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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죽인뒤 "웹툰 못봐 아쉽다"던 19세 손자, 징역12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70대 친할머니를 살해한 혐의(존속살해)를 받는 10대 형제. 왼쪽부터 지난해 사건 당시 고교 3학년이었던 A군(18)과 동생 B군(16). 뉴스1

70대 친할머니를 살해한 혐의(존속살해)를 받는 10대 형제. 왼쪽부터 지난해 사건 당시 고교 3학년이었던 A군(18)과 동생 B군(16). 뉴스1

“잔소리를 한다”며 자신을 키워준 친할머니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10대 형제가 중형을 선고받았다.

대구지법 서부지원 형사1부(부장 김정일)는 20일 오전 존속살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형 A군(19)에게 징역 장기 12년, 단기 7년을 선고하고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했다. 존속살해방조로 기소된 동생 B군(17)에게는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죄질이 매우 나쁘다”면서도 “불우한 성장 환경과 초범인 점 등을 고려해 보면 타고난 반사회성이나 악성이 발현됐다고 판단되진 않으며 교화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동생 B군에 대해서 재판부는 “범행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으며 A군이 할아버지도 죽이려고 하자 울면서 만류하면서 범행을 중지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이들은 지난해 8월 30일 대구 서구 비산동 주거지에서 친할머니가 잔소리를 한다는 이유로 흉기를 수십 차례 휘둘러 할머니를 살해하고, 할아버지도 함께 살해하려고 했다가 경찰에 현장에서 붙잡혔다.

이후 같은 해 10월 열린 첫 공판에서 이들 형제의 범행이 구체적으로 밝혀졌다. 검찰 측은 범행 전날 할머니가 형제들을 향해 “부식카드로 먹을 것을 왜 사오지 않았느냐. 20살이 되면 집에서 나가라”고 하자, A군이 B군에게 스마트폰 메시지를 보내 “할머니 죽일래? 즐기다 자살하는 거지”라고 보냈다고 설명했다.

A군은 할머니를 살해한 후 할아버지에게 “할머니도 간 것 같은데 할아버지도 같이 갈래? 이제 따라가셔야지”라고 말했다. 이에 할아버지가 두 손으로 빌면서 살려달라고 하고 B군이 할아버지는 살해하지 말자고 해 미수에 그쳤다.

B군은 범행 과정에서 A군이 “할머니가 소리 지르는 것이 새어나가지 않게 창문을 닫으라”고 하자 창문을 닫고 A군의 지시에 따라 현관문을 닫는 등 범행을 도운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A군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웹툰을 못 봐 아쉽다”고 말하기도 했다.

두 형제는 2012년부터 신체장애를 가진 조부모와 함께 생활해왔다. 앞서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A군에게 무기징역을, B군에게는 징역 장기 12년, 단기 6년을 구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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