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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동 버스참사땐 과태료 1430만원…"현산, 또 대형로펌 준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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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사망자 1명과 실종자 5명이 발생한 광주 신축 아파트공사 붕괴사고 현장의 원청인 HDC현대산업개발(현산)에 대한 처벌수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산을 엄벌에 처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는 데다 곳곳에서 현산을 향한 규탄시위가 터져 나오고 있어서다. 현산이 지난해 6월 같은 광주 지역에서 17명의 사망자를 낸 학동 재개발 구역 참사의 원청사라는 점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7일 노동계·법조계 등에 따르면 이번 현대산업개발 신축아파트 붕괴 사고에 적용할 수 있는 관련법은 ▶산업안전보건법 ▶건설산업기본법 ▶건설기술진흥법 등이 있다. 이외 건축법, 형법(업무상 과실치사상죄) 등이 있다.

노동계는 이중 핵심적인 게 산안법이라는 입장이다. 원청의 안전보건총괄책임자와 하청업체 대표가 각각 산안법(64조·38조)에서 정하는 안전·보건 조치의 의무를 위반하였을 경우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이외 산안법상 의무는 부담하지 않아도 근로자의 사망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인정되는 당사자(관계자)에겐 ‘업무상 과실치사상죄’가 적용될 수 있다. 앞서 경찰은 지난 12일 건축법 위반 혐의로 입건된 현산 현장소장 A씨(49)에게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추가 적용한 상태다. 현재 사고 주요원인으로 콘크리트의 부실 양생(養生) 등이 꼽히고 있는 상황이다. 업무상과실치사상죄는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건산법·산안법 등 적용해 처벌 가능”

17일 오전 광주시 화정현대산업개발 아이파크 아파트 신축 공사 붕괴사고 현장에서 소방당국 등 관계자들이 크레인을 타고 사고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17일 오전 광주시 화정현대산업개발 아이파크 아파트 신축 공사 붕괴사고 현장에서 소방당국 등 관계자들이 크레인을 타고 사고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만일 공사현장에서 ‘불법 재하도급’이 이뤄졌다면 건산법을 적용받는다. 이 경우 해당 하청업체 대표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불법 재하도급을 원청이 알고 있거나 관여한 경우도 역시 형사처벌 대상이다.

경찰은 콘크리트 타설 장비 업체의 ‘대리 시공’ 정황을 포착하고 재하도급 여부를 수사 중이다. 하지만 대리시공 의혹이 제기된 하청업체는 현재 관련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조사 결과에 따라 법인에 대한 행정처분이 내려질 수도 있다. 건산법에 따르면 최장 1년 이내의 영업정지가 가능하다.

“실제 처벌 수위는 미지수”

판사봉 판결 법원 법정 판사 심판 사법 사법부 법률 처벌 변호사 유죄 무죄 사건 검찰 *중앙일보만 사용가능

판사봉 판결 법원 법정 판사 심판 사법 사법부 법률 처벌 변호사 유죄 무죄 사건 검찰 *중앙일보만 사용가능

하지만 실제 어느 정도의 처벌이 내려질지는 현재로써는 예측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사고 발생 초기다 보니 명확한 사상자 수와 원·하청 간 계약관계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아서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지난 학동 참사에 이어 또다시 대형 사고가 발생한 만큼 “현대산업개발이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산은 지난해 6월 17명 사상자가 나온 광주 학동 재개발 참사사고 후 “솜방망이 처분을 받았다”는 비난을 받았다.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특별감독 현황자료’에 따르면 현산은 지난해 6월 고용부의 광주 학동 4구역 재개발 현장 특별 감독에 따라 1430만 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하청업체의 과태료 처분(1890만 원)보다 오히려 낮은 금액이다.

이를 두고 실종자 가족 사이에선 “현산이 대형로펌을 선임해 치열한 법적공방을 준비 중”이라는 말도 나온다.

광주 39층 아파트 ‘붕괴의 재구성’ 그래픽 이미지.

광주 39층 아파트 ‘붕괴의 재구성’ 그래픽 이미지.

전문가들은 두 가지 쟁점에 의해 처벌 수위가 달라질 것으로 내다보는 분위기다. 우선 도급 계약 시 원청이 하청에 어떤 ‘안전관리 의무’를 부여했느냐가 관건이다. 한창현 노무사는 “외벽 시공처럼 위험한 일의 안전 책임을 원청이 하청업체에 모두 떠넘기는 경우가 많다”며 “아무리 책임을 전가했더라도 원청으로서의 ‘관리·감독’ 의무가 있기 때문에 계약서를 입수해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현산 본사가 공기 단축에 직접적 영향을 끼쳤는지도 핵심 쟁점이다. 현행법(산안법 70조)상 하청업체가 날씨 등 안전상의 이유로 공사기간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하면 원청은 이를 수용해야 한다. 하지만 원청 입장에선 공기가 길어질수록 수익률이 떨어지기 때문에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이조은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간사는 “무리하게 공기를 단축하라는 윗선의 지시가 있었다면 이는 인재”라며 “단순 처벌만이 목적이 아니라 이런 재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 “재발 방지가 급선무”

(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광주 건설 현장에서 잇따라 대형 사고를 일으킨 HDC현대산업개발의 정몽규 회장이 17일 오전 서울 용산구 현대산업개발 본사에서 열린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마친 후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2022.1.17/뉴스1

(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광주 건설 현장에서 잇따라 대형 사고를 일으킨 HDC현대산업개발의 정몽규 회장이 17일 오전 서울 용산구 현대산업개발 본사에서 열린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마친 후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2022.1.17/뉴스1

꼭 처벌이 아니더라도 향후 ‘정부 입찰’ 등에서 부정적인 평가나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 현산은 1년도 안돼 대형사고를 연달아 낸 만큼 이에 따른 벌점이 누적돼서다. 산안법에 따르면 ‘원·하청 산업재해 통합관리제도’에 따라 하청 노동자 사고사망 비중이 높은 원청은 향후 3년간 각종 정부포상이 제한되고 공공 공사 참여 등에 제한이 따른다.

한편 정몽규 HDC 그룹 회장은 17일 오전 화정현대아이파크 신축 공사 현장 붕괴 사고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며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사고 대책에 대해서는 “안전점검에 문제가 있다면 계약해지는 물론 아파트 완전 철거와 재시공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본사의 도의적 책임과는 별개로 이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류재율 법무법인 중심 변호사는 “현대산업개발뿐 아니라 대부분의 아파트 시공사들이 모든 안전 책임을 하청업체에 떠넘기는 게 관행적”이라며 “길어지는 재판과정에서 원청 역시 안전 책임을 피해가지 못하도록 꾸준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는 “처벌보다 중요한 게 범죄 구성요건”이라며 “원청·하청간 의무와 역할을 명확히 규정하고 이에 따른 책임을 물을 때 한발짝 개선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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