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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쪽 이메일엔 "성적 판타지"···미시간대 총장 불륜 딱 걸렸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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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슐리젤 미시간대 전 총장. 그는 2019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부하 직원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혐의로 15일 해고됐다.[AP=연합뉴스]

마크 슐리젤 미시간대 전 총장. 그는 2019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부하 직원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혐의로 15일 해고됐다.[AP=연합뉴스]

“연결편을 놓쳐서 파리에 갇히면 어떻게 될까….”
“비스트로(음식점) 아는 곳 있어.”
“정말 그렇고 싶다.”

2019년 9월 14일 미국 미시간대 마크 슐리젤 당시 총장이 여성인 부하 직원과 주고받은 e메일 일부다. 슐리젤은 인도행 항공 일정을 보내면서 경유지인 파리에서 비행기를 놓치는 상상을 하고, 여성도 호응했다.

2021년 7월 1일 상대 여성이 e메일로 "마음이 너무 아파"라고 말하자 슐리젤은 "알아. 나도 그래"라면서 "이 문제 해법을 찾을 수 있을 만큼 내가 강했으면 좋겠다"라고 썼다.

슐리젤 총장이 대학 부하 직원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 해임됐다고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시간대 이사회는 지난해 12월 '총장이 부하 직원과 부적절한 성적 관계를 갖는다'는 익명 제보를 바탕으로 사건을 조사한 결과 이를 확인해 슐리젤 총장에게 지난 15일 해임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사회는 보도자료에서 "조사 결과 슐리젤 박사는 수년간 대학 e메일 계정을 이용해 대학의 존엄성과 평판에 부합하지 않는 방식으로 해당 직원과 소통한 사실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대학 측은 슐리셀 전 총장과 여성 직원 사이에 주고받은 e메일 118쪽 분량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피해자 이름 등 민감한 정보는 삭제하고 '개인1'로 지칭했지만, 혐의와 관련된 내용은 누구나 볼 수 있게 했다.

자료에 따르면 슐리젤의 부적절한 관계는 적어도 2019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이어졌다. e메일로는 두 사람 관계가 합의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CNN은 전했다.

슐리젤 전 총장이 2019년 9월 잡지 뉴요커에 실린 '평범한 뉴요커들의 성적 판타지'라는 제목의 기사를 "재미 삼아서"라는 메시지와 함께 e메일로 보내자 해당 직원은 "하!"라고 답신했다.

이후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에서 선물을 사서 보내고, 여행 계획을 논의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발전했다. 슐리젤 총장은 지난해 10월 26일엔 "신들이 우리 여행 일정을 조정해 줄 경우에 대비해"라며 자신의 로스앤젤레스(LA)행 항공 일정을 e메일로 보냈다.

지난해 11월 e메일에선 미시간대 농구 경기에서 그녀 옆에 앉지 못하게 된 데 실망을 표현하면서 "내가 가기로 한 유일한 이유는 너와 함께 가기 위해서였다"고 적었다

슐리젤은 대학 동창으로 만난 아내와 사이에 4명의 성인 자녀를 두고 있다고 NYT와 미시간 지역 언론 엠라이브(MLive)가 전했다.

미시간대는 미국 최상위권 대학 중 한 곳으로, 슐리젤은 2014년부터 총장으로 재직했다. 지난해 10월 슐리젤은 예정보다 1년 앞당겨 2023년 자리에서 내려오겠다고 예고했으나, 결국 불명예 퇴진했다.

NYT는 "학계 내 성 관련 위법행위 의혹은 드물지 않지만, 총장보다는 교수와 학생이 연루된 경우가 더 많다"면서 "슐리젤 박사의 해고는 이 나라 최고 명문 대학 중 한 곳 총장이 연루됐기 때문에 주목할 만하다"고 전했다.

미시간대는 지난해 여름 성범죄 대응 방식을 전면 개편하면서 관리자와 직원 간 관계에 관한 새로운 방침을 도입했다. 학교 교칙에 "관리자가 '친밀한 관계(Intimate relationship)'임을 밝히지 않는 것은 심각한 위법 행위이며 해고까지 포함하는 징계 사유"라고 명시했다.

슐리젤 전 총장은 그간 학내 성희롱 문제에 특별한 관심을 표명해왔기에 그의 행동은 더욱 비판받고 있다. 2020년 이 대학 한 단과대학장이 성범죄 혐의로 고발되자 슐리젤은 대학에 보낸 편지에서 "모두를 위해 안전한 대학을 만드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슐리젤은 2015년 워싱턴포스트에 실은 성 비위 관련 기고에서 "나는 대학 총장이자, 의사 겸 과학자, 교육자이자 아버지"라면서 ""미시간대와 이 나라 모든 캠퍼스에서 벌어지는 성적 위법행위 문제로 밤잠을 설친다"며 모든 학생의 안전에 책임을 느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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