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1년 만에 2천억 벌었다…‘제비집’ 판매해 주식 상장 시동 거는 이 기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차이나랩

차이나랩’ 외 더 많은 상품도 함께 구독해보세요.

도 함께 구독하시겠어요?

바다제비가 분비한 타액과 깃털 등으로 만든 둥지, 제비집(燕窝). 제비집에는 단백질, 아미노산 등이 풍부하여 신체의 기운을 왕성하게 북돋는 효과가 있어 명나라 시기부터 즐겨온 중국의 최고 식품 중 하나로 꼽힌다.

우리나라에서도 효능이 알려져 고급 건강보조식품이나 화장품의 형태로 판매되며 그 인기 역시 높다. 전염병 시대가 도래하며 ‘건강’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은 가운데, 제비집을 찾는 소비자가 점차 늘고 있다.

이처럼 제비집은 수백 년 동안 전해져 온 고대 요리지만, 이를 판매해 주식 상장까지 한 기업은 전무하다. 그러나 최근 제비집으로 상장에 나선 중국 기업이 있다. 바로 중국 건강식품 기업 옌즈우(燕之屋)다.

ⓒ燕之屋

ⓒ燕之屋

옌즈우는 최근 상하이증권거래소에 증권신고서 제출을 완료했다. 상장에 성공하면 옌즈우는 세계 최초의 ‘제비집’ 주식이 된다. 신고서에 따르면 옌즈우의 2020년 매출은 약 13억 위안(약 2421억 원)이며 여러 해 동안 총이익률은 50%대를 기록했다.

옌즈우는 어떻게 제비집으로 성공 가도를 달릴 수 있었을까.   

옌즈우의 설립은 1997년으로, 창립자인 황젠(黃健)은 인도네시아에서 제비집 건조품을 수입해 간단한 포장을 거친 뒤 샤먼 현지 상가와 약국을 통해 대리 판매했다. 1년 만에 황젠의 제품은 샤먼 외에 상하이·저장·광둥 등지에 이르며 중국 각지로 뻗어 나가기 시작했다.

황젠은 사업 확장의 목적으로 프랜차이즈를 설립하고자 했으며 2002년 ‘전문 판매점+주방’ 판매 모델로 첫 매장을 열었다. 상품 판매뿐만 아니라 요리가 이뤄지는 주방을 겸비한 매장으로, ‘주문-요리-식사-배달’ 서비스를 구축해나갔다.

ⓒ??中?

ⓒ??中?

2021년 10월 기준 옌즈우는 직영 매장 113개를 보유하고 있으며 타오바오, 티몰, 징둥 등 전자상거래 플랫폼에 플래그십 매장을 열었다.

옌즈우는 제비집을 모든 질병을 치료하는 "약물"로 취급하기보다는 중국에서 수백 년 동안 먹어온 희귀한 식재료라고 설명한다. 옌즈우는 고품질 제비집을 위한 연구 개발, 생산 및 판매에 주력하고 있으며 현재 12개의 발명 특허, 6개의 실용신안특허, 4개의 디자인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효율적인 제품 생산을 위해 자체 표준 생산 공장을 설립했다.

또 즉석조리 식품과 만두, 월병, 건조식품 등과 같은 프리미엄 제비집 제품을 판매 중인데, 이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결합한 옴니 채널 판매 모델을 활용 중이다.

옌즈우가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2021년 상반기 제비집의 원재료인 식용 제비집 구매가격은 그램(g) 당 11.27위안이었다. 옌즈우의 주력상품인 ‘완옌(碗燕·떠먹는 가공 제비집)’ 한 개의 가격은 148위안이다. 해당 제품에 순수 제비집은 3.7g이 들어가는데, 계산해 보면 제품의 원가가 39위안 정도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이것이 옌즈우가 장기간 총이익률 50%대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다. 특히 완옌(碗燕)의 총이익률은 보고 기간별 53~57%로 가장 높았다.

 옌즈우의 주력상품인 떠먹는 가공 제비집, 완옌(碗燕). ⓒ燕之屋

옌즈우의 주력상품인 떠먹는 가공 제비집, 완옌(碗燕). ⓒ燕之屋

낮은 원가와 높은 마진으로 옌즈우는 항상 흑자를 기록했다. 2018년부터 2021년 6월 30일까지 옌즈우의 영업 수익은 최소 7억 700만 위안(약 1317억 원)에서 최대 12억 9900만 위안(2415억 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면에는 옌즈우의 딜레마가 존재한다. 

첫 번째 문제는 광고 비용이다. 옌즈우는 매년 광고·홍보 비용에만 1억 3600만~2억 4000만 위안(약 253억~440억 원)을 지출했다. 광고 비중이 영업수익의 무려 17~19%에 해당하며, 판매비용의 약 50%를 차지하는 격이다. 2020년엔 판매비용의 70% 이상을 광고비로 지출하기도 했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옌즈우는 3년 반 만에 광고에 7억 위안(약 1304억 원) 가까이 쓴 셈이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중국 국영 텔레비전방송사 CCTV에 송출된 TV 광고는 초당 675.73위안(약 12만 원)으로 계산됐다.

