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vs 기재부…4월 '교육교부금' 개편 놓고 힘겨루기 시작

중앙일보

입력 2022.01.19 19:18

업데이트 2022.01.21 11:58

등교하는 학생들 모습. [연합뉴스]

등교하는 학생들 모습. [연합뉴스]

"학생 수가 줄어드니까 교육 재정도 줄어드는 게 순리다."(기획재정부)

"아니다. 학급·교사 수가 늘어나니까 교육 재정이 늘어날 수도 있다."(교육부)
오는 4월 정부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부금) 개편 논의를 앞두고 부처 간 힘겨루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개편 일정이 다가오자 기재부에 비해 소극적이었던 교육부도 적극적으로 변했다. 19일 교육부는 지방교육재정 설명자료를 내고 재정 당국의 교부금 축소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례적인 교육부의 행보에 "교부금 축소 기류에 위기감을 많이 느낀 것 같다"는 분석이 나온다.

교육부 "교부금 오히려 늘려야 할 수도"

[윤홍주 교수 제공]

[윤홍주 교수 제공]

교육부는 학령인구 감소가 교육 재정에 끼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고 강조했다. 교육 재정 수요에 큰 영향을 주는 건 학급·교원·학교 수인데, 이 세 가지는 오히려 증가 추세라는 주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 재정 특성상 인건비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고, 인건비는 교원 수가 가장 크게 좌우한다"면서 "이는 학생 수가 아니라 학급 수에 따라 결정된다"고 말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2001∼2021년 학생 수는 250만명 줄었다. 반면 학교·학급·교원 수는 각각 1716개, 2만1000개, 9만5000명 늘었다. 학급당 학생 수를 꾸준히 줄여나간 게 컸다. 2025년까지 과밀학급을 없애고 표준학급(학급당 18~20명)으로 전환하려면 2020년보다 14.5%의 교원을 더 뽑아야 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또한 교육부는 교부금이 초·중등 교육에 과잉 투자되는 것도 아니라고 지적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교육비(3.5%)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3.4%)보다 0.1%포인트 높다. 이는 공교육비에서의 민간 재원 부담이 높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부금을 줄이는 등의 정부 투자 축소는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교부금 일부를 대학 같은 고등교육 재원으로 쓰자는 방안에 대해서도 교육부는 난색을 보였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부금은 법률에 유·초·중·고 교육을 위해 활용하도록 규정돼 있고, 고등교육에 쓸만한 여력도 없다"며 "부족한 고등교육 재원은 고등교육교부금법 제정 등으로 추가 확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기재부 "교부금 자동 할당 없애야"

김학수 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장이 지난해 12월 29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브리핑실에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방안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뉴스1]

김학수 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장이 지난해 12월 29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브리핑실에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방안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뉴스1]

반면 기재부 등 재정 당국은 학령인구 감소를 계기로 교부금의 '내국세 연동 방식'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교부금은 내국세의 20.79%와 교육세 일부로 충당한다. 내국세가 늘어날수록 시·도 교육청에 배정하는 교부금도 자동으로 늘어나는 구조다. 지난해 53조2000억원이던 교부금은 올해 내국세 상황을 반영해 65조1000억원으로 증가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교부금 규모가 2020년 54조원에서 2060년 164조원으로 늘어나는 반면, 같은 기간 학령인구는 546만명에서 302만명으로 44.7% 감소한다고 내다봤다. 이대로라면 학생 1인당 교부금은 급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KDI는 "내국세에 연동된 교부금 재원 마련 방식을 학령인구 변화 추이를 반영하는 쪽으로 바꿔야 한다. 소득 증가와 물가 상승 범위 내에서 교육 투자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밝혔다.

부처 간 줄다리기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교육부는 24일 '지방교육재정 현안 진단 및 개선 방안 모색'이란 전문가 토론회를 개최한다. 이틀 뒤인 26일엔 KDI가 '인구구조 변화와 교육재정 개혁'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 예정이다.

"제대로 썼나 돌아봐야" 교육계 자성도

교육계 내부에선 이번 개편을 계기로 자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교부금이 제대로 사용됐다면, 축소 주장이 지금처럼 힘을 얻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김경회 명지대 교육대학원 석좌교수는 "교육에 돈을 많이 쓰면 성과가 나와야 하는데, 지금 기초학력·학부모 만족도·사교육비 만족 이 세 가지 성과지표가 모두 다 악화했다"고 꼬집었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감이 교부금을 본인 사업하는 데 쓸 게 아니라, 최대한 일선 학교로 많이 내려보내야 한다"며 "교육이 실제 이뤄지는 현장에 교부금이 쓰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성과도 나고, 교부금을 지켜야 한다는 교육 당국의 논리도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홍주 춘천교대 교수 역시 교부금의 안정적 확보를 전제로 "지금처럼 교육 격차가 커지고 그 효과를 보여줄 수 없다면 교육 재정 규모를 줄여야 한다는 외부 주장을 견뎌내기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며 "앞으로 교육 재정은 격차 해소와 최소한의 기회 보장이란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교육 활동에 밀접하게 관련된 분야에 최우선 투자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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