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판 반전 실화vs해적 코믹 모험담, 설연휴 대작 흥행 격돌

중앙일보

입력 2022.01.18 12:44

업데이트 2022.01.19 09:36

'해적: 도깨비 깃발'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왕실 보물의 주인이 되기 위해 바다로 모인 해적들의 모험을 그린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해적: 도깨비 깃발'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왕실 보물의 주인이 되기 위해 바다로 모인 해적들의 모험을 그린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실화 바탕 정치 영화 ‘킹메이커’와 돌아온 조선시대 바다 활극 ‘해적: 도깨비 깃발’이 26일 나란히 개봉한다. 코로나19로 움츠렸던 한국 대작들이 설연휴 모처럼 흥행 격돌을 벌이게 됐다.
지난달 29일 개봉에서 방역 지침 강화로 인해 일정을 늦춘 ‘킹메이커’는 야당 대통령 경선이 반전을 거듭했던 1970년대 정치판을 돌아본다. 4년 전 스타일리시한 액션 느와르 ‘불한당: 나쁜놈들의 세상’으로 ‘불한당원’이란 열혈 팬덤까지 양산한 변성현 감독이 설경구와 재회했다. 여기에 이선균이 가세해, 김대중 전 대통령과 그의 참모 엄창록을 각각 모델로 한 야당 정치인 김운범(설경구), 네거티브 전술가 서창대(이선균)의 열띤 선거전을 그려냈다. 빛과 그림자처럼 대비되는 두 주연 배우의 연기 대결이 후반부로 갈수록 팽팽하다.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둔 지금 귀에 꽂히는 대사가 많다. “정의라는 것은 승자의 단어 아니냐” 등이다. 설경구는 “배경이 현재는 아니지만, 현재와 다 연관이 돼 있다”고 지난 11월 제작보고회에서 말했다.

1970년 신민당 대통령 경선 이후 고 김대중 대통령과 그를 도운 선거 전략가 엄창록의 실화가 토대인 영화 '킹메이커'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오는 29일 개봉한다. 배우 설경구가 김 전 대통령을 모델로 한 '김운범'을 맡아 전작 '불한당: 나쁜놈들의 세상' 변성현 감독과 다시 뭉쳤다. 엄창록이 모델인 선거 귀재 '서창대'는 배우 이선균이 맡았다. [사진 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

1970년 신민당 대통령 경선 이후 고 김대중 대통령과 그를 도운 선거 전략가 엄창록의 실화가 토대인 영화 '킹메이커'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오는 29일 개봉한다. 배우 설경구가 김 전 대통령을 모델로 한 '김운범'을 맡아 전작 '불한당: 나쁜놈들의 세상' 변성현 감독과 다시 뭉쳤다. 엄창록이 모델인 선거 귀재 '서창대'는 배우 이선균이 맡았다. [사진 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

그에 비해 ‘해적: 도깨비 깃발’은 어린 자녀를 동반한 가족 관객이 놀이기구 타듯 가볍게 즐길 만한 영화다. 감초 배우 유해진이 “음파” 한마디로 866만 관객을 웃긴 ‘해적’ 시리즈가 8년 만에 감독‧배우를 갈아입고 2편으로 돌아왔다. 해적과 의적이 힘을 합쳐 고려왕실의 사라진 보물을 찾아 나선다. 1편에서 손예진‧김남길이 호흡 맞춘 카리스마 해적 두목과 허당기 넘치는 고려 장수 출신 의적 캐릭터는 각각 해랑‧무치로 이름을 바꿔 한효주‧강하늘이 이어받았다. 짧은 머리에 퍼머한 듯한 무치의 헤어 스타일, 새로운 막내 해적 배우 이광수가 펭귄과 벌이는 소동극 등 진지한 역사 고증보단 만화 같은 재미를 앞세웠다. ‘탐정: 비기닝’(2015)에 이어 연출을 맡은 김정훈 감독은 지난 12일 시사 후 간담회에서 “어릴 때 읽은 『보물섬』이 가장 많은 영감을 줬다”고 밝히기도 했다.

