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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브레이브걸스’ 되나…프로미스나인, 역주행 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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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걸그룹 프로미스나인이 지난 17일 서울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미니 4집 ‘미드나잇 게스트’ 발매 기념 쇼케이스에서 신곡을 선보이고 있다. [뉴스1]

걸그룹 프로미스나인이 지난 17일 서울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미니 4집 ‘미드나잇 게스트’ 발매 기념 쇼케이스에서 신곡을 선보이고 있다. [뉴스1]

제2의 브레이브걸스가 될까.

걸그룹 프로미스나인(fromis_9)이 가요계에 또 다른 역주행 서사를 쓰고 있다. 17일 발매한  미니 4집 ‘미드나잇 게스트(Midnight Guest)’가 7만 장 넘게 판매되면서, 지난해 5월 발매된 ‘나인 웨이 티켓(9 WAY TICKET)’이 세웠던 초동(발매 첫주) 판매량 자체 최고기록(3만7000장)을 두 배 가까이 넘기며 커리어 하이를 달성했다. 선주문이 13만 장가량 들어와 주말까지 합치면 판매량은 더 증가할 것이 확실시된다. 19일 현재 한터차트 실시간 앨범 차트에서도 선두에 올랐다.

프로미스나인은 2017년 Mnet의 오디션 프로그램 ‘아이돌 학교’를 통해 데뷔한 9인조 걸그룹이다. 그러나 걸어온 길은 굴곡이 많았다. 출발부터 순항과는 거리가 멀었다. Mnet의 또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인 ‘프로듀스’ 시리즈보다 시청률이나 화제성이 현저히 낮았다. ‘프로듀스 101’ 시즌 1의 바로 다음 해에 방영되면서 시선을 끄는 데는 성공했다. 첫 회 시청률은 2.3%. 그러나 갈수록 시청률이 떨어지면서 결국 0.6%로 종료됐다. 통상적으로 데뷔 멤버를 선발하는 최종회의 시청률이 가장 높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예상 밖의 뒷걸음질을 친 셈이다.

이런 분위기는 데뷔 이후에도 이어졌다. I.O.I나 아이즈원 등 ‘프로듀스’ 출신 걸그룹에 비해 한 발 뒤쳐진 행보를 보였다. 음악방송에서 첫 1위를 한 것은 지난해 9월 7일(MBC ‘THE SHOW’)이다. 데뷔 뒤 1323일 만이다. 이는 브레이브걸스의 1854일, CLC의 1427일에 이어 세 번째로 늦은 기록이다. I.O.I와 아이즈원이 각각 데뷔곡 ‘너무너무너무(Very Very Very)’와 ‘라비앙로즈(La Vie en Rose)’로 출발과 동시에 가요계 정상에 올랐던 것과도 대조되는 행보였다.

그러나 지난해 9월 ‘Talk & Talk’로 첫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이번에 발매된 앨범까지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는 뒷심을 발휘하자 제2의 브레이브걸스가 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두 걸그룹은 1위 기록이 늦었던 것 외에도 ‘군심(軍心)’ 획득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지난해 가요계의 신데렐라로 떠오른 브레이브걸스는 ‘군통령’이라는 호칭을 얻을 정도로 군대에서 든든한 지원사격을 받은 것으로 유명하다. 활동의 상당량을 부대 위문공연 행사에 쏟았던 이들은 2017년 내놓은 ‘롤린’이 군번을 이어가며 명곡으로 애창되면서 화제가 됐다. 지난해 3월 14일 SBS ‘인기가요’에서 1위를 한 브레이브걸스는 “국군 장병, 예비역, 민방위 모두 감사합니다”라며 울먹인 이유다.

프로미스나인 역시 차세대 군통령의 행보를 걷고 있다. 국방일보가 지난해 11월 공개한 ‘동계 경계근무 함께 서보고 싶은 스타’ 순위에 따르면 1위는 에스파, 2위는 아이유, 3위는 프로미스나인이었다.

지난해 프로미스나인은 군부대 위문공연에 공을 들였는데, 국방TV가 제작하는 음악프로그램 ‘위문열차’에 3차례(4월 17일, 10월 15일, 12월 3일·방송일 기준) 출연했다. 걸그룹 중에서는 라붐(4회)에 이어 둘째로 많다. 해당 프로그램이 코로나19 등의 이유로 5~9월엔 제작되지 않았다는 것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수치다.

가요계에서는 프로미스나인의 선전에 소속사 변경도 어느 정도 영향력을 끼쳤을 것으로 본다. 프로미스나인은 지난해 8월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로 이적했다. 플레디스는 세븐틴·뉴이스트 등 쟁쟁한 K팝 아이돌 그룹을 보유했다. 방탄소년단(BTS), 투모로우바이 투게더의 빅히트뮤직, 엔하이픈의 빌리프랩과 함께 국내 4대 기획사인 하이브의 한 축이기도 하다.

김진우 가온차트 수석위원은 “프로미스나인의 급격한 성장은 다른 면에서 색다른 변화가 있었다기보다는 플레디스라는 거대 기획사로의 이적이 가장 큰 변수로 보인다”고 말했다. 프로미스나인이 첫 1위를 한 것이 소속사를 변경한 뒤 불과 1개월 뒤였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플레디스 측도 “음악뿐 아니라 PR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원했는데, 어느 정도 성과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한편으로 박희아 아이돌 전문 칼럼니스트는 전 세계적으로 부는 K팝 걸그룹 붐을 이유로 꼽았다. 그는 “최근 가장 큰 인기를 얻는 에스파를 필두로 ‘닮고 싶고 따라 하고 싶은 K팝 걸그룹’에 대한 니즈가 해외 팬들에게는 매우 큰 상황”이라며 “프로듀스나인도 이런 상황 속에서 트렌디한 콘셉트를 시도하면서 해외 팬들에게 더 관심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앨범 판매도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 K팝 걸그룹의 앨범 판매량은 연일 증가하는 추세다. 12월 데뷔한 6인조 걸그룹 아이브가 15만2200장으로 데뷔 앨범 초동 판매 기록을 세웠고, 이어 한 달 만에 9인조 신인 걸그룹 케플러(Kep1er)가 20만 6500장으로 종전 기록을 갈아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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