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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에 피랍된 21명 전원구조…'아덴만 11주기' 석해균 선장이 칠곡에 온 까닭은?

중앙일보

입력

석해균 선장의 상흔을 주제로한 그림. [사진 경북 칠곡군]

석해균 선장의 상흔을 주제로한 그림. [사진 경북 칠곡군]

경북의 한 지자체가 아덴만 여명작전 11주기에 맞춰 '아덴만의 영웅'으로 불리는 석해균 선장의 11년 전 상흔을 주제로 한 그림을 제작해 선물했다.

석 선장은 2011년 삼호주얼리호를 타고 인도양을 지나던 중 해적에게 피랍됐다. 이후 일부러 배를 지그재그로 기동하거나 엔진오일에 물을 타 엔진을 정지시키는 등 시간을 끌어 해적들로부터 가혹 행위를 당했다. 이어 해군의 구조작전을 돕다 해적으로부터 총상을 입어 288일간의 치료를 받고 기적적으로 회복했다. 그의 희생으로 선원 전원이 구출됐다.

아덴만의 영웅 석해균 선장. [사진 경북 칠곡군]

아덴만의 영웅 석해균 선장. [사진 경북 칠곡군]

석 선장에게 그림을 전한 지자체는 경북 칠곡군이다. 호국 평화의 도시, 보훈의 고장을 자처하는 칠곡군은 아덴만 여명작전 11주기를 하루 앞둔 20일 칠곡호국평화기념관에서 석 선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그림 전달식을 열었다.

그림은 곽호철 작가의 작품이다.  가로 1m 세로 2m 크기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융합한 '곽아트' 기법으로 그려졌다. 총탄 6발에 큰 상처를 입고 위중한 상태에 놓인 석 선장의 모습에 6·25전쟁 당시 북한군 남하를 저지하기 위해 폭파했던 낙동강 '호국의다리'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작가는 호국의다리를 지켰기에 지금의 대한민국이 존재하듯 죽음을 각오한 석 선장의 정신을 작품으로 기록한다고 했다.

석 선장은 "대한민국을 지킨 호국의다리와 자신의 모습이 비교된다는 것 자체가 매우 큰 영광"이라며 "강산도 변한다는 10년 전의 일을 잊지 않고 기억해준 칠곡군민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그림은 칠곡호국평화기념관 '끝나지 않는 전쟁' 코너에 전시된다.

석 선장을 치료한 이국종 교수는 축전을 통해 "외상은 외모의 상처뿐 아니라 마음의 상처도 남는다. 비록 몸의 상처는 영원히 남을지라도 마음의 상처는 하루빨리 사라지길 바란다"고 했다.

칠곡지역 한 중학생이 손수 만들어 석 선장에게 선물한 목도리. [사진 경북 칠곡군]

칠곡지역 한 중학생이 손수 만들어 석 선장에게 선물한 목도리. [사진 경북 칠곡군]

칠곡군과 석 선장의 인연은 2020년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칠곡군이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대한민국을 지킨 8인 영웅 행사를 진행하면서 석 선장을 초청했다. 이때 칠곡군은 그의 희생정신에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이에 예술 작품을 제작해 그의 정신을 대중에게 널리 알리기로 결정, 아덴만 여명작전 11주기에 맞춰 그림 전달식을 마련한 것이다.

이날 전달식에서 칠곡군 순심여중 권도연(16)양은 직접 뜨개질한 태극 무늬 빨간색·파란색 목도리를 석 선장의 목에 걸어줘 눈길을 끌었다.

아덴만 여명작전은 2011년 1월 15일 소말리아 해적에 삼호주얼리가 납치된 후 이를 구출하기 위해 1월 21일 진행된 군사 작전이다. 당시 청해부대 소속 UDT와 SEAL팀이 선박을 급습, 해적 8명을 사살하고 5명을 생포했다. 석 선장을 비롯한 선원 등 21명은 전원 구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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