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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붕괴현장 찾아 사과…실종자 가족 “사람 찾아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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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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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사진) HDC그룹 회장이 17일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와 관련해 머리 숙여 사과했다. 정 회장은 또 사고 아파트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했다. 정 회장의 사과는 지난 11일 사고가 발생한 지 6일 만이다. 정 회장은 사고 이튿날 현장을 찾았지만 공개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침묵해 왔다.

정몽규 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광주 사고 피해자 가족과 국민께 머리 숙여 깊이 사과드린다”며 “아파트의 안전은 물론 회사의 신뢰마저 땅에 떨어져 참담한 마음을 금할 길 없다”고 사죄했다. 그는 “실종자 구조가 늦어지면서 사과 자리 마련이 늦어졌다”고 밝혔다. 이번 사고로 작업자 5명이 실종되고 1명이 사망했다.

사고 소식을 접한 입주 예정자는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에 “전체 단지의 전면 철거 후 재시공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 회장은 “외부 전문가와 당국의 안전진단 결과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수분양자 계약 해지는 물론 (전체 단지의) 완전 철거와 재시공까지 고려하겠다”고 설명했다.

정 회장은 “현대산업개발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지주사 HDC의 지분 33.68%를 보유한 최대주주며, HDC는 현대산업개발 지분 40%를 보유한 지배회사다.

광주시 서구 화정동 아이파크 붕괴사고 7일째인 17일 소방 관계자들이 크레인을 타고 사고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한편 경찰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10여 명을 입건했다. 프리랜서 장정필

광주시 서구 화정동 아이파크 붕괴사고 7일째인 17일 소방 관계자들이 크레인을 타고 사고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한편 경찰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10여 명을 입건했다. 프리랜서 장정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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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 후 오후 4시40분쯤 광주시 신축 아파트 붕괴사고 현장을 찾았다. 정 회장이 실종자 가족대기소 천막에 들어서자 흐느끼는 소리와 함께 울분에 찬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정 회장은 이날 피해자 가족에게 “(실종자 구조를 위해) 모든 걸 다하겠다” “피해 보상을 하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지만 가족의 반발로 10여 분 만에 천막에서 빠져나왔다.

실종자 가족은 정 회장을 향해 “벌써 일주일 허송세월이 지났다” “실종자 구조작업에서 손을 떼라” “우리한테 고개 안 숙여도 되고 실종자를 찾아와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HDC현대산업개발에 대한 제재 수위와 관련해 “조사 결과에 따라 합당한 처벌이 내려져야 할 텐데 한 번도 아니고 반복적으로 큰 사고를 냈다”며 “법이 규정한 가장 강한 페널티(처벌)가 주어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노 장관은 “등록 말소는 시장에서 완전히 퇴출당하는 것을 의미하고, 영업정지를 당하면 수주 활동을 못 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르면 부실시공 업체는 건설업 등록 말소나 1년 이내의 영업정지 처분을 받게 된다. 노 장관은 “성수대교 붕괴사고 당시 딱 한 번 등록말소가 적용된 적이 있고, 이후에는 쌓인 판례가 없다”며 “법리상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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