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붕괴 아파트 크레인 기사 “한파에도 열풍기 못봤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고용노동부와 경찰이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와 관련해 19일 서울 용산구 현대산업개발 본사 압수수색을 한 뒤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고용노동부와 경찰이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와 관련해 19일 서울 용산구 현대산업개발 본사 압수수색을 한 뒤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광주광역시 현대산업개발 신축 아파트 붕괴사고를 조사 중인 경찰이 공사 현장에서 콘크리트 양생 작업이 부실하게 진행됐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진술을 확보했다. 동절기 대형 건설현장에서 콘크리트를 굳히는 장비로 쓰는 ‘열풍기’가 영하권 날씨에도 반입되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광주 서구 화정동 신축 아파트 붕괴사고 현장에서 일했던 타워 크레인 기사 A씨는 19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붕괴한 건물에서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하던 날 열풍기를 상층부로 올려준 적이 없었다”며 “이런 내용을 경찰 조사에서 진술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1일 오전 8시 출근해 오전 10시 30분까지 강풍으로 작업이 중단될 때까지 건물 상층부로 자재 등을 옮겼다.

열풍기는 동절기 건설 현장의 온도를 올리기 위해 사용한다. 콘크리트가 굳기 좋은 조건을 만들기 위해서다. 사고 당일 광주지역 평균기온은 영하 1.6도였다. 전문가들은 “콘크리트가 굳기 어려운 상황에서 타설하다 붕괴했기 때문에 사고 원인을 밝히려면 시공사 측이 양생 조건을 맞추기 위해 열풍기 등 적합한 장비를 가동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A씨는 “다만 고체연료를 반입한 적은 있다”며 “영하권이 되면 고체연료를 올렸는데 1개 층 올릴 때마다 100개 정도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고체연료는 불을 피워 콘크리트 양생 조건을 맞추기 위한 공사 자재라는 게 업계 관계자 설명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고체연료는 불 피운 1m 근처만 온도가 올라가 한파 속에는 사용하기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최명기 대한민국 산업현장 교수는 “열풍기를 사용하면 전기료 등 비용이 발생해 상대적으로 싼 고체연료를 사용한 것 같다”며 “고체연료는 열풍기보다 효과가 떨어져 충분한 양이 배치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건설노조 광주·전남본부 관계자는 “열풍기를 쓰지 않는 대형 건설사는 사실상 없다”며 “현대산업개발 같은 건설사가 열풍기를 사용하지 않았다니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고와 관련해, 경찰은 고용노동부와 함께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 본사에 대한 강제수사에 들어갔다. 업계 관계자 등에 따르면 경찰과 노동부는 이날 오전 9시 30분부터 서울 용산구 현대산업개발 본사와 광주서구청, 설계사무실, 자재공급업체 등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사고 아파트 공사(기술·자재), 안전, 계약(외주) 관련 서류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