또 지난해엔 중국의 국민배우로 손꼽히는 조려영(趙麗穎)을 공식 모델로 발탁했다. 이전에는 홍콩 출신 배우 유가령(劉嘉玲), 대만의 최고 모델 겸 여배우인 린즈링(林志玲)을 모델로 썼다. 또 올림픽이 한창이던 8월에는 올림픽 펜싱 챔피언 쑨이원(孫一文)을 품질 평가원으로 두기도 했다.

옌즈우의 공식 모델 자오리잉(趙麗穎). ⓒ燕之屋

옌즈우의 공식 모델 자오리잉(趙麗穎). ⓒ燕之屋

스타를 내세우는 등 옌즈우의 공격적인 마케팅은 주요 대기업들의 시장 공략 중 하나긴 하지만, 이는 옌즈우에게 곧 양날의 검으로 작용했다.

제비집의 잇따른 효능 논란이 제기되어 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옌즈우는 임산부에게 효능이 있다고 한 제품광고에 대해 과대 선전으로 인한 광고법 위반 혐의를 받았다. 국가시장규제총국은 옌즈우 즉석 제비집은 약품·건강식품 등의 로트번호를 보유하지 않으며 통조림·음료를 취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권위 있는 기관에서 효능이 입증됐지만, 건강식품 품목을 등록하지 않아 홍보할 수 없다고 보았다.

또 그동안 제비집은 보양 효능이 있는 건강기능식품으로 알려져 왔지만, 달걀이나 우유보다 영양 효능이 떨어진다는 전문가도 있을 정도로 과학적 증거는 충분치 않다. 2020년 말 유명 왕훙 신바(辛巴)가 판매했던 제비집이 가짜로 밝혀지면서 제품을 전량 회수하고 배상금을 지불하는 사건이 있었다. 대대적인 홍보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제비집에 대한 끊임없는 의혹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중국의 유명 왕훙 신바(辛巴)가 라이브 방송에서 제비집을 판매 중인 모습. 해당 제비집은 가짜로 밝혀져 전량 회수됐다. ⓒ더우인 캡쳐/바이두

중국의 유명 왕훙 신바(辛巴)가 라이브 방송에서 제비집을 판매 중인 모습. 해당 제비집은 가짜로 밝혀져 전량 회수됐다. ⓒ더우인 캡쳐/바이두

마케팅 비용과 완전히 대조되는 연구·개발 비용 역시 딜레마다. 

3년간 약 1천억 원이 넘는 비용을 마케팅에 쏟았던 옌즈우지만, 옌즈우의 매출에서 연구개발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를 넘은 적이 없으며 해마다 감소 추세를 보인다. 2019년 1.97%였던 연구개발 비율은 2021년 1.35%로 떨어졌다. 2021년 옌즈우의 연구개발 인력은 1724명 중 40명으로, 약 2%에 불과하다.

이러한 연구개발 역량 부족은 곧 제품의 낮은 기술 장벽을 의미한다. 비슷한 브랜드 사이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형성하기 어려워 옌즈우는 광고·마케팅에서 겨뤄야만 한다. 또 공급망 자원만 있으면 다른 업체도 비슷한 제품을 만들 수 있어 업계의 극한 경쟁도 심화하고 있다.

《2020 제비집 업계 백서》에 따르면 2020년 국내 제비집 소비시장 규모는 400억 위안 정도로 연간 33%의 성장률을 보인다. 업계의 베테랑이라 불리는 옌즈우는 이제 신예 세력과 새로운 소비 트렌드에 따른 도전에 직면해야 한다.

또 다른 제비집 판매 업체 샤오시엔둔(小仙燉)이 자본시장의 총애를 받고 있다. 2021년 3월 기준 샤오시엔둔은 이미 여섯 차례 투자를 받았는데, 그 뒤에는 IDG, CMC와 같은 투자 기관뿐만 아니라 중국 대표 인터넷 기업 치후 360가 존재한다.

(왼) 샤오시엔둔의 제품 (오) 옌즈우의 제품. ⓒ각 사 홈페이지 캡처

(왼) 샤오시엔둔의 제품 (오) 옌즈우의 제품. ⓒ각 사 홈페이지 캡처

현재 제비집 기업은 대부분 위탁 생산의 길을 걷고 있어 업계 전반의 문턱은 높지 않다. 이렇듯 치열한 환경에서 옌즈우는 가격전·채널전·마케팅전 등의 방식을 제외하면, 확실히 기업만의 특색과 우위를 찾아내야 할 것이다. 옌즈우는 주식 상장에 성공할 수 있을까. 또 논란을 잠재우고 쾌속 질주를 이어갈 수 있을까. 그 귀추가 주목된다.

차이나랩 김은수 에디터

차이나랩

차이나랩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