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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취재 윤리 무너뜨린 유튜브, 그들만의 문제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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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부인 김건희씨의 '7시간 통화록'을 다룬 MBC 시사프로그램 '스트레이트'를 시청하고 있다. 뉴스1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부인 김건희씨의 '7시간 통화록'을 다룬 MBC 시사프로그램 '스트레이트'를 시청하고 있다. 뉴스1

결함 검증 없이 방송한 MBC ‘시청률 장사’

편승 정치인, 신뢰 잃은 기성 언론도 책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가 유튜브 채널 ‘서울의 소리’ 기자와 나눈 ‘7시간 통화’의 일부가 공개되면서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하지만 김씨 발언에 대한 평가와 별개로 해당 기자의 행태는 취재 윤리와 한참 동떨어져 있다. 첫 통화에서 신분을 밝혔다지만, 김씨를 ‘누님’으로 부르며 보인 태도는 정상적이지 않다. 일자리 제안에 자신이 가면 무슨 일을 하게 되고, 얼마를 줄 건지까지 묻는다. 김씨 어머니와 법적 다툼 중인 정대택씨 관련 자료를 주겠다고도 제안했다. 수개월간 취재원과 유착하며 녹음하고선 ‘신뢰를 쌓기 위해서였다’고 둘러대는 건 어불성설이다.

준공영방송인 MBC가 취재 과정의 결함을 간과한 것도 문제다. 소수로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은 취재 윤리면에서 취약할 가능성이 크다. 녹음 내용을 공개하겠다면 해당 채널이 직접 공개하고 책임지면 될 일이다. 그런데도 MBC는 공직 후보자 가족에 대한 유권자의 판단을 돕는다는 논리로 직접 취재하지 않은 내용을 보도했다. 분량을 줄이면서 편집권을 행사했는데 그 기준이 무엇인지, 취재를 어떻게 검증했는지 등은 밝히지 않았다. MBC가 ‘시청률 장사’를 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유튜브 채널은 ‘서울의 소리’만이 아니다. 보수 성향 유튜브 채널 중에도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아니면 말고 식으로 전하는 곳이 많다. 사생활을 침해하고, 반론권을 보장하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진보·보수를 불문하고 편향적이고 자극적인 콘텐트로 돈벌이를 한다는 비판이 나온 지 오래다. 정치인과 평론가들이 이들 방송에 편승하거나 적절히 활용하며 공생하고 있다.

공론장이 일그러지며 언론의 신뢰가 추락한 데는 중앙일보를 포함한 기성 언론의 책임도 크다. 포털 사이트에 종속되면서 클릭수를 높이려고 선정적이거나 따옴표식 보도를 하는 등 스스로 신뢰를 깎아먹었다고 학자들은 지적한다. 그 결과 뉴스 소비자 입장에서 기성 언론과 유튜버가 별 차이가 없다고 느끼고 있다는 지적은 뼈아프다. 기성 언론이 공신력을 되살려야 검증되지 않은 정보로 인한 폐해를 줄일 수 있다.

미디어 환경의 변화가 한국만의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대선 과정에서 보듯 계층·세대·젠더·지역 간 갈등은 심각하다. 휴대폰으로 동영상 플랫폼에서 뉴스나 정치 콘텐트를 보는 이들이 폭증했지만 비슷한 내용을 노출하는 알고리즘 탓에 편향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타협을 가로막는 극단화를 멀리 하려면 해외처럼 스스로 정보를 걸러내도록 돕는 생애주기별 미디어 교육을 도입할 만하다. 플랫폼 기업에 사회적 책임을 지우는 방안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진실은 빛과 같이 눈을 어둡게 하고, 거짓은 아름다운 노을처럼 모든 것을 멋지게 보이게 한다’고 카뮈는 일깨웠다. 이번 논란이 던진 경고음을 흘려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