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노조 "붕괴 201동 외에, 전체 단지 8개동 열풍기 없었다"

중앙일보

입력 2022.01.20 14:20

업데이트 2022.01.20 14:26

광주 현대산업개발 아파트 신축 공사현장에서 붕괴된 201동뿐만이 아닌, 단지 전체 8개 동의 콘크리트 양생 작업이 모두 부실하게 진행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앞서 경찰은 “동절기 때 대형 건설현장에서 콘크리트를 굳히는 장비로 쓰는 ‘열풍기’가 영하권 날씨에도 단 한 번도 반입되지 않았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신축 아파트 단지 8개 동 모두 열풍기 없어”

지난 11일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현대산업개발 신축 아파트 건물이 붕괴할 당시 콘크리트 타설 작업이 이뤄지던 최고층에 설치된 고체연료. 사진 독자 제공

지난 11일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현대산업개발 신축 아파트 건물이 붕괴할 당시 콘크리트 타설 작업이 이뤄지던 최고층에 설치된 고체연료. 사진 독자 제공

20일 건설노조 광주·전남본부에 따르면 콘크리트 타설 작업 중 붕괴사고가 난 광주 서구 화정동 신축 아파트 공사현장 8개 동에 열풍기가 단 한 대도 반입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열풍기는 동절기 건설현장 온도를 올리기 위해 사용되는 장비다. 추운 날씨에도 콘크리트가 굳기 좋은 조건을 만들기 위해 사용한다. 201동 붕괴 당일 광주의 평균기온은 영하 1.6도였다.

붕괴 사고가 발생한 아파트 단지는 총 8개 동으로 아파트 705세대와 오피스텔 142실 등 총 847세대 규모다. 사고 현장에서는 201동 등 5개 건물에 콘크리트 타설을 위한 거푸집(갱폼)이 설치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건설노조 측은 201동을 포함한 최소 5개 동이 겨울철에 공사 중이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전체 동으로 번진 부실시공 의혹

20일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현대산업개발 신축 아파트 붕괴사고 현장 5개 동에 콘크리트 타설을 위한 거푸집이 설치돼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20일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현대산업개발 신축 아파트 붕괴사고 현장 5개 동에 콘크리트 타설을 위한 거푸집이 설치돼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건설노조는 붕괴사고 현장에서 일했던 타워크레인 기사 A씨의 증언을 토대로 사실 확인에 나선 결과 붕괴된 201동뿐만 아니라 나머지 건물에도 열풍기가 반입된 적이 없다는 것을 파악했다.

앞서 타워크레인 기사 A씨는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영하권 날씨에도 (콘크리트 양생에 필요한) 열풍기를 상층부로 올려준 적은 없었다”고 말한 바 있다. A씨는 또 “(열풍기가 아닌) 고체연료를 반입한 적은 있다”며 “영하권이 되면 고체연료를 올렸는데 1개 층을 올릴 때마다 100개 정도를 올렸던 것 같다”고 했다.

다른 동에도 ‘고체연료’ 사용

15일 오전, 붕괴된 201동 33층에서 수색 대원이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15일 오전, 붕괴된 201동 33층에서 수색 대원이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A씨가 말하는 고체연료는 불을 피워 콘크리트 양생 조건을 맞추기 위한 공사 자재라는 게 건설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해당 건물이 붕괴하기 직전 찍힌 영상에서도 고체연료가 사각형 틀에 담겨 매달려 있는 모습이 확인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고체연료는 불을 피워도 1m 근방만 온도가 올라가기 때문에 한파 속에 사용하기는 부적절하다”고 지적한다. 최명기 대한민국 산업현장 교수는 “열풍기를 사용하면 전기료 등 비용이 크게 발생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값싼 고체연료를 사용한 것 같다”며 “고체연료를 사용했더라도 충분한 양이 배치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건설노조 관계자는 “건설노조에는 무너진 건물 상층부로 공사 자재를 올려준 201동 타워크레인 기사뿐만 아니라 다른 동 타워크레인 기사도 소속돼 있기 때문에 열풍기 반입 여부를 파악할 수 있었다”며 “201동뿐만 아니라 다른 동에도 열풍기 대신 ‘고체연료’를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감리보고서상 ‘일정 촉박?’…겨울철 강행된 공사

지난 11일 붕괴 사고가 일어난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붕괴 아파트 감리보고서에 담긴 '예정 공정표'. 사진 독자 제공

지난 11일 붕괴 사고가 일어난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붕괴 아파트 감리보고서에 담긴 '예정 공정표'. 사진 독자 제공

현대산업개발이 예정된 공사 기간을 맞추려고 한파 속에서도 서둘러 무리한 작업을 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자료도 공개됐다.

201동 부실시공 여부 관리·감독을 맡은 감리업체가 광주 서구청에 제출한 2021년 4분기(10~12월) 감리보고서에는 붕괴한 건물의 골조(기둥·보·바닥) 공사를 지난해 12월 말까지 끝내기로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해당 건물 타설일지를 보면 지난 11일 39층 슬라브(바닥)를 타설한 뒤에도 게스트하우스를 비롯한 주민편의공간과 기계실 등 타설 작업이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지난해 12월 끝냈어야 할 공사가 올해 1월에도 완료되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자료다.

광주경찰청 수사본부 관계자는 “201동에 열풍기가 반입되지 않은 진술 등을 바탕으로 콘크리트 부실시공 상황을 따져보고 위법성이 있으면 수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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