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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비핵화보다 급하다…국민 70% 꼽은 '새정부 외교 과제' 1위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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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올 5월 출범하는 새 정부는 수많은 외교적 난제를 마주하게 된다.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선 국민의 생각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국내적 지지 없이는 어떤 외교 정책도 지속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중앙일보는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와 공동으로 한국의 외교 환경에 대한 인식을 알 수 있는 '민심으로 읽은 새 정부 외교과제' 시리즈를 진행한다. 여론조사 결과(1회)와 빅 데이터 분석 결과(2회), 전문가들이 꼽은 올해 아시아 11대 이슈(3회) 등을 전한다.

1회 여론조사는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해 11~12월 전국의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31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형식은 웹조사(문자메시지와 e메일로 url 발송)였으며,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 ±3.1%p였다.

특별취재팀

[민심으로 읽은 새 정부 외교과제-①]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5월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5월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진보와 보수 정부를 가리지 않고 유지해온 ‘한‧미 동맹이 한국 외교‧안보의 근간’이라는 대명제는 새 정부에서도 이어가야 할 핵심 기조라는 점이 국민 여론조사에서 재확인됐다. 차기 정부가 중시해야 할 외교적 과제에 대한 조사 결과는 ‘한‧미 관계는 지금도 좋지만, 더 강해져야 한다’로 요약됐다.

한·미동맹>비핵화>한·미·일 순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조사에서는 차기 정부가 가장 중시해야 외교적 과제를 물었다. 선택지는 ▶한·미 동맹 강화 ▶북한 비핵화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 ▶아세안 협력 강화 ▶한·중 관계 발전 ▶한·일 관계 회복 등 6가지였다.(복수응답)

이 중 한·미 동맹 강화를 꼽은 응답자가 69.8%로 가장 많았다. 북한 비핵화를 택한 응답은 61.5%로 뒤를 이었다. 3위는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50.5%), 4위 아세안 협력 강화(46.7%), 5위 한·중 관계 발전(41.7%) 순이었다. 최하위는 한·일 관계 개선으로, 이를 우선과제로 꼽은 응답자는 29.8%에 불과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중앙 포토]

문재인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중앙 포토]

새 정부가 한‧일 관계 개선을 꾀해야 한다는 응답은 30%도 채 되지 않는 데 비해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를 과제로 꼽은 응답자가 절반을 넘어선 것은 3자 안보 협력을 한‧미 동맹 강화와 같은 맥락에서 접근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문재인 정부가 2019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잠정 종료 결정을 내렸을 때 한‧미 동맹이 급격히 악화하는 결과로 이어졌던 사례가 있다. 이는 동시에 차기 정부가 일본에 대한 냉담한 여론을 안은 채 한‧미‧일 안보협력을 꾀해야 하는 난제를 안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연령대 높을수록 ‘한·중 관계’ 무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중앙포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중앙포토]

또 미‧중 간 갈등 속에서 한‧미 동맹 강화를 택한 응답자가 한‧중 관계 발전을 택한 응답자보다 훨씬 많았다.(28.1%P 차이)

이런 반응을 연령대별로 분석해보니 통상 높은 연령층에서 한‧미 동맹에 대한 옹호가 더 강하다는 기존의 인식도 깨졌다. 19~29세 응답자 중 한·미 동맹 강화가 가장 중요한 외교 현안이라고 답한 비율은 79.4%, 30~39세 중에는 78.7%였다. 전체 응답자 평균(69.8%)보다 약 10%P 높았다.

반면 한·중 관계 개선을 중요하게 바라보는 비율은 40대 이상에서 높았다. 40~49세 중 44.4%, 50~59세 중 52.6%, 60세 이상은 49.5%였다.(전연령 평균은 41.7%)

미·중 사이 신냉전 구도에서 2030은 한·미 동맹 강화에 방점을 찍고, 중·장년층은 한·중 관계 발전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을 드러낸 결과로 분석된다.

日에 싸늘…“관계 나빠” 79.6%

이번 조사에서는 주요국과의 관계에 대한 평가가 해당국과의 관계 개선 필요성으로 직결되지 않는 경향성도 드러났다.

지금의 한‧미 관계가 좋다는 응답은 68.2%, 나쁘다는 응답은 3.8%로 가장 점수가 후했다. 그런데도 한‧미 동맹을 강화해야 한다는 답이 69.8%로 최우선 과제로 꼽힌 것은 차기 정부가 현재의 수준에 만족하지 말고 ‘동맹 업그레이드’를 위한 방안 마련을 고민해야 한다는 뜻이 될 수 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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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현재 한·일 관계가 어떻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79.6%가 “나쁘다”고 평가했다. 긍정적으로 본 응답은 3.1%에 불과했다. 특히 19~29세와 60세 이상 연령대에선 한·일 관계가 매우 좋다고 응답한 비율이 0%였다.

위안부·강제징용 피해 등 과거사 갈등에서 촉발된 정치‧경제 분야에서의 대립으로 인해 한·일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은 현 상황이 여론조사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그런데도 한·일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29.8%로 최하위 과제로 꼽혔다. 현재 한‧일 관계가 최저점이지만, 굳이 끌어올릴 필요도 없다는 인식이 지배적인 셈이다.

이는 차기 정부의 외교 난제엔 대일 외교도 있음을 보여준다. 새 정부는 국민의 비판적인 대일 인식을 엄중히 받아들이면서도 국익을 중심에 놓고 일본과의 관계를 새롭게 설정하는 난제를 풀어갈 필요가 있다.

남북-한·중 관계도 ‘낙제점’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문 정부가 역점을 뒀던 남북 관계 역시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의견이 많았다. 남북 관계에 대해 64.1%가 “나쁜 관계”라고 답했다. 남북 관계가 매우 좋다고 응답한 비율은 0.5%, 대체로 좋다고 평가한 비율도 4.4%에 그쳤다.

문 대통령이 지난 3일 임기 마지막 신년사에서 “한반도 상황은 어느 때보다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자평한 것과 대비되는 조사 결과였다. 이처럼 남북관계에 부정적인 여론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로 대표되는 문 정부의 지난 4년 6개월 간 대북 정책이 낙제점을 면하기 어렵다는 평가로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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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관계 역시 “매우 나쁘다”고 답한 비율이 9.6%, “대체로 나쁘다”고 답한 비율이 31.5%로 부정적 인식이 많았다. 한·중 관계를 긍정 평가한 비율은 9.6%였다.

외교부는 올 초 주요업무 추진계획 자료를 통해 정상·고위급 소통 강화를 통한 교류·협력을 복원했다며 “한·중 관계가 안정적으로 발전했다”고 강조했지만, 정작 국민 대다수는 이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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