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자의 V토크] "눈물은 끝" 호철스쿨 수강생 김하경의 다짐

중앙일보

입력 2022.01.18 11:03

업데이트 2022.01.18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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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IBK기업은행 세터 김하경. [사진 한국배구연맹]

IBK기업은행 세터 김하경. [사진 한국배구연맹]

IBK기업은행 세터 김하경(26)은 지난 15일 흥국생명과 경기가 끝난 뒤 눈시울을 붉혔다. 3-2 승리를 거두면서 지긋지긋한 8연패에서 탈출하자 감정이 복받쳤다. 같은 세터 출신인 이숙자 해설위원은 "마음을 알 것 같다. 세터는 모든 결정을 하는 위치다. 마음 고생이 심했을 것"이라고 했다.

스트레칭을 하는 사이 김호철 감독이 다가와 김하경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쌌을 땐 다시 눈물샘이 터졌다. 김하경은 "연패를 끊은 것도 있었고, 드디어 이겼다는 생각도 있었고, 여러 가지 생각이 나서인지 나도 모르게 그랬다"고 했다.

경기 뒤 김호철 감독은 "우리 하경이는 많이 울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원석이 망치질을 견뎌내고 보석이 되는 것처럼 이 과정을 이겨내고 좋은 세터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김 감독은 "힘든 걸 알기 때문에 '하경이에게 말을 안 할까' 했는데 나도 모르게 이야기하게 된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김하경에게 작전 지시를 내리는 김호철 감독(오른쪽). [연합뉴스]

김하경에게 작전 지시를 내리는 김호철 감독(오른쪽). [연합뉴스]

김하경은 2014년 입단한 프로 8년차다. 그러나 지난 시즌까지 기록한 세트(공격으로 연결된 패스) 숫자는 278개에 그쳤다. 주전세터라면 한 라운드에도 달성할 수 있는 기록이다. 입단 이후 늘 백업세터였고, 두 시즌 동안(2017~19년)은 실업팀 대구시청에서 뛴 적도 있다. 올 시즌도 조송화의 백업으로 시즌을 시작했다.

하지만 조송화가 팀을 이탈하면서 김하경이 주전으로 올라섰다. 그 사이 팀 사령탑도 대행 체제를 거쳐 김호철 감독으로 바뀌었다. 세터는 감독의 전술을 코트에서 수행해야 한다. 김하경은 "경기를 많이 뛰는 건 좋다. 하지만 부담이 많이 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생각은 하지 않으려고 운동에만 몰두했다"고 했다.

김호철 감독은 현역 시절 명세터였다. 자연스럽게 '호철스쿨'에서 가장 많은 가르침을 받는 건 세터 김하경과 이진(21)이다. 특히 주전세터인 김하경은 연습시간 전후로도 30분씩 더 훈련을 할 때가 많다.

김하경은 "프로에서 세터 출신 감독님은 처음 만났다. 그냥 세터도 아니고 명세터 출신이니까 다른 감독님들보다 요구하는 것도 많고, 구체적인 지시도 많다"고 했다. 이어 "좋은 것 같다. 내가 배울 수 있는 것도 많아지고. 몰랐던 것들도 배우고 있다. 과정 자체가 내게는 좋은 일"이라고 했다.

김 감독은 남자팀을 지도하던 시절 선수들을 강하게 이끌어 '버럭 호철'이란 별명을 얻었다. 하지만 기업은행을 맡은 뒤 "예전에는 '버럭 호철'이란 말도 들었지만, 선수들의 말을 들어주고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감독 겸 아빠처럼 팀을 이끌고 싶다"고 했다. 김하경은 "감독님 말씀대로다. 처음에는 선수들도 엄할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와서는 부드럽게 이야기하신다. 더 신경써주시는 것 같다"고 전했다.

김호철 감독이 온 뒤 기업은행 선수단 분위기는 확실히 달라졌다. 어수선했던 예전과 달리 김희진을 필두로 선수들의 투지가 경기에서 나왔다. 하지만 고비 때가 되면 패배의 기억이 스믈스믈 기어나와 선수들의 몸을 무겁게 했다.

토스하는 김하경. [뉴스1]

토스하는 김하경. [뉴스1]

김호철 감독도 긴박한 경기 중엔 목소리가 높아졌다. '호통'은 아니지만 따끔한 일침을 했다. 흥국생명전 14-11로 앞선 5세트가 딱 그랬다. 김 감독은 매치포인트를 앞두고 작전타임을 불러 김하경에게 "(산타나 말고)다른 쪽 빼주면 누가 잡아먹어? 이XX야"라고 말했다.

다소 강한 어투지만 과감한 승부를 하라는 지시라는 걸 선수들도 알았다. 베테랑 김수지도 웃음을 터트렸다. 김하경은 "그 장면을 몇 번 다시 봤다"고 웃으며 "감독님 말이 맞다. 누가 잡아먹지도 안는데 왜 그랬을까 싶다"고 했다. 그는"실수한 건 생각하지 말고 다음 걸 바로 생각하라고 하시는데 그러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하경은 "울보라고 소문이 났다. 이제는 참으려고 한다"며 "올 시즌은 한 경기라도 더 이기는 게 목표다. 선수로서는 우승 세터가 되는 게 꿈이다. 그때까지 더 울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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