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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업체 말라죽어"vs"일거리 더 늘 것"…LX공사법 어떻길래 [이슈추적]

중앙일보

입력

공공기관 VS 민간 업체들…LX 공사법 갈등 

국회 앞에서 지난해 9월 1인 시위를 하는 한국공간정보산업협회 관계자의 모습. [사진 한국공간정보산업협회]

국회 앞에서 지난해 9월 1인 시위를 하는 한국공간정보산업협회 관계자의 모습. [사진 한국공간정보산업협회]

"민간·영세 업자들의 측량 관련 일감을 다 빼앗아 갈 겁니다." (한국공간정보산업협회 간부 K씨)
"민간 업자들의 일거리가 더 많아지고, 사업 과정도 체계적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한국국토정보공사 간부 E씨)

LX 한국국토정보공사와 각종 측량업무 사업을 하는 민간 공간정보 업체들이 국회에 상정된 법안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해당 법안이 통과하면 LX와 민간 업체들의 사업 영역이 겹쳐진다는 이유를 놓고서다. 민간 업체들은 "법안 통과는 LX라는 대형 공사가 '공간정보 산업'이라는 민간 영역을 잠식하는 결과를 만들 것"이라며 1인 시위와 탄원서 제출 등을 통해 반발하고 있다.

최근 갈등의 중심에 선 법안은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에 상정 중인 ‘한국국토정보공사법(이하 LX 공사법)'이다. 지난해 1월 김윤덕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한 LX 공사법은 LX 설립 목적·사업 등을 명시한 현행 '국가공간정보기본법'에서 분리하는 게 골자다. LX 공사와 관련된 법 제정을 통해 설립 목적과 운영 내용을 명확히 함으로써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발의됐다.

"LX 공사법 제정안 항목 문제 있다"

지난해 9월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한국공간정보산업협회 관계자의 모습. [사진 한국공간정보산업협회]

지난해 9월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한국공간정보산업협회 관계자의 모습. [사진 한국공간정보산업협회]

민간 공간정보 업계는 이 LX 공사법 일부 항목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17일 한국공간정보산업협회 등에 따르면 현행 국가공간정보기본법에는 '(LX의 사업은) 공간정보체계의 구축 지원…기술개발 및 지적측량 등을 수행'으로 적혀 있다. 그런데 LX 공사법 개정안에는 '국가공간정보의 효율적 활용과 제공, 기술개발…그 밖에 이와 관련된 사업 수행'으로 수정돼 '사업 수행' 부분이 달라졌다는 입장이다.

또 '공간정보체계 구축 지원에 관한 사업'이 '국가공간정보 기본법 등에 따른 공간정보 구축 및 지원에 관한 사업'으로 교체돼 '구축 지원'이 '구축 및 지원'으로 바뀌었다. 이밖에 '다른 법률에 따라 공사가 수행할 수 있는 사업'이라는 부분이 '다른 법령에 따라 위탁받은 사업'으로 변경되며, 현행 기본법에 없는 '공공기관으로부터 위탁받은 사업'을 할 수 있다는 내용 등도 포함돼 있다.

김석종 한국공간정보산업협회 회장은 "LX 공사법을 뜯어보면 민간 업체들이 하는 상업 측량 등 공간정보 산업 전반을 LX가 다 참여할 수 있게 적혀 있으며, 이는 민간 산업 종사자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행위"라며 "각각의 '하는 일'에 대한 경계를 무너트리는 게 LX 공사법"이라고 주장했다.

한국공간정보산업협회 등에 따르면 현재 공간정보 산업은 LX와 민간 업체들의 업무 영역을 법으로 구분해 뒀다. LX는 공익적인 성격이 강한 지적측량업만을 담당하고, 민간 업체들은 각각 소지한 전문 면허별로 업종별 측량에 모두 참여하는 방식이다.

측량 업무를 하는 모습. [사진 한국공간정보산업협회]

측량 업무를 하는 모습. [사진 한국공간정보산업협회]

한국공간정보산업협회 등은 "LX 공사법 제정안에 쓰인 '공간정보 구축 및 지원에 관한 사업'을 그대로 해석하면, LX가 모든 측량업뿐 아니라 모든 공간정보 관련 사업을 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현재 민간업체가 맡은 측량 업무 영역은 ①상·하수도, 가스관로 등 지하시설물 및 구조물 위치 확인을 위한 측량(공공·지하시설물측량), ②개발행위 등 각종 인허가 관련 측량도면 작성을 위한 측량(일반측량), ③도시개발사업·토지개발사업 등의 등록을 위한 측량(지적측량) 등이다.