‘킹메이커’ ‘해적2’ 설연휴 흥행 격돌
개봉 채비하는 한국 대작 라인업

반토막 난 한국영화 점유율 "코로나 후 시장 법칙 바뀌어"

설 대목 흥행 성적이 얼어붙은 극장 상황을 어떻게 바꿔놓을지도 주목된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총 극장 관객수는 6053만명. 영진위 연간 관객 집계가 시작된 2004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2020년보다는 100만가량 늘었지만, 한국영화 점유율은 30.1%로 전년(68%)보다 반 토막이 났다. 마블 히어로 영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마동석이 진출한 ‘이터널스’ 등 마블 히어로 영화(MCU) 4편을 비롯해 개봉을 미뤘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대거 돌아오면서다. 그에 반해 지난해 총제작비 100억원대 이상 한국영화 개봉작은 ‘모가디슈’(361만 명, 이하 총 관객), ‘싱크홀’(219만 명), ‘서복’(38만 명·OTT 티빙 동시 출시) 3편에 불과했다. “투자·배급사들들이 그간 쌓은 데이터가 역할을 못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장을 다시 만들어가야 한다”는 업계 목소리도 나오는 터다.
팬데믹 3년차에 접어들며 더는 신작을 묵혀둘 수만은 없는 상황. 그간 개봉을 망설였던 투자·배급사들도 관객을 만날 시점을 고르는 분위기다. CJ ENM‧롯데컬처웍스‧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NEW‧쇼박스‧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메리크리스마스‧트윈플러스파트너스 등 투자‧배급사들도 일제히 개봉 예정 라인업을 내놨다.

김한민·최동훈·윤제균…시대극에 빠진 천만 감독들 

먼저 천만 감독들은 시대극으로 향했다. 김한민 감독은 1761만 관객을 동원한 역대 흥행 1위 ‘명량’(2014) 전후 시점을 무대로 ‘한산: 용의 출현’ ‘노량: 죽음의 바다’를 내놓는다. 각각 이순신의 청년기와 말년을 박해일‧김윤석이 맡아, 이순신 해전 3부작을 완성한다. 천만 영화 ‘도둑들’ ‘암살’의 최동훈 감독 신작 ‘외계+인’은 고려 말기와 2022년 현재 사이 시간의 문이 열려버리는 독특한 SF 판타지 사극이다. 1‧2부를 동시 제작해 올해 1부를 먼저 공개한다. 2017년 비인두암 투병으로 활동을 중단했던 배우 김우빈이 ‘마스터’ 이후 6년 만에 스크린 복귀해 류준열‧김태리와 호흡 맞춘다. ‘국제시장’ ‘해운대’의 쌍천만 감독 윤제균이 첫 뮤지컬 영화에 도전한 ‘영웅’도 있다. 독립투사 안중근 의사의 삶을 원작 뮤지컬에 이어 정성화가 연기했다.

최동훈 감독 2부작 SF 영화 '외계+인'. 김우빈, 류준열, 김태리가 주연을 맡았다. [사진 CJ ENM]

최동훈 감독 2부작 SF 영화 '외계+인'. 김우빈, 류준열, 김태리가 주연을 맡았다. [사진 CJ ENM]

강제규 감독, 하정우‧임시완 주연 ‘1947, 보스톤’은 광복 직후인 1947년 보스턴 국제 마라톤 대회에 출전한 한국 선수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지난해 한국 최초 가톨릭 사제 김대건 신부의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촬영에 돌입한  영화 ‘탄생’은 조선 후기를 무대로 윤시윤이 주연을 맡아 올해 개봉 목표로 제작 중이다. ‘독전’ 이해영 감독의 ‘유령’은 1933년 항일조직 스파이 ‘유령’으로 의심받는 5명이 경성의 외딴 호텔에 갇혀 사투를 벌이는 액션 영화다. ‘킹메이커’로 임인년(壬寅年)을 연 설경구가 이하늬‧박소담 등과 뭉쳤다.

