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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 계좌 더 묶는다…현금 직접 전달 때도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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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수거책에게 대면으로 돈을 건넨 경우에도 피해금이 흘러 들어간 계좌가 특정되면 그 계좌에 대한 지급정지 조치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그동안은 송금 또는 이체 기록이 남는 계좌이체형 보이스피싱에 대해서만 별도의 소송 없이 지급정지와 피해금 환급이 가능했다.

검찰과 경찰, 금감원 등을 사칭해 대환대출과 현금 인출을 요구하는 보이스피싱 사기 범죄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14일 오후 충남 논산 국도변에 논산경찰서가 설치한 보이스피싱 범죄 예방을 계도하는 대형 간판이 눈길을 끌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검찰과 경찰, 금감원 등을 사칭해 대환대출과 현금 인출을 요구하는 보이스피싱 사기 범죄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14일 오후 충남 논산 국도변에 논산경찰서가 설치한 보이스피싱 범죄 예방을 계도하는 대형 간판이 눈길을 끌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20일 금융위원회와 경찰청 등 관련 부처에 따르면 대면편취형 보이스피싱에 이용된 사기계좌도 지급정지를 할 수 있도록 관련 법안(통신사기피해환급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돈을 입금받은 송금책의 계좌를 지급정지해 피해금을 묶어놓는 것이다. 조만간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보이스피싱방지대책협의회가 열려 늦어도 다음 달 중순까지 최종안이 도출될 예정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은행도 수사기관이 피해금이 입금된 계좌를 알려주면 가능하다는 입장”이라며 “대면편취형 보이스피싱의 지급정지에 관한 합리적인 안을 마련해 입법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법에 규정된 보이스피싱(전기금융통신사기) 정의에 대면편취형을 추가하거나 특례로 대면편취형도 지급정지는 가능하다고 명시할지를 검토 중이다.

보이스피싱 피해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보이스피싱 피해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3년 만에 대면편취형 피해 9배 급증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이 지난 2011년 제정된 지 11년 만에 법안 개정이 추진되는 것은 최근 대면편취형 보이스피싱의 피해가 급증하고 있어서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보이스피싱(3만 982건) 10건 중 7건(73.4%)이 대면편취형(2만 2752건)이었다. 3년 전(2547건)인 2018년과 비교해 9배 가까이 급증한 수치다. 반면 지난해 계좌이체형 보이스피싱 발생 건수는 3483건(11.2%)으로 3년 전(3만 611건)의 9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개정 논의가 급물살을 탄 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7일 국무회의에서 “일반적인 계좌이체 피해는 감소한 데 반해 현금을 직접 전달받는 ‘대면편취형’ 피해가 줄지 않고 있다”고 언급한 이후부터다. 사흘 뒤인 같은 달 10일 구윤철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열린 범부처대책회의에서 금융위원회가 관련 법 개정에 공감하고 최근까지 두 차례 은행연합회와 만나 의견을 청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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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 피해금 구제엔 난색 표해 

다만 은행들은 계좌이체형처럼 지급정지뿐만 아니라 피해금 구제까지는 어렵지 않겠냐는 분위기라고 한다. 우선 송금책의 계좌를 묶어 놓더라도 남아 있는 잔액에서 피해금이 얼마인지 산출해야 한다. 또 수거책이 뭉칫돈을 갖고 있다가 쪼개기로 입금하는 경우도 있어, 실질적으로 몇 명이 얼마씩 피해를 봤는지 추산이 어렵다는 것이다.

만약 대면편취형에 대한 지급정지 조치만 개정 법안에 담긴다면 피해자들은 송금책 계좌에서 남아있는 잔액에 대해 개별 민사 소송을 거쳐 피해금을 환급받아야 한다. 경찰은 “피해금의 신속한 환급이 법률 취지인 만큼 구제 방안은 적극적으로 마련하는 게 좋겠다”는 입장이다.

보이스피싱 피해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보이스피싱 피해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피해자 68.2%가 ‘피해금 회수’ 가장 원해 

중앙일보 설문조사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이 가장 원하는 건 피해금 회수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 28일~11월 28일까지 보이스피싱 피해자 63명을 대상으로 보이스피싱예방협회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68.2%(43명)는 ‘피해금 회수’를 가장 필요한 조치로 꼽았다. 그러나 피해금을 전혀 돌려받지 못했다는 응답이 절반 이상(35명, 55.6%)이었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대면편취형에 대해서도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해놓는다는 측면에서 고무적이지만 보이스피싱범들이 빠져나갈 구멍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상선에 피해금을 직접 전달하는 식으로 진화하지 않겠느냐”며 “대면편취형도 피해환급뿐만 아니라 전화번호 이용 중지 등이 가능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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