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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용장 다운로드 하세요”…코로나가 불러온 지자체의 비대면 임용 풍속도

중앙일보

입력

경기 안양시가 최근 전보발령 받은 공무원들에게 수여한 모바일 임용장. 전송된 URL을 클릭한 뒤 ID 등을 넣은 뒤 다운로드하는 형식이다. 안양시

경기 안양시가 최근 전보발령 받은 공무원들에게 수여한 모바일 임용장. 전송된 URL을 클릭한 뒤 ID 등을 넣은 뒤 다운로드하는 형식이다. 안양시

올해 초 6급으로 승진한 경기도 안양시 공무원 A씨는 최근 시 총무과에서 특별한 휴대전화 메시지를 받았다. “승진을 축하드립니다”는 문구와 웹사이트 주소(URL)가 적힌 문자 메시지였다. 웹사이트 주소를 클릭하니 개인 식별정보 입력창이 떴다. 정보를 입력하자 A씨의 이름이 적힌 승진 임용장이 떴다. 임용장 이미지를 휴대전화 등에 다운로드 할 수 있는 ‘모바일 임용장’이었다. A씨는 “코로나19 유행으로 임용장 수여식 등이 사라졌다. 상황을 이해하면서도 내심 아쉬웠는데 문자메시지로 축하 선물을 받은 것 같았다”고 말했다.

종이 대신 다운로드하는 임용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공무원의 연말연시 인사 풍속도를 바꾸고 있다. 시무·종무식 등 각종 대면 행사가 취소되고 모바일 임용장을 도입하는 지자체가 늘면서다. 안양시는 최근 5급 이하 승진자와 전보 발령자 235명에게 모바일 임용장을 보냈다고 18일 밝혔다. 대회의실 등에 승진자와 발령 대상자들을 모이게 한 뒤 직접 전달하던 관행을 벗어난 것이다.

안양시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유행한 2020년부터 거리두기 차원에서 6급 이하 승진자는 아예 임용장을 제작하지 않았는데 이를 아쉬워하는 이들이 많았다”며 “소속감 등을 심어주기 위해 모바일 임용장을 도입했는데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안양시는 5급 이하 공직자에게만 모바일 임용장을 도입했는데 대상자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시 강남구는 2020년 6월부터 모바일 임용장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강남구

서울시 강남구는 2020년 6월부터 모바일 임용장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강남구

모바일 임용장은 2020년 6월 서울시 강남구가 가장 먼저 도입했다. 지금까지 7차례에 걸쳐 모바일 임용장이 수여됐다. 강남구 관계자는 “당시 코로나19가 워낙 심했고 임용장을 받기 위해 구 전역에 있던 공무원들을 한자리에 모이게 하는 게 소모적이라는 판단이 들었다”고 모바일 임용장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이후 충청북도 영동군, 광주광역시 서구, 강원도 강릉시 등 전국 지자체들이 속속 모바일 임용장을 도입했다.

“편리하다” “계속 도입 어려울 것” 반응 엇갈려 

공무원들의 반응은 대부분 긍정적이다. 한 공무원은 “임용장을 받은 뒤엔 어디에 뒀는지 잊어버리는 일이 많았는데 요즘은 휴대전화에 저장하면 되니 편하다”고 말했다.

안양시

안양시

일부 지자체는 모바일 임용장 도입에 거부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코로나19가 종식되면 사용하지 않을 시스템”이라는 이유에서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일부 공무원이 모바일 임용장 도입을 제안해 검토했는데 경제적 효율성이나 지속성이 낮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아 채택하지 않았다”며 “또 아직까진 실물 임용장을 선호하는 공무원이 더 많다”고 말했다.

같은 이유로 일부 지자체는 모바일 임용장 시스템을 도입하고도 고위 공직자에겐 임명장을 제작해 전달하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19가 끝나도 ‘모바일 임용장’ 시스템이 활성화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안양시 관계자는 “매년 승진·전보 발령을 받는 이들이 수 백명이라 임용장으로 쓰는 종이량이 상당하다”며 “코로나19가 종식된다고 해도 종이 절약 등 긍정적 효과 때문에 모바일 임용장을 도입하는 지자체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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