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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수퍼히어로' 대통령 불가능…의회가 정치 중심축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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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20일 “‘심상정 정부’는 대통령의 힘을 빼고 의회를 민주정치의 중심축으로 세우는 정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20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행정학회 주최 대통령 선거 후보자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20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행정학회 주최 대통령 선거 후보자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심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중앙일보ㆍ한국행정학회ㆍ한국정책학회가 주최한 ‘차기 정부 운영, 대통령 후보에게 듣는다’ 토론회 기조연설에서 “양당 후보 모두 ‘수퍼히어로 대통령’이 돼 국민을 고난 속에서 구출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단언컨대 그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며 이같이 밝혔다.

심 후보는 “현행 대통령제는 대통령을 내 손으로 뽑는데 멈춤으로써 사회경제적, 다원적, 실질적 민주주의로 나아가지 못했다”며 현행 대통령중심제의 한계를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제로 인해)증오와 적대의 정치가 반복되면서, 정치가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정치 그 자체가 문제가 돼버렸다”고 비판했다.

심 후보는 거대 양당 후보의 출마 자체를 ‘대통령제의 한계’라고 주장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20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행정학회 주최 대통령 선거 후보자 초청 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20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행정학회 주최 대통령 선거 후보자 초청 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겨냥해선 “대통령제 하에서는 같은 정당 출신도 전임 대통령과 차별화를 시도한다”며 “집권여당 대표는 자당의 후보가 당선돼도 정권교체라고 강변하고, 후보 역시 현 정부와의 차별화를 끊임없이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이 후보가 제시한 “4년 중임제 대통령제 개헌”에 대해서도 “정치의 문제에 대한 인식이 저하고는 아주 상반된 것 같다”며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의 주장은)대통령 권한을 강화하자는 취지인데, 대통령 임기가 8년이 아니어서 지금 정치가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오히려 국민의 대의기관인 의회가 ‘통법부’로 전락된 게 문제이고, 그게 불평등을 심화시킨 핵심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 대해서도 “대통령제에서는 ‘아웃사이더’의 출현이 용이하다”며 “의회와 정당에서 훈련되고 경험이 쌓인 정치인이 아니라 바깥에서 국민들의 반감과 불신에 기댄 인물이 하루아침에 대선후보로 부상한다”고 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가 2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행정학회 주최 대통령 선거 후보자 초청 토론회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왼쪽은 배진교 원내대표. 국회사진기자단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가 2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행정학회 주최 대통령 선거 후보자 초청 토론회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왼쪽은 배진교 원내대표. 국회사진기자단

심 후보는 청와대의 권한 분산과 의회 중심 정치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청와대 개편 방향으로는 ▶비서실의 축소 개편 ▶청와대 수석제도 폐지 ▶국무총리 국회추천 등을 내세우며 “청와대 정부에서 벗어나 대통령 권한을 능동적으로 분산하는 정부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의회의 권한 강화를 위해선 ▶다양성과 비례성을 강화하는 선거제도 개혁과 다당제 전환 ▶6월 지방선거부터 중대선거구제 도입 ▶2024년부터 행정부의 법안제출권 폐지 등을 제안했다.

 심 후보는 자신이 구상하는 차기 정부의 가치와 관련한 질문을 받자 “첫 번째가 인권, 두 번째가 자유와 평등, 세 번째가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정치체제”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국가의 ‘왼손’을 강화하고 혁신가형 정부로 나아가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20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행정학회 주최 대통령 선거 후보자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물을 마시고 있다. 김경록 기자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20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행정학회 주최 대통령 선거 후보자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물을 마시고 있다. 김경록 기자

심 후보는 “전통적 의미의 국가 기능은 ‘국가의 오른손’, 복지를 위한 예산 지출 기능은 ‘국가의 왼손’”이라며 “심상정 정부는 국가의 왼손 부처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시대정신을 “노동과 복지”로 꼽으며 “보건복지부와 고용노동부를 국민건강부와 노동복지부로 개편하고 노동복지부 장관이 사회부총리가 되어 사회부처 전반을 통할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최근 정치권에서 ‘폐지 논란’을 빚고 있는 여성가족부에 대해서는 “성평등부로 개편하고 역할과 권한을 강화해 명실상부한 성평등 책임부처가 될 수 있도록 권한과 예산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심 후보는 과거 자신의 행보와 관련해선 “오판”, “뼈아픈 성찰” 등의 표현을 쓰며 낮은 자세를 보였다.

특히 2019년 선거제 개편 당시 민주당과 공조해 패스트트랙으로 법안을 처리한 것에 대해서는 “오판”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이 그간 핵심과제로 제시해 온 정치 개혁을 책임있게 추진할 의지가 없는 정당이란 것을 알지 못했다. 정의당이 지켜 온 공정과 정의가 크게 흔들리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위해 국회가 비례성과 대표성을 대폭 강화하는 건 더 미룰 수 없는 시대과제”라고 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20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행정학회 주최 대통령 선거 후보자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있다. 김경록 기자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20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행정학회 주최 대통령 선거 후보자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있다. 김경록 기자

최근 지지율 정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5일 간 선거 캠페인을 전면 중단하고 잠행에 돌입했던 배경에 대해선 “주체적인 성찰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심 후보는 ‘성찰’의 대상과 관련 “진보의 가치나 원칙을 잘 키워나가기 위해 정의당을 성원하고 지지해준 분들에게 믿음이 흔들린 것이 지지율 정체 요인 중 가장 크다”며 “정책과 비전도 중요하지만, 하루하루 절실한 분들에게 현실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을 드리는 것이 선거 캠페인의 중심에 놓여야한다고 성찰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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