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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발사체. 멸공" "건희 누나 감사. 멸공!"···재생산되는 '멸공'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인스타그램. 정 부회장은 최근 '멸공' 관련 게시물을 잇따라 올린 뒤 논란이 일자 지난 13일 "나로 인해 동료와 고객이 한 명이라도 발길을 돌린다면 어떤 것도 정당성을 잃는다"며 논란 진화에 나섰다.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인스타그램. 정 부회장은 최근 '멸공' 관련 게시물을 잇따라 올린 뒤 논란이 일자 지난 13일 "나로 인해 동료와 고객이 한 명이라도 발길을 돌린다면 어떤 것도 정당성을 잃는다"며 논란 진화에 나섰다.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2022년에 멸공이라는 단어를 보다니”
“멸공글이 삭제되네요. 멸공^^7”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불을 지핀 ‘멸공(滅共)’ 논쟁이 끊임없이 재생되고 있다. 그런데, 논쟁의 전개 양상이 예측하기 어렵다. 진보·보수의 정치 또는 이념 논쟁이 큰 줄기였던 것에서 재기발랄한 패러디가 되었다가 반북·반중, 젠더 갈등과도 뒤섞이고 있기 때문이다.

‘멸공’ 검색량 급증…온라인 유행?

갈등 이미지. 사진 픽사베이

갈등 이미지. 사진 픽사베이

17일 네이버의 검색어 분석 빅데이터 서비스인 ‘네이버 데이터랩’에 따르면 정 부회장이 멸공 관련 게시물을 인스타그램에 올린 후인 지난 9~11일 2030(19~39세) 네이버 이용자 사이에서는 ‘멸공’이라는 키워드 검색량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점을 찍은 날은 지난 11일로 1년 전 같은 날보다 약 100배 많게 검색됐다. 네이버 관계자는 “사람들은 (단어가) 좋든 싫든 궁금하니까 키워드를 검색해본다”며 “검색량은 트렌드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검색량이 그때의 온라인 관심도를 보여주는 방증이라는 설명이다.

멸공을 내건 게시물은 온라인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자기소개를 적는 칸에 ‘멸공’을 적은 이가 적지 않다.

최근 온라인에 올라오는 글을 살펴보면 “멸공!” “멸공^^7(거수경례하는 모양으로 충성의 의미를 담은 표현)” 등 멸공 관련 문구로 끝맺음하는 경우도 많다. 북한이 이날 발사체를 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미확인 발사체. 멸공^^7”과 같은 식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의 ‘7시간 통화 보도’와 관련해서도 “건희 누나 감사하다. 멸공!”이라고 적은 이도 있었다. 이를 두고 SNS에서는 “멸공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퍼지고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멸공 ‘2라운드’?

신세계 바이콧 이미지.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신세계 바이콧 이미지.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멸공 논쟁은 최근 서울의 한 여고 군 위문편지 관련 논란과 함께 젠더 갈등이라는 새로운 국면을 맞기도했다. 해당 여고의 한 학생이 군 장병에게 보낸 위문편지에는 조롱 섞인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한다.

이를 두고 트위터에서는 “멸공 외치는 남자들은 위문편지 쓰나요?” 등과 같은 불만이 쏟아졌다. 반면 “멸공이라는 단어에 불만 나타내는 여자들은 군대나 가라”(서울 A대학 온라인 커뮤니티)는 의견도 올라왔다.

멸공 논란은 ‘불매와 구매’ 대결로도 번졌다. 정 부회장의 멸공 발언을 문제 삼으며 일부 소비자는 신세계 제품을 보이콧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맞서 “스타벅스 등 신세계 관련 매장을 찾겠다”는 소비자도 생겨났다. 관련 업계에서는 “한 기업을 사이에 놓고 ‘보이콧’과 ‘바이콧’이 동시에 일어나는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났다”는 말이 나왔다.

전문가 “갈등을 키우는 쪽으로 흘러” 우려

전문가들은 한국 사회의 해묵은 갈등이 ‘멸공’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폭발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다른 갈등으로 비화하는 현 세태는 경계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멸공 논쟁에 사회적·이념적 갈등이 투영됐다고 본다”며 “(관련 논란은) 사회가 그만큼 치열한 갈등 전선에 있고, 이런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일종의 해프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이나 정치권이 갈등을 중재하지 않고 오히려 키우는 쪽으로 흐르는 현재 경향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멸공 논쟁 ‘2라운드’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공급자를 대상으로 하는 바이콧과 보이콧이 동시에 일어나는 건 시장에서도 드문 사례”라며 “기업 관련 이슈가 정치적 갈등을 일으키거나 불매 운동이 일어나는 등 대립적인 양상을 띠는 현 추세는 옳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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