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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를 보듬어 준 광주…"실종자 구조 먼저" "상인 피해 크신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7일 오후 광주시 화정동 신축아파트 붕괴 현장에 배달된 빵과 우유. [사진 이승엽 예비입주자 협의회장]

17일 오후 광주시 화정동 신축아파트 붕괴 현장에 배달된 빵과 우유. [사진 이승엽 예비입주자 협의회장]

지난 17일 오후 4시 광주 화정동 신축 아파트 붕괴 현장에 빵과 우유 상자가 배달됐다. 사고가 난 아파트의 예비 입주민들이 실종자 가족과 상인들, 자원봉사자, 구조대원을 지원하기 위해 사비를 털어 마련한 물품이었다.

5명의 실종자와 1명의 사망자를 낸 광주 신축 아파트 붕괴 현장에 피해자들 사이 아픔을 보듬는 연대가 생겼다. 실종자 가족들은 피해를 본 입주예정자와 상인들을 걱정하고, 상인‧입주예정자들은 “실종자 구조가 우선돼야 한다”고 말한다. 현대산업개발이 피해 지원에 별다른 대응방안을 내놓지 못하는 사이 현장의 피해자들은 스스로 서로의 아픔과 피해를 보듬고 있었다.

붕괴사고가 난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아이파크 신축 아파트 예비 입주자들이 18일 오후 실종자 가족과 상인들, 자원봉사자, 구조대원 등에게 전달한 핫팩. 사진 이승엽 예비입주자 협의회장

붕괴사고가 난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아이파크 신축 아파트 예비 입주자들이 18일 오후 실종자 가족과 상인들, 자원봉사자, 구조대원 등에게 전달한 생수. 사진 이승엽 예비입주자 협의회장
붕괴사고가 난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아이파크 신축 아파트 예비 입주자들이 18일 오후 실종자 가족과 상인들, 자원봉사자, 구조대원 등에게 전달한 떡국. 사진 이승엽 예비입주자 협의회장

"사람된 도리로…실종자와 가족들이 우선"

무너진 아파트의 입주예정자와 사고로 영업이 중단된 근처 상인들은 그동안 말을 아껴왔다. “개인적인 입장 표명이 실종자 가족에 누가 될까 하는 마음이었다”고 그들은 말한다. 실종자 발견이 우선이라는 생각에 법적대응이나 소송 준비도 뒤로 미뤘다. 이승엽 화정 아이파크 예비입주자 협의회장은 “저희 사이에서 정확히 논의된 대응 방안은 아직 없다. 사람 된 도리로서 실종자들이 먼저 나오시길 기다려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사고로 영업을 멈춘 상인들도 피해자 가족들이 최우선이라는 입장은 같았다. 홍석선 금호하이빌 도매상가 자치회장은 “사고 바로 다음날 브리핑 장소로 저희도 항의하러 갔었다. 그런데 실종자 가족들이 계신 것을 보니 말문이 막히더라”며 “돈이야 나중에 벌면 되는 거고. 생사가 걸렸는데 보상을 먼저 이야기할 상황이 아닌 것 같았다”고 말했다. 금호하이빌 상인 김태완(56)씨도 “저희 피해 보상 때문에 그분들에 방해가 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상인과 예비입주민들을 염려하는 건 실종자 가족도 다르지 않았다. 실종자 가족들은 입장을 발표할 때마다 이들에 대한 걱정과 구조대원들의 안전 보장을 함께 요구하고 있다. 전날 발표된 입장문에서도 “주변 상인과 입주예정자들의 재산상 피해가 막대한 만큼 시민사회단체는 망설이지 말고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며 “무리한 구조작전으로 인한 소방대원 등의 또 다른 희생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노란 리본'으로 이어지는 시민 사이 연대 

18일 오전 오전 광주시 화정동 신축 아파트 붕괴 현장 근처 철망에 시민들이 노란 리본에 추모의 글을 남겼다. 프리랜서 장정필

18일 오전 오전 광주시 화정동 신축 아파트 붕괴 현장 근처 철망에 시민들이 노란 리본에 추모의 글을 남겼다. 프리랜서 장정필

실종자 가족들은 피해를 본 상인과 예비입주민에게 “함께 연대하자”며 손을 내밀었다. 상인 김모씨는 “가족분들께서 본인들 걱정하지 말고 피해보상을 진행하라고 말씀하셨다”며 “입주예정자 분들도 함께 서로 도울 예정”이라고 말했다. 홍석선 상가 자치회장에 따르면 이들 세 단체는 지난 17일 만나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지난해 발생한 광주 동구 학동 붕괴 참사 피해자들도 힘을 합칠 계획이라고 한다.

이날 사고 현장 근처 도로에 위치한 철망에는 노란색 리본이 곳곳에 묶여있었다. 무너진 신축 아파트로부터 150m가량 떨어진 곳이다. 리본에는 “기다리고 있어요”, “해줄 수 있는 게 없어 미안해요”와 같은 문구가 적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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