이 가장 효과적인지를 확실히 검토해 가고 싶다"고만 했다. 기하라 세이지(木原誠二) 관방부(副)장관도 20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에 "총리가 말한 대로다. 등록을 위해 무엇이 가장 효과적인가 하는 관점에서 정부가 종합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일본 니가타현 사도섬에 있는 사도 광산은 에도(江戶)시대(1603∼1868년) 세계 최대 규모의 금 생산지였다. 태평양 전쟁이 본격화한 후에는 구리·철·아연 등 전쟁 물자를 캐는 광산으로 활용됐고, 약 1200명의 조선인이 광산에 동원돼 가혹한 환경에서 일했다는 기록이 있다. 니가타현은 전쟁 시기 역사는 제외하고 에도시대까지만을 유네스코 등재 대상으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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