달에 가는 김용화, 이정재·정우성은 감독 데뷔

장르 대가들의 영역 확장도 다채롭다. ‘신과함께’의 김용화 감독은 SF ‘더 문’에서 설경구‧도경수와 함께 우주로 간다. 우주에 낙오된 남자와 지구에서 그를 구하려는 또 다른 남자의 이야기다. 류승완 감독은 김혜수‧염정아와 만난 ‘밀수’에서 1970년대 바닷가 마을 범죄에 휘말린 두 여자를 그린다. ‘피도 눈물도 없이’ 이후 20년 만에 류 감독의 두 번째 여성 범죄 활극이다. ‘관상’ ‘더 킹’에서 정치판 민낯을 들춘 한재림 감독은 ‘비상선언’에서 사상 초유의 항공 재난 상황을 펼친다. 송강호‧이병헌‧전도연‧김남길‧임시완 등이 탑승했다.

지난해 칸영화제 초청 당시 공개된 한재림 감독의 '비상선언' 장면들.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김남길, 임시완 등이 주연을 맡아 사상 초유의 항공 재난 상황을 그렸다. [사진 쇼박스]

지난해 칸영화제 초청 당시 공개된 한재림 감독의 '비상선언' 장면들.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김남길, 임시완 등이 주연을 맡아 사상 초유의 항공 재난 상황을 그렸다. [사진 쇼박스]

곽경택 감독은 2001년 홍제동 화재 실화를 소재로 곽도원‧주원과 영화 ‘소방관’을 만든다. 강형철 감독은 이재인‧유아인‧안재홍‧라미란‧이희원 등 순발력 좋은 배우들과 함께 다섯 사람이 우연히 초능력을 얻게 되는 판타지 ‘하이파이브’를 선보인다.
믿고 보는 화제작들의 속편도 반갑다. 박훈정 감독이 김다미를 잇는 신예 신시아를 발탁한 초능력 액션 ‘마녀2’, 라미란 주연 정치 코미디 ‘정직한 후보 2’ 등이다. 781만 흥행을 거둔 ‘공조’는 5년 만의 2편 ‘공조2: 인터내셔날’로 돌아온다. 이석훈 감독과 현빈‧유해진‧윤아 등 원년멤버가 재결합해 남북미 공조 수사로 판을 넓혔다. ‘장르가 마동석’인 배우 마동석의 한국 영화 복귀작은 정경호‧오나라와 뭉친 ‘압구정 리포트’(가제)다. 가진 건 오지랖뿐인 압구정 토박이 대국이 강남 일대 성형 비즈니스 전성기를 열게 되는 내용이다.
배우 이정재‧정우성은 감독에 데뷔한다. 이정재가 정우성과 공동 주연한 감독작 ‘헌트’는 남파 간첩 총책임자를 쫓는 안기부 요원들의 액션을 그렸다. 정우성이 주연‧연출을 겸한 ‘보호자’(가제)는 마지막 한 사람을 지키려는 남자의 이야기다.

송강호 손 잡은 日고레에다, 박찬욱·김태용은 中배우 탕웨이와 

김용화 감독의 달 탐사 SF '더 문'에선 배우 도경수가 우주에 홀로 남겨진 ‘선우’를, 설경구가 선우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전 우주센터 센터장 ‘재국’으로 분했다. [사진 CJ ENM]

김용화 감독의 달 탐사 SF '더 문'에선 배우 도경수가 우주에 홀로 남겨진 ‘선우’를, 설경구가 선우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전 우주센터 센터장 ‘재국’으로 분했다. [사진 CJ ENM]

한일 거장을 영화제가 아닌 한국 극장가에서 동시에 만날 가능성도 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첫 한국영화 ‘브로커’를 선보인다. 키울 수 없게 된 아이를 익명으로 두고 가는 ‘베이비 박스’를 둘러싼 관계를 그린 작품으로 송강호‧강동원‧배두나‧아이유 등이 출연한다. 박찬욱 감독은 ‘아가씨’ 이후 6년 만에 ‘헤어질 결심’으로 복귀한다.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담당한 형사(박해일)가 사망자의 아내(탕웨이)에게 의심과 관심을 느끼며 겪는 여정을 좇는다. ‘만추’ 김태용 감독은 ‘원더랜드’에서 볼 수 없게 된 사람을 인공지능 화상통화로 만나게 해주는 가상세계 원더랜드에 모여든 여러 커플의 사연을 아내인 중국 배우 탕웨이를 비롯해 박보검‧배수지‧정유미‧최우식과 빚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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