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머니랩 구독전용

[앤츠랩]희소식 더 있는데...흠슬라 명성 되찾을까?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눈부신 주가 상승으로 '흠슬라(주가가 테슬라처럼 올랐다니)'로 불린 HMM. 앤츠랩도 이 회사 주가가 1년 새 1000%가량 오른(당시 2만1600원) 작년 3월에도 앞으로 더 오를 종목으로 꼽았죠. 기대는 현실이 됐습니다. 작년 5월28일에는 5만1100원으로 고점을 찍었죠. 하지만 18일 주가는 고점 대비 거의 반 토막이 났는데요. 이거, 다시 회복할 수 있을까요? 뱃멀미에 울렁거리는 속을 부여잡고, 찬찬히 현재 상황을 짚어보겠습니다.

 세계 최대 2만4000TEU급 컨테이너 1호선 'HMM 알헤시라스호'. 사진 HMM

세계 최대 2만4000TEU급 컨테이너 1호선 'HMM 알헤시라스호'. 사진 HMM

HMM이 뭘 하는 회사인지는 다들 잘 아시죠? 컨테이너선 76척, 벌크선 27척(지난달 말 기준) 규모 선단을 운영하는 국내 최대 원양 해운사입니다. 어릴 적 대항해시대란 게임으로 밤새워 본 분들 계시나요? (아마도 나이가….) 짐칸에 상품을 가득 채우고 부지런히 교역하면 버는 돈도 쏠쏠해지죠. 그 돈으로 조선소에 가서 새 배도 사고, 주점에 가서 선원도 뽑고….

지난해에는 코로나 사태 2년 차에도 '물류대란'이 빗어질 만큼 전 세계에 배가 모자랄 지경이었습니다. 경기 침체를 막겠다고 각국 정부가 한꺼번에 돈을 푸는 바람에 온라인을 중심으로 상품 소비가 폭증했지요. 교역량이 빠르게 늘어 뱃삯도 급등했습니다.

세계 컨테이너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작년 한 해 동안에만 76%가량 올랐습니다. 하지만 글로벌 해운사들은 제때에 배를 늘리지 못했습니다. 아파트가 부족해 집값이 치솟아도 집을 빨리 공급하지 못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죠.

하지만!! HMM은 정반대로 행동했습니다. 정부는 2018년부터 한진해운 파산 이후 무너진 'K-해운업'을 재건하겠다는 계획을 미리 세웠습니다. '무리수'란 우려도 있었지만, 그때부터 배를 짓기 시작해 2020년부터 초대형 선박 20척을 HMM에 차례로 투입하기로 한 것이죠. HMM의 전신인 옛 현대상선이 파산 위기에 몰리자 국책은행(산업은행) 관리 체제로 넘어갔고, 정부가 키를 잡고 HMM을 중심으로 해운업 재건 프로그램을 짠 겁니다.

 쌓여 있는 컨테이너들. 셔터스톡

쌓여 있는 컨테이너들. 셔터스톡

운인지 선견지명인지 때마침 배가 모자랄 때 미리 주문해 둔 초대형 선박들을 활용할 수 있었으니, 건물주 부럽지 않은 선주 노릇을 제대로 한 것이죠.

HMM은 2020년 2분기부터 20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 암울한 세월을 털고 매 분기 흑자를 달성했습니다. 작년 4분기에는 창사 이래 최대 분기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전망(대신증권, 2조57713억원 예상)되고 있습니다. HMM에 있어 지난해는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든 상황에서도 '배 부족→운임 상승→이익 증가→주가 상승'의 선순환으로 마음껏 웃을 수 있었던 호시절이 됐지요.

좋은 시절은 올해 들어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14일 기준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불과 한 달 새 5.9% 또 올랐습니다.

상하이 컨테이너 운임지수 그래픽= 전유진 yuki@joongang.co.kr

상하이 컨테이너 운임지수 그래픽= 전유진 yuki@joongang.co.kr

항만 병목현상도 여전합니다. 미국 서부 쪽에는 항구에 들어온 배가 정박하는 데까지 롱비치(LB)는 45일, 로스앤젤레스(LA)는 28일이 걸리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 교통부가 최근 서부 항만 정체를 해결하겠다며 50억 달러(5조9400억원)에 달하는 정부 예산을 빠르게 투입(패스트트랙)해 달라고 나섰습니다. 유럽 노선 역시 비슷한 상황이라 운임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이 올해 상반기까지는 계속될 것으로 봅니다.

글로벌 컨테이너 항구 적체 지수 그래픽= 전유진 yuki@joongang.co.kr

글로벌 컨테이너 항구 적체 지수 그래픽= 전유진 yuki@joongang.co.kr

항만의 불행은 HMM에는 행운. HMM은 올해에도 시장이 만족할 실적을 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교역 상황이 작년과 별반 다르지 않으니까요. 대신증권은 올해 연간 영업이익을 7조1350억원으로 지난해 수준을 또 올릴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이 정도면 한때 잘 나갔던 주가도 회복할 법한데. 주가 회복은커녕 HMM의 목표주가를 낮춘 증권사들이 지난해 말부터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주식 가격은 늘 호재와 악재를 미리 반영하게 마련인데, 다가올 달갑잖은 소식이 주가 상승의 뒷발을 움켜잡고 있다는 겁니다. 예산 투입과 경쟁 해운사들의 선박 확충으로 물류 대란이 올해 하반기에는 풀릴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죠.

항구 접안을 기다리는 배들. 셔터스톡

항구 접안을 기다리는 배들. 셔터스톡

HMM 혼자 누렸던 호재들이 점차 사라지기 시작. 또 HMM은 내년과 내후년에도 컨테이너선 12척을 추가로 인도받는데, 여기에 1조9000억원가량이 투자됩니다. 또 2~3년 뒤에는 다수 선박의 용선 만기가 도래해 큰돈을 더 투자해야 하는 부담도 있습니다.

해운업은 부동산 시장처럼 호황과 불황을 반복하는 사이클이 심한 편입니다. 지금은 배가 모자란다지만, 수년 내 배가 또 남아도는 상황에서 새 배를 인도받으면, 사겠다는 사람은 없이 덩그러니 집만 있는 '미분양 아파트' 같은 꼴이 되겠지요.

여기에다 한국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 등이 보유하고 있는 영구전환사채(CB) 2조6800억원에 대한 전환권 행사 기간이 내년 10월 이후부터 점차 다가옵니다. 매각은 다소 먼 얘기일 순 있겠습니다만, 이들 채권단이 가진 CB가 주식으로 바뀌면, 기존 주주로서는 밥숟가락 얹는 곳이 늘어나니 달가울 리가 없겠지요.

셔터스톡

셔터스톡

그래도 HMM은 지난 한 해 성공적인 변신에 성공했습니다. 앞으로 일을 누가 알겠습니까. 떨어질 줄 알았던 서울 부동산이 이렇게까지 오를 줄 아무도 몰랐죠. 올해 HMM의 성공을 기원해 봅니다만, 주가 향방은 물류 상황을 살피면서 차분히 해야 하지 않을는지...

결론적으로 6개월 뒤:

항구의 고통은 나의 즐거움… 그 즐거움의 끝이 보이는데…

이 기사는 19일 발행한 앤츠랩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건강한 주식 맛집, 앤츠랩을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