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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천동설' 부정? 북한, 바이든 회견서 철저히 무시당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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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데이비드 생어 기자의 질문을 듣는 조 바이든 대통령. [NYT 캡처]

19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데이비드 생어 기자의 질문을 듣는 조 바이든 대통령. [NYT 캡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19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 북한은 없었다. 111분간 동안 이어진 회견의 질의응답은 미국이 현재 고민하는 이슈들과 어젠다를 망라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긴 시간 각본없는 회견에 의미를 부여하는 기자들에게 “앞으로도 서있을 수 있는 힘이 있는 한 이런 기회를 많이 만들겠다”거나 “(2시간 가까이 했지만) 더 길게 할 수도 있다“며 여유로운 모습을 과시하려 했다.

쏟아진 질문의 스펙트럼은 다양했다. 국내적으론 2024년 대선부터 팬데믹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대처 문제, 공화당의 법안 발목잡기 등이, 외교문제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 등등이 최우선 이슈였다. 최근 미사일 시험발사 릴레이를 이어간 북한이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름은 거론되지 않았다. 일각에서 북한과 한반도 이슈가 우선 과제인 것처럼 생각하는 이른바 ‘한반도 천동설’이 적어도 이날만큼은 맞지 않다는 맥락으로도 해석된다.

한반도 관련 질문을 할 가능성이 가장 컸던 순간은 뉴욕타임스(NYT)의 데이비드 생어 기자가 손을 들었을 때다. 생어는 하버드대를 졸업한 뒤 NYT에 입사해 38년간을 국제 및 외교 관련 이슈를 파왔다. 북한 문제 역시 그의 주요 관심사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집권 당시 열린 1차 및 2차 북ㆍ미 정상회담 모두 싱가포르와 베트남 하노이 현장에서 취재를 했다. 기자도 동석했던 트럼프 당시 대통령의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생어가 손을 들자 트럼프가 “데이비드, 질문을 해보시게나”라며 미소를 띠고 지목을 하기도 했다. 국내 외교안보 전문가 및 당국자들 사이에서도 “생어가 쓴 기사라면 놓치지 않는다”는 말도 돌았을 정도다. 때론 독특한 시각으로 다소 의외의 단독 기사를 쓰는 탓에 그에 비판적인 이들 사이에선 “생어화(Sangerize)한 기사는 팩트와 의견의 구분이 어렵다”는 말도 있었다. 그만큼 회자되는 국제 전문 기자다.

데이비드 생어. NYT 소개 사진이다. [NYT 캡처]

데이비드 생어. NYT 소개 사진이다. [NYT 캡처]

생어는 바이든 대통령 회견에도 손을 들었지만 마이크를 든 그의 입에선 북한 대신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이름이 나왔다. 그는 “우크라이나 문제를 바라보는 푸틴의 마인드셋은 어떻다고 보는가”라고 질문했다. 바이든의 답은 현재 NYT 디지털판의 톱기사 중 하나다.

생어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외교 정책을 비판적으로 접근한 저서에 이어 최근엔 사이버 전쟁 이슈를 다룬 책 등 다수의 저서를 내기도 했다. 그를 잘 아는 지인은 익명을 전제로 “NYT엔 책을 쓰기 위한 휴가 제도가 따로 있는데 생어가 그 제도를 잘 활용한다”고 귀띔했다. 국제문제 보도 등으로 퓰리처상을 NYT 동료들과 공동으로 3회 수상했다.

생어가 낸 저서 중 일부.

생어가 낸 저서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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