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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반 전세반 시대'…세 오르고 집 작아져 주거의 질 악화

중앙일보

입력

서울의 월세 거래량이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아파트와 연립주택 등이 모여 있는 서울 강북주택가. 연합뉴스

서울의 월세 거래량이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아파트와 연립주택 등이 모여 있는 서울 강북주택가. 연합뉴스

'전세의 월세화'가 심화하면서 임차인 주거 여건이 열악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부동산R114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임대차신고제가 시행된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서울 주택(아파트·단독·다가구·연립·다세대 포함) 임대차 거래 건수는 13만6184건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갱신 거래가 3만7226건, 신규 거래가 9만8958건이었다.

갱신 계약(3만7226건)의 경우 월세는 8152건(21.9%)으로, 전세 2만9074건(78.1%)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반면 신규 계약(9만8958건) 중 월세 계약 비중은 48.5%(4만7973건)로, 절반 정도가 월세 계약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아파트의 경우 갱신 계약의 월세 비중은 22.5%, 신규 계약은 42.0%였다.

실제 임대차 계약에서 월세 비중은 높아지는 추세다. 이날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1~12월) 서울에서 월세가 낀 아파트 임대차 거래는 6만9113건이다. 이는 2011년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이래 가장 많은 수치다. 지난해 전체 임대차 거래(18만5699건)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37.2%로 집계 이래 가장 높았다. 2019년 28.1%, 2020년 31.1%에서 큰 폭으로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12월 서울 아파트 임대차 거래 1만4509건 가운데 월세 낀 거래는 42.3%인 6138건에 달했다.

서울의 아파트 임대차 거래면적 평균도 신규와 갱신 계약 간 차이를 보였다. 지난해 6∼11월 서울에서 임대차 거래된 아파트 면적의 평균은 72㎡(전용면적 기준)였는데, 갱신 계약은 76.9㎡, 신규 69.0㎡였다. 부동산R114는 "서울의 아파트 임차보증금 수준이 높아지고 대출이 까다로워지면서 신규 임차인들이 주거면적을 줄여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월세 수요가 늘면서 가격도 크게 오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서울아파트 평균 월세는 지난해 12월 124만5000원을 기록해 지난해 11월(112만7000원) 대비 10.5% 올랐다. 특히 종부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큰 강남권(한강 이남 11개 구) 아파트의 평균 월세는 지난달 기준 130만4000원으로, 강북권(한강 이북 14개 구) 118만3000원보다 12만1000원 높은 수준이다.

이런 현상은 지난해 전셋값 급등과 전세대출 규제 강화, 종합부동산세 등 세 부담 증가에 따른 다주택자들의 조세 부담 전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영향이다. 여기에 최근 시중은행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서울 등 일부 지역에선 전세대출 이자가 월세보다 비싼 현상도 나타났는데, 이 역시 전세의 월세화를 가속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렇듯 신규 계약하는 임차인들의 주거여건이 나빠지는 가운데 계약을 갱신한 기존 임차인의 상황도 좋지만은 않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집주인 거주 등 갱신청구권을 사용할 수 없는 예외가 있고, 올해 7월 말 이후에는 갱신청구권을 사용한 임차인들의 계약이 종료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하반기에는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임차 수요와 함께 이사 철 수요가 맞물리면 임대차 시장이 불안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내년 상반기 중에 갱신청구권을 한 차례 사용한 전세 이주 수요가 몰리면 집주인들은 4년 치 인상분을 받으려 해 시장을 더 자극할 수 있다"고 말한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경기·인천의 아파트 입주 물량은 지난해 12만9094가구에서 올해 14만9262가구로 2만여 가구 늘어난다. 같은 기간 서울은 3만2012가구에서 2만520가구로 줄어든다. 이런 이유로 일부 아파트 임차 가구는 서울을 떠나 경기·인천의 새 아파트로 이동하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고 부동산R114는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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