한국공간정보산업협회 측은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이 돌아가며 쉬는 날을 정한 것처럼 업무 영역에 관한 규칙을 만들어 놓은 것을 바꾸려는 법안"이라며 "LX 공사법이 두려운 이유는 이미 LX가 민간 영역의 사업을 수년째 슬그머니 침범해 이익을 발생시키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협회 측은 또 "지난해 130여건의 민간 침해 사례를 자체적으로 확인하기도 했고, 실제 일부 야당 의원들이 감사 자료 등을 통해 LX의 ‘민간 영역 침해'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전북 전주시 덕진구 한국국토정보공사(LX) 본사 전경. [사진 한국국토정보공사]

전북 전주시 덕진구 한국국토정보공사(LX) 본사 전경. [사진 한국국토정보공사]

이에 대해 LX 측은 "LX 공사법은 민간사업 영역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원한 LX 간부는 "현재 법에 묶여 단순 지적측량업만으론 LX가 현실로 다가온 자율주행 자동차,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현실 세계의 기계·장비·사물 등을 컴퓨터 속 가상세계에 구현) 등 국가 디지털 공간정보 사업을 지원해 나가는 게 불가능하다"며 "다양한 영역의 공간정보 사업에 중장기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 간부는 또 "LX공사법은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차원에서 발의된 것이지 민간 영역을 침해하기 위한 게 아닌 것으로 안다"며 "LX공사법이 통과하면 LX의 적극적인 투자로 오히려 민간 업체들의 사업은 더 확대되고, 공간정보 산업 일자리까지 창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간사업 영역을 침해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공공성·보안성, 지자체 등의 요청에 따른 공공기관의 사업 수행이지, 침해 사례는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김정렬 LX 사장은 "민간 업체들과 동반성장 방안을 다각적으로 모색하고 협력체계를 구축해 공공기관의 책무 이행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공청회 열려…'LX 공사법' 의견 제각각

지난해 4월 공간정보산업계 및 민간단체는 한국국토정보공사법 제정 입법 중단과 철회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국회 및 국토교통부 등 관련기관에 제출했다. [사진 한국공간정보산업협회]

지난해 4월 공간정보산업계 및 민간단체는 한국국토정보공사법 제정 입법 중단과 철회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국회 및 국토교통부 등 관련기관에 제출했다. [사진 한국공간정보산업협회]

국회도 LX 공사법 갈등에 주목하고 있다. 국토교통위원회는 지난달 27일 공청회를 열어 현장 목소리를 청취하기도 했다. 공청회에서 김선태 한국공간정보산업협회 부회장은 “민간이 주도하는 공간정보 구축 사업을 LX에서도 할 수 있게 된다면 일자리가 줄어들어 공간정보 사업자 5589개 업체 및 기술자 6만5356명은 도산 위기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경영컨설팅 업체인 비즈인텔리 한상우 대표이사는 “LX공사법에서는 만약 그 업무의 수행 과정에서 중복 투자나 위법·부당한 사항이 발견되면 국토교통부장관이 시정을 명하거나 필요한 조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이 있어 합리적인 통제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윤홍식 성균관대 공과대학 교수는 “법안 내용 중에서 측량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공간정보구축 및 지원’ 부분을 ‘공간정보체계 구축 지원’으로 수정할 것을 제안한다”며 “LX의 경우 시스템 구축과 디지털 트윈과 같은 첨단국토정보 서비스를 위한 기술개발을 추구하도록 하는 것이 공공기관으로서의 위상에 합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법안을 발의한 김윤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LX가 국가공간정보체계 구축이라는 국가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으나 국가가 위탁하는 공적 기능 수행과 디지털 트윈 같은 각종 디지털 정책 사업을 진행함에 있어서는 법 제도적 기반이 미흡해 업무추진에 어려움이 있다”며 “이러한 역할을 민간이 주도하기에는 역부족이라 판단돼 별도 법률을 제정해 공적 업무 추진 기반을 마련한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김 의원은 또 "LX공사의 공적 역할 확대를 위한 법 제정 필요성은 있으나 민간기업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되는 부분"이라며 "법령 중 ‘공간정보의 구축’은 데이터베이스 등을 LX공사가 직접 구축하는 것으로도 해석될 우려가 있어 ‘공간정보체계 구축 지원’으로 수정하는 등 민간 의견을 수렴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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