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애 낳으면 바보' 히트...구독자 18만 최재천 "미친 척 꾸준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6면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를 12일 서울 이화여대 연구실에서 만났다. 최 교수는 유튜브 ‘최재천의 아마존’ 동영상도 이곳에서 촬영한다. 김상선 기자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를 12일 서울 이화여대 연구실에서 만났다. 최 교수는 유튜브 ‘최재천의 아마존’ 동영상도 이곳에서 촬영한다. 김상선 기자

“눈앞에 이익이 안 보이더라도 미친 척하고 꾸준히 한 힘인가 보다.” ‘유튜버 최재천’은 설레는 표정이었다. 구독자가 최근 두 달 새 10배 넘게 늘었다. 동물학자인 최재천(68)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가 유튜브 채널 ‘최재천의 아마존’을 개설한 건 2020년 10월이다. 1년 넘게 1만6000명에 머물던 구독자 수가 19일 현재 18만8000명이다. 지난해 11월 23일 올린 ‘한국에서 애 낳으면 바보죠’ 동영상이 화제가 된 덕분에 급증했다. 매주 한 개씩 올린 다른 동영상 70여 개도 덩달아 인기몰이를 했다. 지난 12일 서울 이화여대 연구실에서 그를 만났다. 동영상 속 배경이 된 바로 그곳이다.

유튜브는 왜 시작했나.
“2013년 제인 구달 박사와 함께 만든 생명다양성재단 운영을 위해서다. 운영비가 연간 2억원 정도인데, 1억원씩 대기도 힘들었다. 이제 월급 받는 직원이 한 명뿐이다. 누군가 ‘유튜브를 해 그 수익으로 운영해보라’고 하더라. 그래서 시작했다.”

동영상 제작은 콘텐트 기획·컨설팅업체 도움을 받았다. ‘동물 얘기 좀 하면 되겠지’ 생각했는데, 그걸로 될 일이 아니었다. 조회 수·구독자 수가 몇천을 넘지 못했다. 네이버 지식인에 직접 답변을 다는 ‘내공왕 도전’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겼지만, 수익은 “아직 1원 한장 들어온 게 없다”고 했다.

꾸준히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뭔가.
“뭐를 시작하면 계속하는 성격이다. 개미 연구, 까치 연구도 수십 년씩 했고, 인도네시아 긴팔원숭이 연구도 16년째다. 어릴 땐 아버지한테 ‘진득하지 못하다’고 꾸지람을 많이 들었는데, 학자로서 삶은 꾸준히 버티는 삶이었다.”

히트작인 ‘한국에서 애 낳으면 바보죠’는 뇌과학자 장동선 박사 조언을 듣고 만들었다. 먼저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 장 박사는 지난 8월 ‘지금까지 과학으로 밝혀낸 죽음에 관한 충격적인 사실들’ 동영상으로 ‘조회 수 폭발’을 경험했다. 재미 위주 가벼운 주제에는 없던 반응이었다. “진지한 구독자가 제법 있는 것 같다”는 장 박사 말을 듣고 심각한 주제를 건드리기로 했다.

‘저출생’은 그가 2005년부터 다뤄온 문제다. 합계출산율이 0.84명(2020년 통계)까지 추락한 현실을 “당연한 진화적 적응 현상”으로 받아들인다. “머릿수가 많아지면 환경 파괴 등 문제도 심각해진다. 선진국이 인구 줄어든다고 각자 출생률을 올리면 공멸하는 수밖에 없다. 답은 국경을 여는 거다. 사람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최근 그는 무겁고 민감한 이야기를 주로 다룬다. ‘한국 정치가 답답한 이유’ ‘사교육과 공교육의 싸움’ ‘종교를 믿는 과학적인 이유’ 등 우리 사회의 고질적 갈등 요소를 동물 생태에 빗대 풀어낸다. “침팬지·하이에나 등 집단생활을 하는 동물 사회를 보면 가장 큰 권력을 쥔 으뜸 수컷이 모든 걸 다 갖지 않는다. 진화의 역사를 보면 적절히 나눌 줄 아는 리더가 살아남는다”고 설명하는 식이다. 그는 한국 사회가 맞닥뜨릴 가장 큰 갈등으로 세대 갈등을 꼽았다.

표면적으론 젠더 갈등이 심각한데.
“남녀는 그래도 자식을 낳고 살아야 돼 언젠가는 어우러지게 돼 있다. 세대 갈등은 훨씬 조정하기 힘들다. 호모 사피엔스는 진화 과정에서 작정하고 고령화를 선택했다. 육아를 대신해줄 조부모 세대가 있어 젊은 세대가 문명을 일으킬 수 있었다. 번식을 끝내고도 사는 동물은 사람뿐이다. 그래서 세대 갈등 해법은 다른 동물에게서 힌트를 얻을 수 없다.”

서울대·하버드대 등을 거치고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국립생태원장 등을 지낸 덕분에 삶에서 끄집어낸 이야기도 풍성하다. 1984~90년 하버드대 기숙사 사감을 지낸 그는 지난달 ‘하버드생과 서울대생 비교’ 동영상에서 20년간 하버드대 비밀 입학사정관으로 활동한 사실을 털어놨다. 그는 현재 민관 합동 ‘코로나19 일상회복지원위원회’ 공동위원장 직을 김부겸 총리와 함께 맡고 있다. 내친김에 “언제 코로나19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물었다. 그는 “올해 안에는 가라앉지 않을까” 조심스레 전망하며 “진화생물학자로서 볼 때…”라며 말을 이었다. “병원체는 전파력과 치명성을 함께 키울 수 없다. 오미크론의 감염력이 강하다는 건 반가운 얘기다. 오미크론 다음 변이종의 전파력이 더 강할 경우 ‘이제 끝나가는구나’ 생각해도 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