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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맨 중 0.018%…“자다가도 일 생각” 포상금·수당 두둑한 그들 [삼성연구]

중앙일보

입력 2022.01.20 04:00

업데이트 2022.01.20 09:44

배종용 삼성명장이 메모리 반도체 설비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삼성]

배종용 삼성명장이 메모리 반도체 설비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삼성]

#1.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에서 일하는 김명길(52) 명장은 지난 35년간 TV 금형 분야에서 주로 근무했다. 제품의 틀이나 프레임을 만드는 금형은 완제품의 디자인과 품질을 좌우하는 핵심 기술이다. 김 명장은 금속 소재를 휘어지게 하는 기술, 극도로 얇은 베젤(테두리), 세계 최초로 메탈 소재를 활용한 금형 등을 개발해 삼성전자가 16년 연속 글로벌 TV 시장 1위를 지키는 데 기여했다.

2019년 첫 삼성명장에 선정된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이철, 이종원, 홍성복, 박상훈 명장 [사진 삼성]

2019년 첫 삼성명장에 선정된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이철, 이종원, 홍성복, 박상훈 명장 [사진 삼성]

#2. 28년 전 삼성전자에 입사한 이원기(53)씨는 사내에서 광학부품 제조 기술 분야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스마트폰을 주로 만드는 모바일경험(MX)사업부 소속인 그는 암실에서 작업하던 아날로그 방식의 광학렌즈 평가 방식을 국내 최초로 디지털 검사 방식으로 전환했다. 또한 렌즈 해상력을 조정하는 반사조심기 국산화를 이끌었다. 그는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올해 ‘삼성명장’에 선정됐다.

2020년 삼성명장에 선정된 문영준(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배종용, 정현주, 이승권 명장. [사진 삼성]

2020년 삼성명장에 선정된 문영준(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배종용, 정현주, 이승권 명장. [사진 삼성]

모두 28명…기술은 물론 영업분야서도 선정

삼성그룹에는 독특한 인증 제도가 있다. 제조기술과 금형‧설비‧품질‧영업 등 분야에서 20년 넘게 한 우물을 판 직원을 최고 전문가로 인증하는 ‘삼성명장’이다. 한마디로, 삼성 내 최고 장인임을 회사가 공식 인정하는 제도다. 삼성전자 측은 “기술을 우대하는 삼성의 문화가 바탕이 된 제도”라고 설명했다.

2021년 선정된 삼성명장들.[사진 삼성]

2021년 선정된 삼성명장들.[사진 삼성]

삼성명장 제도는 2019년 삼성전자에 처음 도입됐다. 이후 삼성전기(2020년)와 삼성SDI·삼성디스플레이(2021년) 등 계열사로 확산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과 2020년에는 김기남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현 종합기술원 회장)이 새해 시무식에서 직접 시상할 정도로 삼성명장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김 회장은 행사에서 “삼성명장은 본인에게 영예일 뿐만 아니라 동료와 후배들에게는 롤모델”이라며 “제조 분야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제도”라고 강조했다.

100명 중 0.02명꼴 “후배 양성 노력도 심사”  

지금까지 삼성명장에 선정된 사람은 모두 28명이다. 삼성전자가 21명, 삼성전기 3명, 삼성SDI와 삼성디스플레이 각각 2명이다. 이들의 명장 인증 당시 평균 나이는 51.9세다. 최소 20년, 길게는 35년간 삼성에서 경험과 노하우를 쌓아온 베테랑들이다.

올해 선정된 11명의 삼성명장들. [사진 삼성]

올해 선정된 11명의 삼성명장들. [사진 삼성]

삼성명장에겐 최초 선정 시 포상금이 수여되고, 명장 자격이 박탈되거나 퇴직할 때까지 매달 ‘특별수당’이 지급된다. 삼성 관계자는 “액수는 공개할 수 없지만, 수당은 매달 수십만원이 나온다”고 귀띔했다.

삼성명장은 국내 사업장 기준 약 16만 명인 4개(삼성전자‧전기‧SDI‧디스플레이) 회사 직원 중 0.018%만이 보유한 타이틀인 만큼, 엄격한 평가를 거쳐 선정된다. 기술 전문성과 숙련도는 기본이고 후배 양성 노력, 경영 기여도 등도 평가한다. 요컨대 ‘책상’이 아닌 ‘현장’에서 잔뼈가 굵었다는 것도 이들의 공통점이다.

2019년 삼성전자 시무식에서 김기남 당시 부회장(현 종합기술원 회장)이 처음으로 선정된 삼성명장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삼성]

2019년 삼성전자 시무식에서 김기남 당시 부회장(현 종합기술원 회장)이 처음으로 선정된 삼성명장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삼성]

1988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김현철(51) 명장은 메모리 특허를 14건 보유한 반도체 설비 전문가다. 김 명장은 삼성전자 뉴스룸과 인터뷰에서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그리고 제조 설비를 맡은 엔지니어로서 쉬지 않고 학습하고 연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인프라 기술 분야 전문가로 올해 삼성명장에 선정된 김효섭(50) 명장은 “반드시 현장에서 눈으로 확인해야 안정적인 인프라 운영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올해 영업 부문 첫 삼성명장에 선정된 민형기 명장이 직원들과 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 삼성]

올해 영업 부문 첫 삼성명장에 선정된 민형기 명장이 직원들과 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 삼성]

영업 분야 첫 명장으로 선정된 민형기(55) 명장은 “거창한 성공보다 고객과 약속을 지킨 게 더 기억에 많이 남는다”며 “앞으로 고객이 만족하고 거래처도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건강한 비즈니스 생태계를 만들고 싶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삼성명장의 가장 큰 특징은 기술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다. 올해 선정된 이광호(50) 명장은 메모리사업부 소속으로 25년간 반도체 포토(Photo) 분야에서 근무한 스피너(Spinner) 설비 전문가다. 스피너는 웨이퍼에 반도체 회로를 그리는 데 쓰이는 설비다.

“내가 맡은 일이 회사의 꽃”

이 명장은 “반도체의 꽃은 포토이고, 그 꽃은 스피너가 피운다는 신념으로 일했다”고 말했다. 자신의 업무에 대한 자부심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고영준 명장이 설비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삼성]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고영준 명장이 설비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삼성]

이원기 명장은 자신의 좌우명을 “어떤 공정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오로지 그 문제만 생각하고 또 생각해야 한다”며 “자다가도 생각날 정도라면 솔루션이 어느새 가까이 와 있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삼성 관계자는 “삼성명장들은 특정 분야에서 회사뿐 아니라 산업 발전에 큰 공헌과 기여를 하신 분들”이라며 “향후 명장 선정 분야를 넓히고, 다른 계열사로도 확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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