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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오수, 박범계에 반기 뒤엔 "이러다 중앙지검장도 '낙하산' 온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법무부의 전례 없는 대검검사(검사장)급 보직 외부 공개모집에 김오수 검찰총장이 전날(지난 19일) 공개 반기를 든 데에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훼손 우려가 가장 크게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사 전문성이 없는 외부 인사를 일선에서 수사를 지휘하는 검사장에 발탁하는 선례를 남길 경우 향후 정치권 인사를 줄줄이 ‘낙하산 검사장’으로 임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오수 검찰총장은 지난 19일 중대재해 분야 전문성이 있는 검사장을 외부 인사로 임명하려는 법무부 방침에 대해 공식 반대의견을 전달했다. 사진은 김 총장이 지난해 11월 24일 제주시 연동 '제주4.3사건 직권재심 권고 합동수행단' 사무실 앞에서 열린 수행단 현판식 직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는 모습. 뉴스1

김오수 검찰총장은 지난 19일 중대재해 분야 전문성이 있는 검사장을 외부 인사로 임명하려는 법무부 방침에 대해 공식 반대의견을 전달했다. 사진은 김 총장이 지난해 11월 24일 제주시 연동 '제주4.3사건 직권재심 권고 합동수행단' 사무실 앞에서 열린 수행단 현판식 직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는 모습. 뉴스1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총장은 법무부에 반대 의견을 전달하기 전 대검 부장회의를 열고 사전 논의를 거쳤다. 다만, 지난해 6월 검찰청 사무기구규정을 개정할 때처럼 일선 고·지검·지청에 공문을 보내 검사들의 의견을 취합하지는 않았다. 대검 관계자는 “일선 분위기는 평소 대검과 일선 청 사이 이뤄지는 소통을 통해 어느 정도 파악된 상태였다”고 전했다.

대검 내부 논의 과정에선 정치권을 포함한 외부 인사가 검사장으로 임용돼 검사들을 지휘할 경우 검사 업무의 정치적 중립성이 심각하게 훼손된다는 우려가 제기됐다고 한다. 법무부가 중대재해·노동인권 분야 전문성을 검사장 외부 공모의 명분으로 든 데 대해서도 “어느 분야든 수사 전문가를 수사기관이 아닌 외부에서 찾는다는 것부터가 말이 안 된다”는 취지의 반대 의견이 있었다고 한다.

검찰 안에선 “공모 절차는 요식행위일 뿐 이미 내정된 인사가 있을 것”(현직 차장검사)이란 관측도 팽배하다. 이와 관련, 한 검찰 간부는 “낙하산 검사장이 현실화할 경우 하명 수사가 일상화하고, 그런 환경에서 수사하고 싶은 검사는 한 명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도 “지금은 광주고검 차장검사 등 상대적으로 말석인 검사장에 대한 임용일 수 있지만, 훗날 서울중앙지검장 등 요직에도 외부 낙하산이 오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고 말했다.

대검 부장회의에선 검사장 외부 공모의 법적 근거가 없다는 지적도 강하게 제기됐다고 한다. 현행 검찰청법상 ▶임용방법(검찰 내·외부 공모) ▶임기(2년, 연임 가능) ▶직무(감찰에 관한 사무) 등이 특례로 규정된 직제는 감찰담당 대검검사(대검 감찰부장)뿐이다. 이외의 검사장급 보직에 대해선 외부 공모가 가능 또는 불가하다는 별도의 규정이 없다. 대검 직제상으로도 이미 중대재해 분야와 관련해 산업재해 범죄는 공공수사부, 시민재해 범죄는 형사부 소관으로 들어가 있어 중대재해 사건을 관할하는 대검검사를 신설하는 데 무리가 있단 점도 고려됐다.

이에 대해 일선 검사들은 “검사장 임기 규정이 없는 걸 악용한 ‘신종 알박기’”란 비판도 내놓고 있다. 대검 감찰부장을 제외한 검사장의 경우 징계를 받거나 스스로 옷을 벗지 않는 경우 퇴직이 불가하기 때문에 비(非)수사부서로 좌천성 전보는 될지언정 검사장 지위는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수도권 지검의 한 간부는 “‘내 사람’을 검사장으로 꽂은 뒤 정권과 무관하게 정년까지 세금으로 억대 연봉을 보장하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검찰의 반대에도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외부 공모 인사 관철 의지를 내비쳤다. 박 장관은 이날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기자들과 만나 “수사의 전문성만 가지고 접근하면 중대재해를 막을 수 없다”며 “완전히 새로운 개념과 인식의 전환, 새로운 대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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