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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백 사듯 1200만원 쇼파 산다…MZ가 만든 '명품 리빙' 시대

중앙일보

입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발 이후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집 꾸미기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덕분에 백화점 리빙 매장은 때아닌 호황을 맞았다. 특히 프리미엄 가구와 조명 분야에서 약진이 두드러진다. 지난해 백화점 매출을 끌어올린 일등 공신으로 평가받는 명품 패션 부문 못지않은 인기다.

신혼부부 여행 못 가니 인테리어에 투자

롯데백화점 리빙 매출은 지난해 28% 성장했다. 롯데백화점에 입점한 프리미엄 리빙 편집숍 ‘더 콘란샵’의 매출은 2021년 전년 대비 59% 성장했다. 특히 소파와 조명의 신장률이 각각 265%, 157%로 컸다. 신세계 백화점도 리빙 분야 매출이 지난해 22.3%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프리미엄 가구 분야에서의 성장이 두드러져 지난해에만 36.4%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현대백화점 리빙 부문 신장률도 최근 3개년 모두 20%를 웃돈다. 2019년 21.8%, 2020년 24.2%, 2021년 37.4%다.

주요 백화점 리빙 부문 매출 신장률.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주요 백화점 리빙 부문 매출 신장률.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고급 리빙 제품 수요가 폭발했다는 점이다. 롯데 더 콘란샵에서는 허먼밀러·플로스 등의 하이엔드 조명이 크게 주목받았고, 신세계백화점에서는 이탈리아 폴트로나프라우, 스위스 USM 등의 프리미엄 가구에 대한 관심도가 높았다. 최소 2000만원대에서 1억원 후반대까지 가격을 형성하고 있는 스웨덴 침대 브랜드 해스텐스도 꾸준히 판매가 이어졌다. 현대백화점에서도 프리미엄 조명 부분의 성장이 두드러졌다. 최소 120만 원대부터 시작하는 프리미엄 조명 브랜드 루이스폴센은 현대백화점 한 지점에서만 월 매출 2억원을 기록했다.

대전 신세계 아트&사이언스 지하 1층의 리빙 매장 전경. [사진 신세계백화점]

대전 신세계 아트&사이언스 지하 1층의 리빙 매장 전경. [사진 신세계백화점]

롯데 백화점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 데다 가구·가전의 주요 소비층인 신혼부부들이 해외 신혼여행을 가지 못하는 대신 집 인테리어에 투자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프리미엄 리빙’에 대한 수요가 많이 증가했다”고 했다.

MZ, 샤넬 백 원하듯 디자이너 가구 원해

명품 플랫폼 캐치패션은 2022년 명품 상거래 시장을 전망하는 키워드로 ‘카테고리 확장’을 제시했다. 의류와 잡화 중심으로 소비되던 명품 카테고리가 더욱 세분화해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확장된다는 의미다. 옷이나 가방에서만 명품을 찾는 게 아니라, 그릇·가구 등 인테리어 제품에서도 명품을 찾는다는 것이다.

프리미엄 리빙 편집숍 더 콘란샵에서 소비자들이 제품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롯데백화점]

프리미엄 리빙 편집숍 더 콘란샵에서 소비자들이 제품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롯데백화점]

실제로 명품 패션 제품들과 하이엔드 리빙 제품의 소비 패턴은 닮은 점이 많다. 1000만원짜리 샤넬 백과 1200만원짜리 카시나 LC3 소파를 원하는 심리는 비슷하다. 제품의 가격에 맞는 성능이나 품질이 아니라 디자인의 상징성이나 희소가치를 고려해 비싸도 지갑을 연다는 면에서다. 소비 트렌드 전문가 이정민 트렌드랩506 대표는 “소비 경험이 많은 요즘 젊은 세대들은 명품 패션 브랜드만큼이나 강력한 브랜드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리빙 브랜드의 상징적 제품을 소장하고 싶어한다”며 “하나를 사더라도 제대로 된 것을 사겠다는 심리”라고 설명했다.

수백만원 대 수입 조명과 프리미엄 가구가 백화점 리빙 파트의 매출 신장을 견인하고 있다. [사진 현대백화점]

수백만원 대 수입 조명과 프리미엄 가구가 백화점 리빙 파트의 매출 신장을 견인하고 있다. [사진 현대백화점]

덴마크 조명 브랜드 루이스폴센의 박성제 한국 지사장은 젊은 세대의 디자인 감수성이 높아진 것을 고급 리빙 시장 약진의 배경으로 꼽는다. 박 지사장은 “SNS로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면서 의(衣)나 식(食)뿐만 아니라 자신이 머무는 공간, 특히 집(住) 역시 고급화하고 싶어 하는 욕구가 커졌다”며 “특히 트렌드를 주도하는 MZ의 소비 패턴 변화가 크다”고 말했다. 과거 프리미엄 가구, 조명 브랜드의 주요 소비층이 5060 중장년층이었다면, 요즘은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세대가 고급 리빙 시장에 진입했다. 실제로 루이스폴센의 경우 구매 고객의 30% 이상이 20·30세대다.

리빙은 ‘편집’이 관건, 2개 층 터 저택으로 꾸몄다

롯데백화점 잠실점의 리빙 특화 매장, '프라임 메종 드 잠실' 전경. [사진 롯데백화점]

롯데백화점 잠실점의 리빙 특화 매장, '프라임 메종 드 잠실' 전경. [사진 롯데백화점]

백화점 리빙 분야의 콘텐트도 다양화되는 추세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10월 서울 잠실에 ‘프라임 메종 드 잠실’이라는 리빙 특화 매장을 냈다. 제품을 어떻게 큐레이션(편집)하는지가 관건인 리빙 파트인만큼 저택을 콘셉트로 약 2개 층에 걸쳐 프리미엄 리빙 브랜드를 선보였다.

현대백화점은 여의도 더현대서울 4층 한가운데 인기 리빙 제품을 한데 모은 ‘디렉터스 아카이브’를 운영 중이다. 이색적 디자인의 의자 15개가 벽면을 채우고 있는 북유럽 가구 편집숍 ‘이노메싸’ 등이 백화점 최초로 입점했다.

인테리어 시공 업체 아파트멘터리의 신세계 강남점 팝업 현장. [사진 아파트멘터리]

인테리어 시공 업체 아파트멘터리의 신세계 강남점 팝업 현장. [사진 아파트멘터리]

신세계백화점은 ‘리빙 컨시어지 서비스’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66㎡(약 20평) 규모로 명품 가구부터 패브릭, 조명까지 종합적인 홈스타일링 상담을 진행한다. 지난해 9월에는 업계 최초로 인테리어 시공 업체 ‘아파트멘터리’의 팝업 매장을 운영하기도 했다. 아파트멘터리 측은 “백화점에서 인테리어 시공 서비스를 계약한 고객의 평균 결제 금액이 3000만~5000만원이었다"며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은 ‘영앤리치(젊고 부유한)’‘MZ세대’들을 중심으로 프리미엄 리빙에 대한 수요가 폭발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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