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극도로 위험한 상황…러시아, 언제라도 우크라 공격 가능"

중앙일보

입력 2022.01.19 13:05

업데이트 2022.01.19 15:03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18일(현지시간) 러시아 외부장관과 담판을 짓기 위해 유럽으로 출국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18일(현지시간) 러시아 외부장관과 담판을 짓기 위해 유럽으로 출국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을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 간 갈등이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18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임박했다는 경고를 내놨다. 이날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담판을 짓기 위해 유럽으로 출국했다.

美 국무장관, 21일 러시아와 담판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러시아가 언제든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 국경 지역에 "극도로 위험한 상황"이 조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키 대변인은 "우리의 견해는 지금은 극도로 위험한 상황(extremely dangerous situation)이라는 것"이라며 "지금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해 언제든지(at any point) 공격을 개시할 수 있는 단계에 와 있다"고 밝혔다.

백악관 경고가 나온 날 블링컨 장관은 우크라이나와 독일을 거쳐 21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라브로프 외무장관과 협상하기 위해 출국했다.

사키 대변인은 블링컨 장관이 협상에서 러시아 측에 "긴장을 낮추기 위한 즉각적인 조처를 할 것을 촉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키 대변인은 "블링컨 장관이 할 일은 외교적으로 나아갈 길이 있다는 것을 매우 분명하게 강조하는 것"이라면서 "심각한 경제적 후과를 겪을 것인지 아닌지를 결정하는 것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러시아인들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美 "러시아-독일 가스관 중단" 압박 

사키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 카드로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가스관 '노르트 스트림 2' 사업 중단을 고려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가스관 연결을 중단하면 러시아에 경제적 타격을 줄 수 있지만, 이를 위해선 독일의 협력이 필요하다.

블링컨 장관은 독일을 방문해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이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숄츠 총리는 가스관 중단 협력에 대해 확답하지 않다가 이날 옌스스톨렌버그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과 공동 기자회견에서 미국에 협조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숄츠 총리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개입이 있을 경우 모든 문제가 논의 대상이며 러시아가 높은 비용을 치러야 할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독일에서는 영국과 프랑스 외무장관과도 만나 러시아 침공 시 대응을 논의할 예정이다.

사키 대변인은 러시아의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 시스템 접근을 차단할 가능성도 여전히 옵션이라고 언급했다.

미국 정부는 우크라이나 내 친러시아 인사에 대한 자산 동결도 검토 중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CNN은 미국이 나토를 통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추가로 지원하는 방안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러시아와 회담 하루 전인 20일 제재를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고 미국 언론은 전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징후 관측

백악관 외에도 바이든 행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미국 유엔대사는 이날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행동은 그들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계획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움직임을 보인다"고 말했다.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러시아가 긴장을 단계적으로 줄일 의사가 있다는 신호나 징후는 없다"고 말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지난주 미국과 러시아, 동맹국 간 회담이 전쟁을 향한 모멘텀을 막지 못한 뒤 미국 행정부 고위 인사들이 공개적으로 경종을 울리는 발언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 '위장 작전(false-flag operation)'을 펼칠 공작원을 배치해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명분 쌓기에 들어갔다는 미국 정보 당국 분석도 경계심을 높이는 데 영향을 줬다.

도심 전투 훈련과 폭발물 사용 훈련을 받은 공작원들이 우크라이나 병력으로 위장해 러시아 대리군을 상대로 공격을 시작하면, 이를 명분으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 진입한다는 시나리오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좌관은 지난 13일 "러시아는 사보타주 활동과 정보 작전 등 침공 빌미를 조작할 수 있는 옵션을 갖기 위해 우크라이나가 동부 지역에서 러시아군에 대한 즉각적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는 주장의 토대를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가 이달 초 우크라이나 키예프 주재 러시아 대사관에 있는 외교관과 가족 18명을 본국으로 철수시켰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서부 리비우에 있는 러시아 영사관까지 포함하면 약 30명이 귀국했다고 한다. 다른 영사관 2곳 외교관들도 철수 준비를 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우크라이나 국경을 따라 10만 명 이상의 병력을 집결시킨 러시아는 지난 17일부터 우크라이나 북쪽 접경 국가 벨라루스에 러시아군 병력과 군사 장비를 이동시키고 있다.

러시아와 벨라루스는 다음 달 10~20일 실시하는 합동 군사훈련을 위한 이동이라고 설명했지만, 러시아가 북쪽에서도 우크라이나를 압박할 수 있는 형세가 만들어졌다.

美 "외교적 해법 아직 남아있어"  

워싱턴포스트는 "현재 미국 관리들은 러시아가 제시한 요구사항을 거부하기로 결정하면 일부 군사 전문가들이 말하는 '수십 년 만에 유럽에서 가장 큰 지상전'으로 이어질 것인지 추측하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등 옛 소련 국가들의 나토 가입 금지, 나토 군과 무기의 동부·중부 유럽 배치 불가 등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경제 제재 가능성을 언급하며 러시아를 압박하면서도 외교적 해결 가능성이 아직 살아있다고 강조했다. 국무부 고위 관계자는 전화 브리핑에서 미·러 외교장관 회담 개최는 "외교가 아직 죽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 고위 관계자는 "우리는 의미 있는 상호 대화를 통해 러시아와 안보 문제에 대해 계속 관여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러시아도 같은 준비가 돼 있는지 이번 주 금요일에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회담을 어느 쪽이 먼저 제안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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