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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30% 박스' 갇힌 李, 선대위에 "또박또박 걷는걸로 족한가"

중앙일보

입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8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일자리 대전환 6대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18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일자리 대전환 6대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또박또박 걷는 거로 충분한 게 맞냐. 국면을 뒤집을 큰 화두나 전략 정책이 안 보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 13일 선거대책위원회 정책본부 텔레그램 방에 이 같은 메시지를 던졌다. TK(대구·경북)권 조직을 총괄하는 홍의락 전 의원이 이 후보에게 보낸 메시지를 그대로 옮긴 것이다. 잠시 뒤 윤후덕 정책본부장은 “준비하겠습니다”라고 반응했다.

이 메시지에 대해선 “지지율이 30%대 박스권에 오래 갇히면서 답답함을 느낀 후보가 국면전환 카드를 주문한 것”(정책라인 관계자)이라는 해석이 돌았다. 중앙일보가 여론조사 업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15일~16일 전국의 만 18세 이상 남녀 100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다자대결 조사에서 이 후보는 33.4%의 지지율을 기록해 윤 후보(35.9%)보다 2.5%포인트 뒤처졌다. 지난해 12월 30일~31일 같은 조사에 비해 6%포인트 하락한 수치였다. (※ 자세한 내용은 중앙일보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지지율 정체에 당내서도 “한방이 없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열린 2022년 소상공인연합회 신년인사회에 참석,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열린 2022년 소상공인연합회 신년인사회에 참석,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똘똘한 한 방에 대한 갈증을 느끼는 건 이 후보만이 아니다. 지난 11일 의원총회 직후, 민주당 의원 전체 텔레그램 방에는 “이슈를 전환할 큰 전략 공약이 필요하다”(신동근 의원), “요동치는 선거판에서 따박 따박 한점씩 얻어가는 것만으로는 역부족”(박홍근 의원) 등의 의견이 올라왔다. “저쪽은 네거티브에 집중하지만, 우리는 하던 대로 경제·민생을 챙기자, 또박또박 걸어나가자”는 취지였던 강훈식 전략기획본부장의 브리핑에 대한 반응이었다.

그동안 민주당 선대위는 18일 현재 48개째 발표된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시리즈를 비롯 생활밀착형 공약 발표에 치중해왔지만 지지율 견인에는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 14일 46번째 소확행 공약으로 발표된 탈모 치료 건강보험 확대 구상은 발표 전부터 큰 반향과 논란을 불렀지만 지지율 반등을 이끌진 못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석열씨의 심쿵약속’ 등 유사한 접근법을 내놓으면서 신선도가 반감했다는 분석도 있다. 수도권 재선 의원은 “국민의힘이 자중지란을 겪던 연말까지만 해도 생활 공약의 차별화 효과가 있었지만 야권 단일화 기대치가 높아지면서 소소한 공약들이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가 메시지를 전달한 이후 “논쟁적이지만 소구력 있는 어젠다 발굴이 정책본부의 최우선 과제가 됐다”(선대위 핵심관계자)고 한다. 그러나 아직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한 분위기다. 지난 10일 송영길 대표에게 ‘김포공항 이전’ 방안을 보고받던 자리에서도 이 후보는 “대규모 수도권 개발 계획 발표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말했지만 서울권 의원들의 거센 반발에 막혀 절충안 마련이 길어지고 있다.

박용만·윤여준 등 '빅 샷' 영입에 심혈

윤여준 전 장관이 23일 서울 중구 중앙일보사에서 21대 총선 관련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윤여준 전 장관이 23일 서울 중구 중앙일보사에서 21대 총선 관련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분위기 전환을 위해 선대위는 중도성향 거물 영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그간 당내 핫라인을 통해 박용만 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이상돈 전 교수 등과의 물밑 교섭을 진행해 왔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인재영입에 관여하고 있는 한 다선 의원은 “이기는 판이 돼야 들어오려 할텐데 자꾸 결단들이 유보되고 있다”고 전했다.

기대를 걸고 있는 TV토론 일정은 18일에도 확정되지 않았다. 하루라도 빨리 치르자는 민주당과 설 연휴 첫날(31일)이 적기라는 국민의힘이 맞서서다. TV토론에 대해선 “유능한 이재명 후보와 불안한 윤석열 후보가 극적 대비를 이룰 것”(선대위 공보라인 관계자)이라는 기대가 여전하지만 일각에선 “윤 후보에 대한 기대치는 낮고 이 후보에 대한 기대치는 높아 작은 실수도 실점이 될 수 있다”(서울권 재선 의원)는 우려도 나온다.

박스권 지지율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선대위의 투톱 격인 김영진 총무본부장과 강훈식 전략기획본부장은 이날 기자 간담회를 자청했다. 강 본부장은 “여론조사 심의위원회에 등록된 430여개 조사를 종합하면,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가 1% 안쪽 박빙의 대결을 벌이고 있다”며 “최대 승부처는 ‘야권 단일화’가 아니라  TV토론”이라고 말했다. 향후 전략 기조도 ‘따박따박’에 맞췄다. 강 본부장은 “지금 시각은 물이 끓기 위한 비등점”이라면서 “어려운 상황에서 실수를 줄이고 국가 지도자로서의 모습을 보여야하는 기간이다. 설날 기점으로 누가 일을 더 잘하고, 더 지도자로 따를 만 한가, 누가 국민 삶을 이해하는 사람인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도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박스권 탈출 복안을 묻는 질문에 “국민 앞에서 상대방을 헐뜯기보다는 우리가 이 나라 미래를 위해서 어떤 일 할 것인지 또 상대보다는 더 나은 역량을 가졌다고 설명드리고 국민에게 기대는 게 전략”이라며 “국민들을 갈라서 갈등을 유발하고 또 그것으로 정치적 이득을 얻어 표로 만드는 전략을 쓸 생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은 행동 때문에 상대의 지지율이 떨어졌지만 복귀될 것이라고 연초에 말씀드렸다. 이번 선거는 1~2% 포인트 차이의 박빙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이 여전하다”며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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