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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거부' 트럼프 키드 배신…대선 노린 트럼프 등에 칼 꽂나

중앙일보

입력

올해 만 43세인 미국 공화당의 젊은 피, 론 드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AP=연합뉴스

올해 만 43세인 미국 공화당의 젊은 피, 론 드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AP=연합뉴스

백신 접종에 반기를 들고, 마스크 착용 권고에도 반대하는 정치인이 미국에서 주목받고 있다. 공화당 소속 플로리다 주지사인 론 드샌티스가 그 주인공. 1978년생으로 올해 43세인 그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정치 신인으로 발탁돼 플로리다 주지사 공천을 따냈고, 당선했다. 일종의 ‘트럼프 키드’인 셈. 그런 그가 최근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리고 있다. 정치엔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미국 사례다.

뉴욕타임스(NYT)가 18일(현지시간) ‘플로리다의 제왕은 누구인가’라는 제목으로 드샌티스와 트럼프 간의 갈등을 상세히 다뤘다. 2024년 대통령 선거에서 재기를 노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현재 플로리다 주 마라라고 별장을 주 거처로 삼고 있다.

29020년 트럼프 전 대통령 집권 당시 백악관을 방문한 드샌티스 주지사. EPA=연합뉴스

29020년 트럼프 전 대통령 집권 당시 백악관을 방문한 드샌티스 주지사. EPA=연합뉴스

화근은 백신이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초기 대응에선 비판을 많이 받았으나 백신 개발에 있어선 ‘워프 스피드(초고속)’ 프로젝트를 통해 속도를 가했다. 그러나 드샌티스 주지사는 “백신 접종은 개인의 자유의 영역”이라며 사실상 백신 접종 거부자들의 손을 들어주고 있는 상황이다. 개인의 자유를 중시한다는 기조에서다. 드샌티스는 앞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한 연방 정부의 결정에 대해서도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며 백악관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오른팔 격인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이 공개적으로 드샌티스 주지사를 브리핑에서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드샌티스 주지사에겐 계획이 있다. 백신과 마스크 의무화에 맞서서 자유주의 옹호론자로 입지를 굳히고, 이르면 2024년 대권 도전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바로 이 지점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갈등의 불꽃을 일으킨다. NYT는 “2024년 대선에 재도전해서 (바이든 대통령에) 설욕을 다짐하고 있는 트럼프로서는 드샌티스는 눈엣가시 가은 존재”라며 “드샌티스가 한때 트럼프의 수제자였던 점을 상기하면 둘 사이의 관계는 앞으로 공화당의 대권 구도에서 눈여겨볼 가치가 있다”고 전했다.

백신 접종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미국에선 만만치 않다. 그를 대변하는 정치인 중 대표적 인물이 드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다. AP=연합뉴스

백신 접종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미국에선 만만치 않다. 그를 대변하는 정치인 중 대표적 인물이 드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다. AP=연합뉴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입지가 탄탄대로라면 얘기는 다르다. 그러나 공화당 일각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서는 2024년 대선 전망이 밝지 않다는 얘기가 나오는 상황이라 드샌티스가 더욱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NYT는 “일부 공화당 지지자들이 ‘트럼프는 끝났다’며 드샌티스를 지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드샌티스는 야심이 큰 신진 정치인이다. 이탈리아계 미국인 가족의 후손인 그는 하버드 로스쿨을 우등(cum laude)으로 졸업했고 변호사로 일하다 정계에 진출했다. 2012년 플로리다 하원의원으로 당선한 뒤 2016년 상원의원 진출을 노렸으나, 공화당의 대권 후보로도 꼽혔던 마르코 루비오에게 양보했다. 2016년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한 뒤엔 당내 대표적인 시멘트 지지층으로 정치적 입지를 다졌다. 그랬던 그가 이젠 탈(脫) 트럼프를 외치며 독립을 준비하고 있는 셈이다.

드샌티스 주지사는 백악관 입성 야심을 숨기지 않는 신진 정치인이다. AP=연합뉴스

드샌티스 주지사는 백악관 입성 야심을 숨기지 않는 신진 정치인이다. AP=연합뉴스

내년에 본격 가동할 2024년 대선 당내 경선 구도를 놓고 공화당 내 대결구도는 벌써부터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그 대결 구도 중 하나가 트럼프와 같은 기존 정치인들과 드샌티스와 같은 전(前) 트럼프 키드인 신진의 대결이다. 물론 정치는 생물인만큼, 드샌티스가 다시 트럼프와 손을 잡을 가능성도 배제하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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