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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文사위 특채 논란 태국 항공사, 검찰은 수사 중단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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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6월 21일 청와대 본관에서 일자리위원회 위촉장 수여식을 마치고 '일자리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앞줄 오른쪽 셋째가 이상직 이스타항공 창업주다. 사진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6월 21일 청와대 본관에서 일자리위원회 위촉장 수여식을 마치고 '일자리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앞줄 오른쪽 셋째가 이상직 이스타항공 창업주다. 사진 청와대사진기자단

곽상도 "수사 중단 선언…박범계 방문 여파" 

"사실상 수사를 안 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은 20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수사가 끝이라는 얘기 아니냐. 정말로 비겁한 결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검찰이 타이이스타젯 관련 고발 사건에 대해 수사를 한시적으로 중단한 것을 두고서다. 이스타항공 노조도 "검찰의 의도를 몰라 답답하다"고 했다. 타이이스타젯은 문재인 대통령 사위 서모(40)씨가 취업해 특혜 채용 논란이 일었던 회사다.

타이이스타젯은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무소속 이상직(전북 전주을) 국회의원이 실소유주 의혹을 받는 태국 저비용 항공사다. 이 때문에 야당은 "이 의원이 문 대통령 사위를 타이이스타젯에 취업시켜준 대가로 현 정권의 요직을 차지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도대체 타이이스타젯은 어떤 회사이기에 야당과 이스타항공 노조는 검찰의 수사 중지 결정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걸까.

문재인 대통령과 무소속 이상직 의원을 뇌물죄 등으로 검찰에 고발한 곽상도(오른쪽) 전 국민의힘 의원과 같은 당 조수진 의원이 지난해 5월 3일 전주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전주=김준희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무소속 이상직 의원을 뇌물죄 등으로 검찰에 고발한 곽상도(오른쪽) 전 국민의힘 의원과 같은 당 조수진 의원이 지난해 5월 3일 전주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전주=김준희 기자

시한부 기소중지…"외국 소재 증거 확보 시일 걸려"

전주지검 형사3부(부장 홍승표)는 이날 "타이이스타젯 관련 고발 사건에 대해 지난달 30일 시한부 기소중지 처분을 했다"고 밝혔다. 검찰사건사무규칙에 따르면 시한부 기소중지는 피의자 소재 불명 외의 사유로 수사를 종결할 수 없는 상황에서 수사를 잠정적으로 중지하는 중간 처분이다. 그 사유가 해소되면 수사를 다시 시작한다. 시한부 기소중지 사유에 대해 전주지검 측은 "'수사의 종결을 위해 필요한 중요 증거 자료가 외국에 소재하고 있어 이를 확보하는 데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검사 출신으로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곽 전 의원은 "해외에 중요 증거 자료가 있다는 검찰 설명은 핑계"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충분히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와 사람이 있어 얼마든지 수사가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 사위가 (타이이스타젯에서) 급여를 받은 통장 자료를 사위에게 제출받으면 될 것 아니냐"며 "사위를 불러 언제부터 언제까지 일했고, 돈을 얼마나 받았는지 물어보면 직무 관련성을 평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2021년 9월 7일 당시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사위 서모 씨의 타이이스타젯 취업특혜 의혹에 대한 질의 도중 이상직 전 의원이 대표를 지낸 ″이스타항공과 타이이스타젯은 동일회사″라고 주장하며 공개한 자료. 뉴스1

2021년 9월 7일 당시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사위 서모 씨의 타이이스타젯 취업특혜 의혹에 대한 질의 도중 이상직 전 의원이 대표를 지낸 ″이스타항공과 타이이스타젯은 동일회사″라고 주장하며 공개한 자료. 뉴스1

야당 "文사위 취업은 중진공 이사장 임명 뇌물" 주장

앞서 국민의힘 이스타항공 비리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는 2020년 9월 문 대통령과 이 의원을 뇌물죄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문 대통령 사위 서씨가 2018년 7월 타이이스타젯 취업한 것과 이 의원이 그해 3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에 임명된 것 사이에 대가성이 있지 않았느냐'는 의혹이다.

당시 TF 위원장을 맡았던 곽 전 의원은 화천대유 직원이었던 아들의 50억 원 퇴직금 논란으로 자진 탈당 후 지난해 11월 의원직을 사퇴했다. 곽 전 의원은 "(검찰의 시한부 기소중지 처분은) 지난해 (8월)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전주지검을 방문한 여파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4월 28일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국세청 앞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와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 등이 '이스타항공 부실 주범 이상직 일가 탈세 제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4월 28일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국세청 앞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와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 등이 '이스타항공 부실 주범 이상직 일가 탈세 제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스타 노조 "타이이스타젯은 이상직 해외 자금줄" 

앞서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도 지난해 5월 "이스타항공이 이스타젯에어서비스에 71억 원 상당의 외상 채권을 발행하도록 해 회사에 손실을 끼쳤다"며 "이스타젯에어서비스가 확보한 71억 원으로 타이이스타젯을 설립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당시 노조는 이 의원과 이 의원의 딸, 최종구 전 이스타항공 대표와 김유상 현 대표, 박모 타이이스타젯 대표 등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횡령) 등 혐의로 전주지검에 고발했다. 노조 측은 "이스타젯에어서비스가 타이이스타젯의 지주회사라서 사실상 같은 회사로 볼 수 있고, 두 회사의 대표도 박모씨로 동일하다"고 주장했다.

550억원대 이스타항공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무소속 이상직(전북 전주을) 국회의원이 지난 12일 선고 공판을 앞두고 전주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이날 전주지법 형사11부(강동원 부장판사)는 이 의원에게 징역 6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연합뉴스

550억원대 이스타항공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무소속 이상직(전북 전주을) 국회의원이 지난 12일 선고 공판을 앞두고 전주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이날 전주지법 형사11부(강동원 부장판사)는 이 의원에게 징역 6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연합뉴스

李·청와대 "두 회사 무관…특혜와 거리 멀어"

반면 이 의원과 청와대는 "이스타항공과 타이이스타젯은 서로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2020년 3월 대정부 질문에서 '대통령 사위 취업 청탁 의혹'이 제기되자 당시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문 대통령 가족은 아들, 딸, 며느리, 사위 누구도 특혜와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이낙연 당시 국무총리도 "이스타항공은 태국 현지에 투자한 사실이 없다고 보고받았다"고 답변한 바 있다.

검찰은 "고발된 혐의에 대해 일체의 다른 고려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전주지검 관계자는 "사건의 존재를 다 밝힐 수는 없지만, 타이이스타젯 관련 고발이 여러 건 있다"며 "국민의힘에서 고발한 횡령·배임 사건 중 일부는 혐의가 입증돼 먼저 기소했고 남은 부분도 있는데, 고발인들에게는 처분 결과를 모두 통보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11일 전북 전주시 덕진구 전주지검 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문성인 신임 전주지검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6월 11일 전북 전주시 덕진구 전주지검 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문성인 신임 전주지검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檢 "일체 다른 고려 없이 법·원칙 따라 수사"

'타이이스타젯 관련 수사를 모두 안 하는 것 아니냐'는 곽 전 의원 주장에 대해 전주지검 측은 "구체적으로 사건을 특정하고, 수사 대상과 범위를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별도로 고발장이 접수된 대통령 사위 관련 뇌물 사건은 현재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 의원은 지난 12일 이스타항공 주식을 계열사에 저가로 팔도록 해 회사에 430여억 원의 손해를 끼치고 회삿돈 수십억원을 빼돌린 혐의(배임·횡령)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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