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기찻길 옆 오막살이" 강남 디에이치자이 입주민 한탄, 왜

중앙일보

입력 2022.01.20 05:00

업데이트 2022.01.23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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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지난해 7월 입주를 시작한 서울 강남구 디에이치자이개포 단지. 강남의 인기 브랜드 아파트인데, 엘리베이터 소음을 호소하는 입주민이 많다. 함종선 기자

지난해 7월 입주를 시작한 서울 강남구 디에이치자이개포 단지. 강남의 인기 브랜드 아파트인데, 엘리베이터 소음을 호소하는 입주민이 많다. 함종선 기자

지난 18일 저녁 서울 강남구 디에이치자이개포 아파트 814동의 어느 집. 집안 곳곳에서 '우 윙' 소리가 수시로 들린다. 현관에서 가까운 방에서는 '우 윙' 소리 중간에 '드르륵' 소리도 들린다. 같은 날 방문한 813동의 어느 한 집에서도 같은 소리가 난다. 엘리베이터 바퀴가 레일을 타고 움직일 때 나는 진동소음이 콘크리트 벽을 타고 온 집안으로 퍼지고 있다.

한 입주민은 이 소리를 비행기가 이착륙할 때 나는 소리라고 하고, 다른 입주민은 기차 지나갈 때 나는 소리라고 했다. 많은 입주민이 소음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한 입주민은 "국내 최고 아파트 브랜드라는 현대건설의 '디에이치'와 GS건설의 '자이'가 붙은 아파트인데 여기 입주민 중 상당수는 '기찻길 옆 오막살이'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기차는 밤에는 안 다니지만, 엘리베이터는 시도 때도 없이 다니기 때문에 소음 피해로 치면 기찻길 옆 오막보다 못한 셈"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입주민은 "엘리베이터 소리에 잠에서 깬 아이가 한밤중에 안방으로 달려온 경우도 있다"고 했다.

최근 이 아파트 하자TFT(테스크포스팀)가 임대아파트를 제외한 전체 가구(1690가구)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 중 24%인 412가구가 집안에서 엘리베이터 소음을 인식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 중 262가구는 소음이 심하다고 답했고, 134가구는 매우 심하다고 했다. 입주민들이 잰 소음은 최대 50dB(데시벨)이고, 현대건설에서 측정한 소음은 최대 38dB이다. WHO(세계보건기구) 기준에 따르면 30dB가 수면방해 수준의 소음이다.

엘리베이터 소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입주들의 단톡방. 입주민제공

엘리베이터 소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입주들의 단톡방. 입주민제공

엘리베이터야 어느 아파트에나 있는 것인데 최고 인기 아파트 브랜드를 두 개씩이나 단 서울 강남의 신축아파트(2021년 7월 입주)에서 왜 엘리베이터 소음이 이렇게 큰 문제가 될까. 이 아파트 설계도와 엘리베이터 사양을 분석한 전문가들에 따르면 소음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50~60층짜리 초고층 건물에 들어가는 분속 240m짜리 초고속 엘리베이터를 일반 아파트 중 처음으로 썼다. 대형 건설사의 주택사업본부장을 역임한 모 건설사 대표는 "차가 속도를 낼수록 소리가 커지는 것처럼 초고속 엘리베이터도 일반 엘리베이터보다 소리가 크다"고 말했다.

건설사는 이렇게 소리가 큰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면서 단 30㎝ 두께의 일반 콘크리트 벽을 사이에 두고 엘리베이터와 집 안의 방을 붙여 지었다. 익명을 요구한 기술사는 "이런 엘리베이터 설계를 겔러그(1980년대 인기전자오락)형이라고 하는데 공간이 부족할 때 어쩔 수 없이 쓰는 것이고, 이런 설계를 할 때는 이중벽을 설치하거나 최대한 집안과 거리를 두는 식으로 설계하는데 달랑 30㎝짜리 벽만을 두고 바로 붙여 지은 건 굉장히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디에이치자이 설계도.두 대의 엘리베이터가 방과 바로 붙어있다. 입주민제공

디에이치자이 설계도.두 대의 엘리베이터가 방과 바로 붙어있다. 입주민제공

한 입주민은 이 아파트의 높은 용적률 때문에 건설사가 이렇게 무리한 설계를 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서울시 규제 때문에 아파트 층수를 높일 수는 없고, 주어진 용적률을 단지 안에 다 적용하려면 최대한 아파트를 슬림하게 지어야 하므로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얘기다. 실제 개포지구 재건축 아파트가 대부분 용적률 250%인데 디에이치자이개포의 용적률은 336%로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높다. 임대아파트 306가구를 짓고 벤처기업 업무공간 등 공공시설을 조성하는 조건으로 용적률 인센티브를 많이 받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입주민은 건설사가 엘리베이터 공사를 서둘러 하면서 벌어진 '부실시공'의 결과일 가능성도 있다고 얘기한다. 시공사인 현대건설 관계자는 "지난해 여름 장마가 유난히 길었던 탓에 골조공사 일정이 두 달가량 미뤄졌고, 이에 따라 엘리베이터 설치 기간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한 입주민은 "소음을 줄일 방법을 사방으로 알아봤는데 이미 다 지어진 상태이기 때문에 아파트를 헐고 새로 짓지 않는 한 해결책은 없다는 얘기를 듣고 절망했다"고 말했다.

디에이치자이개포 아파트의 엘리베이트.50~60층 초고층건물에 쓰이는 고속 엘리베이터다. 함종선기자

디에이치자이개포 아파트의 엘리베이트.50~60층 초고층건물에 쓰이는 고속 엘리베이터다. 함종선기자

이런 상황에 대해 현대건설은 엘리베이터 소음은 하자가 아니고 마땅한 해결책도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하자라고 하면 도급계약상 위배되는 사항, 주택법상의하자, 설계상의 하자 이렇게 세 가지가 있는데 디에이치자이개포는 어느 하나에도 해당하는 것이 없다"며 "하지만 디에이치 브랜드를 달고 지은 단지고, 불편을 호소하는 입주민들을 묵과할 수 없기 때문에 최선의 조처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디에이치자이개포는 옛 개포공무원아파트(개포주공8단지)를 현대건설(지분 40%)과 GS건설(지분 33%),그리고현대엔지니어링(지분 27%)이 공동으로 사들여 재건축한 아파트로 시공은 현대건설이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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