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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경찰 최윤길 구속…검찰·감사원은 대장동 손 놓고 있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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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대장동 특혜 개발·로비 사건에 연루된 최윤길 전 성남시의회 의장이 지난 18일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구속영장 실질 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그는 이날 영장이 발부돼 구속수감됐다. [뉴스1]

대장동 특혜 개발·로비 사건에 연루된 최윤길 전 성남시의회 의장이 지난 18일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구속영장 실질 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그는 이날 영장이 발부돼 구속수감됐다. [뉴스1]

경찰의 강제수사와 증거수집 덕분에 구속

검찰은 시늉만 하고, 감사원은 감사 기각

대장동 특혜 개발·로비 사건에 연루된 최윤길 전 성남시의회 의장이 그제 사후 수뢰 혐의로 구속됐다. 2013년 2월 성남시의회 의장이던 최씨는 대장동 개발의 시발점이 된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 조례안을 시의회 본회의에 상정, 통과시키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이후 의장직에서 물러난 뒤 화천대유 부회장으로 영입돼 연봉 8400만원 등을 받고 40억원의 성과급을 약속받은 혐의다. 최씨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성남시장에 당선될 때 선대위원장을 지냈던 측근이다. 대장동 사업 초기 때인 2012년 유동규 전 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을 대장동 사업자들에게 소개한 사람도 최씨다. 시정을 감시·감독하며 건설 투기의 씨앗을 발본색원해야 할 시의회 최고위 인사가 본분을 망각한 채 건설 투기세력과 짜고 공범 또는 하수인 역할을 자처한 것이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최전선에 심각한 도덕적 해이가 만연돼 있음을 방증한다.

최씨 구속은 경찰이 대장동 수사에 나선 이후 첫 피의자 구속 사례다. 경찰은 천화동인 5호 소유주인 정영학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에 “성남시의장에게 30억원, 성남시의원에게 20억원 전달”을 단서로 수사에 착수했다. 일찌감치 최씨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강제수사를 거친 게 성공 요인이다. 결국 2개월 만에 녹취록의 언급이 사실임을 입증했다.

하지만 대장동 사건 본류에 대한 검찰 수사는 수개월째 답보 상태다. 대장동 사건의 핵심은 ‘누구의 비호 아래 건설 투기세력이 엄청난 이익을 독점했느냐’는 것이다. 검찰은 성남시 압수수색 때 시장실과 비서실은 맨 마지막에 시늉하듯 다녀가더니 대장동 사업 결재라인에 있었던 정진상 선거대책위 비서실 부실장을 소환조사하는 데만 한 달이 넘게 걸렸다. 이러는 사이 피의자·참고인 등이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러니 여당 대선후보 봐주기라는 비판을 받는다. 11년간 성남시 감사를 하지 않은 감사원이 “8000억원대 이득을 몰아준 사업 설계 과정을 감사해 달라”는 국회의원과 주민들의 공익감사 청구를 지난달 기각한 것도 문제다. 감사원은 “수사·재판이 진행 중이고 감사 청구기간 5년이 지났다”는 이유를 댔지만 궁색한 변명이다. 의지만 있다면 수사·재판 사안은 피해 가며 감사할 수 있다.

마침 어제 화천대유 김만배 회장이 420억원으로 예상되는 공동주택 용지의 분양수익을 이른바 ‘50억 클럽’ 인사들에게 전달하려는 자금조달 계획을 세웠고, 곽상도 전 의원이 아들을 통해 주기로 했던 돈을 달라고 채근했다는 등 정영학 녹취록의 구체적 내용이 일부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이제라도 검찰은 심기일전해 재수사도 불사한다는 각오로 임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 때를 놓치면 언젠가는 매를 맞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