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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소 노출 안되고 싸니까…편의점 택배 주고객은 2030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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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CU 편의점의 자체 택배인 ‘CU끼리’를 이용하는 수요가 늘고 있다. [사진 BGF리테일]

CU 편의점의 자체 택배인 ‘CU끼리’를 이용하는 수요가 늘고 있다. [사진 BGF리테일]

직장인 서모(31)씨는 요즘 택배를 집에서 받지 않는다. 주문한 물건은 집 앞 편의점으로 보내게 하고 퇴근하면서 찾아 간다. 서씨가 배송지를 편의점으로 하는 것은 안전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1인 가구라 집 주소가 노출되는 것이 불안해서다.

택배 분실 걱정도 덜었다. 서씨는 “원룸이라 따로 택배를 보관할 곳이 없어 현관 앞에 두는데 몇 번 잃어버린 적도 있다”며 “물건 보낼 일이 있을 때도 택배 운임이 싸서 집 앞 편의점을 이용한다”고 말했다.

‘편의점끼리’ 배송하는 편의점 자체 택배 시장이 커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 쇼핑 수요가 크게 늘면서 택배 의존성이 커진 영향이 크다. 안전을 위해 개인 주소 공개를 꺼리는 문화와 저렴한 운임이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BGF리테일에 따르면 CU 편의점에서 CU 편의점으로 배송하는 자체 택배 성장세가 가파르다. 지난해 CU 자체 택배인 ‘CU끼리’ 이용 건수는 전년보다 616.8% 늘었다. 일 년 새 7배로 성장했다. GS25의 자체 택배인 ‘반값 택배’ 거래량도 확 늘었다. 지난해 자체 택배 거래 건수는 603만건으로, 전년(148만건)보다 4배로 성장했다.

편의점 택배는 크게 일반 택배와 자체 택배로 나뉜다. 일반 택배는 발송지가 편의점이지만, 배송은 택배사가 맡는다. 최근 크게 성장하는 택배는 편의점이 직접 배송까지 담당하는 자체 택배다.

자체 택배는 많은 물량을 한 곳에 배송하기 때문에 운임을 낮출 수 있다. 같은 무게의 택배를, 같은 편의점에서 배송하더라도 자체 택배의 운임이 일반 택배보다 싼 이유다. CU에서 다른 지역 CU로 택배(1㎏ 이하)를 보내면 운임이 1600원이지만, 일반 택배를 이용하면 거리에 따라 2900~4400원을 내야 한다. 더 무거운 택배(5㎏ 이하)도 CU끼리를 이용하면 2400원, 일반 택배는 4400~5900원이다. 대신 기간은 2~3일로 일반 택배보다 오래 걸린다.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이유는 자체 물류 시스템 때문이다. GS25의 경우 자체 택배 물량을 평소 삼각김밥을 배송하는 택배 기사들이 함께 소화한다. 하루 두 번 삼각김밥을 납품하면서 택배 물량을 수거해 물류센터로 가져가면 다른 지역 편의점에 삼각김밥을 배송하는 택배 기사가 해당 편의점으로 택배 물량을 옮긴다.

편의점 택배는 택배 관련 범죄를 우려하는 20~30대 여성 이용자 사이에서 특히 인기다. 지난해 GS25 반값 택배 이용자의 79%가 여성이다. 연령대는 20대가 44%, 30대가 36%다.

중고 거래가 늘어난 것도 편의점 자체 택배의 호재가 됐다. 서로 모르는 개인 간 거래가 늘지만 집 주소 노출은 꺼리기 때문이다. CU 관계자는 “급하게 다음날 받아야 하는 물건이 아니면 2~3일 걸려도 싼 가격에 배송하려는 젊은 층이 편의점 자체 택배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실제 편의점 자체 택배를 이용하는 수요는 20~30대가 많다. 지난해 CU끼리 이용자의 68.3%가 20~30대다. 20대가 32.8%, 30대가 35.5%, 40대가 20.7%, 50대 이상이 6.4%를 차지했다. 김도윤 BGF리테일 서비스플랫폼팀 담당(MD)은 “택배 업계가 파업, 가격 인상 등으로 술렁이면서 편의점 자체 택배를 찾는 수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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