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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청와대의 관례 깬 조해주 잔류 결정, 선거 중립 맞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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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9년 1월24일 오후 청와대에서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후 이동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9년 1월24일 오후 청와대에서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후 이동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상임위원 3년 임기 관례 깨고 사의 반려

3년 더 하라는 청와대 … 8명 중 7명 친여

문재인 대통령이 다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중립성에 의심을 불러올 결정을 했다. 조해주 선관위 상임위원이 임기 3년 만료인 24일을 앞두고 제출한 사의를 사실상 반려했다고 한다.

선관위원의 임기는 6년이지만 이 중 선관위의 행정과 조직을 좌우하는 상근직 상임위원의 임기는 3년이다. 1999년 상임위원 임기규정을 둔 이래 7명의 상임위원이 3년 임기를 마치고 선관위를 떠났다. 불과 얼마 전까지 청와대가 조 상임위원의 사퇴를 전제로 후임자를 물색하기도 했다. 청와대가 이번에 임기 관례를 깨는 결정을 한 것이다.

이로 인해 조 상임위원은 선관위원으로 잔류하게 됐다. 조 상임위원은 2017년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의 특보였다고 캠프 백서에 기록된 인사다. 문 대통령이 국회 인사청문회도 패싱하고 임명했다. 이후 선관위는 내내 중립성 시비에 휘말렸다. 2020년 총선에서 ‘비례자유한국당’이란 당명을 불허하는 등 야권에 불리한 결정을 내려 비판을 받더니 지난해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선 시민단체들의 ‘보궐선거 왜 하나요’란 캠페인을 금지했다. 조 상임위원 자신이 임기를 반년 남겨둔 지난해 7월 돌연 사표를 내 사실상 문 대통령에게 상임위원 ‘알박기’ 인선을 할 기회를 주려 했다는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문제 있는 인사를 3년 더 선관위에서 일하게 둔 것이다.

청와대는 그러면서 상임위원을 기존 대통령 몫 선관위원에서 뽑아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상임위원은 보통 대통령이 지명한 자 가운데 호선됐다고 하는데, 누굴 정할지는 선관위원들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했다. 청와대의 말대로 선관위원 중 호선으로 상임위원을 정하는 형식이긴 하다. 하지만 실제론 대통령이 상임위원이 될 선관위원 후보자를 지명해 왔고, 더 엄격한 국회 인사청문 과정을 거쳤다. 청와대의 이번 입장은 기존의 대통령 몫 선관위원(이승택·정은숙) 중 한 명, 즉 덜 검증된 인사를 상임위원으로 뽑는다는 의미다. 이는 관례의 파괴일 뿐만 아니라 선관위의 약화를 불러올 수 있다.

이래서야 “청와대의 선관위 장악 꼼수”란 국민의힘 비판이 과하다고 할 수 있겠나. 민주당이 국민의힘 추천 몫 선관위원 후보자(문상부)의 19일간 당적 보유 전력을 이유로 인준을 반대하고 있어 국민의힘에선 “선관위원 8명 중 7명이 친여 성향”이라고 반발하고 있기도 하다. 더욱이 청와대가 지난해 11월 선관위에 2010년 이후 위임전결 규정 개정사항 자료를 요구해 들여다봤다니 더욱 의심스럽다.

문 대통령은 입으론 선거 중립을 말하지만 전례 없이 여당 의원을 행정안전부 장관(전해철), 법무부 장관(박범계)으로 두고 있다. 선관위마저 흔들어선 곤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