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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신한은행, 지분 맞교환 ‘9000억 디지털 혈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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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KT와 신한은행이 약 9000억원 규모의 혈맹을 맺었다. 약 4375억원의 상대 회사 지분을 맞교환하면서다.

KT와 신한은행은 17일 미래성장 디지털전환(DX) 사업협력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각각 4375억원씩을 들여 상대방 지분도 사들였다. 다만 KT는 신한은행이 비상장사인 점을 고려해 신한금융지주 지분을 취득한다.

이로써 KT가 보유하는 신한금융지주회사 지분율은 2.1%가 됐다. 신한은행도 NTT도코모가 보유했던 KT 지분을 같은 액수의 규모로 취득하며 5.48%의 지분을 확보했다.

KT와 신한은행의 지분 교환은 디지털 중심으로 재편되는 시장 환경에 살아남기 위해서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강력한 플랫폼을 앞세운 빅테크 기업들은 일찌감치 경쟁에서 앞서가고 있다. 두 회사는 KT가 가진 인공지능(AI)기술과 신한은행의 금융 데이터를 합해 새로운 시너지를 노리고 있다. KT 관계자는 “이미 두 회사는 지난해 9월 미래금융 디지털전환(DX) 사업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맺으며 협력을 시작했다”며 “향후 합작 사업의 지속을 위해 지분교환의 형식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KT는 2020년 구현모 대표 취임 후 기술 기업으로 변신 중이다. 구 대표는 2020년 10월 기자회견에서 “KT 사명의 T를 텔레콤(통신)이 아닌 테크 등으로 해석해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후 통신 이외의 분야에서 꾸준히 투자처를 물색했다.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IDC), 클라우드, 디지털 전환(DX)분야가 대표적이다.

신한은행도 기술 파트너가 필요했다. 신한의 디지털 전환은 크게 두 가지 축이다. 하나는 기존 금융업의 경쟁력 강화다. AI 은행원과 디지털 기기로 대표되는 무인화·자동화의 흐름이다. 또 하나는 금융업 이외 디지털 플랫폼 구축이다. 지난 14일 신한은행이 자체 배달앱 ‘땡겨요’ 서비스를 시작한 배경이다.

두 회사는 AI, 메타버스, 대체불가토큰(NFT), 빅데이터, 로봇 등의 영역에서 23개 공동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최근 ICT 업계에선 지분 교환을 통한 혈맹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2019년 SK텔레콤과 카카오는 약 3000억원 규모의 지분을 교환하고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두 회사는 이후 통신·전자상거래·디지털 콘텐츠·미래ICT(정보통신기술) 등의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다. 지난해엔 네이버와 이마트가 2500억원 규모의 지분을 교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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