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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새해 네번째 미사일 시위…남쪽으로 쏘면 계룡대 사정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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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지 사흘 만인 17일 또 다시 동해상에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2발을 발사했다. 이날 서울역에서 한 군인이 관련 뉴스를 지켜보고 있다. [뉴스1]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지 사흘 만인 17일 또 다시 동해상에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2발을 발사했다. 이날 서울역에서 한 군인이 관련 뉴스를 지켜보고 있다. [뉴스1]

북한이 이번엔 평양 순안비행장에서 새해 들어 네 번째 미사일 시위를 했다. 군 당국에 따르면 17일 북한이 쏜 단거리 탄도미사일 두 발은 약 42㎞ 고도로 380㎞를 날아가 동해상 표적을 겨냥했다. 만일 남쪽으로 발사했다면 육·해·공군 본부가 있는 계룡대까지 닿는 거리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미사일은 이날 오전 8시50분부터 4분 간격으로 발사됐다. 미사일의 최대 속도는 마하5 정도였다. 합참 관계자는 “북한군은 현재 동계훈련 중”이라며 “동해상 표적을 선정해 정밀도를 향상하고 연속 발사 성능 점검 등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발사 표적에 대해선 지난 14일 북한이 열차형 미사일로 명중시켰다며 사진까지 공개했던 함경북도 길주군 무수단리 앞바다의 무인도 ‘알섬’이 거론된다. 당시 북한은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을 열차형 발사대에서 쐈다.

특히 순안비행장은 2017년 8월 북한이 화성-12형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했던 곳이다. 당시 이 미사일은 최대 고도 550㎞로 2700㎞ 정도를 비행하며 일본 홋카이도 상공을 통과해 북태평양 공해상에 도달했다. 개활지인 순안비행장은 한·미의 탐지가 상대적으로 용이하다는 점에서 2017년과 마찬가지로 대외 시위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문 대통령 “안정적 관리에 만전을”

중동을 순방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국가안보실장을 중심으로 한반도 상황의 안정적 관리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아랍에미리트(UAE) 현지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 상황을 보고받은 뒤 이같이 언급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에서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지난 14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당시 순방에 동행할 예정이던 서훈 국가안보실장을 국내에 남도록 했다.

북한 새해 미사일 발사 일지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북한 새해 미사일 발사 일지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번 미사일의 비행 특성을 고려할 때 ‘북한판 에이태큼스’로 불리는 단거리 전술 지대지미사일 KN-24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비행 패턴을 볼 때 KN-24로 보인다”며 “만약 KN-24라면 (2019년 8월 첫 시험발사 이후) 이번이 네 번째 시험발사(총 8발)이며 이미 전력화된 상태에서 전술 훈련의 일환으로 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저고도 활공 도약형인 KN-23과 달리 KN-24는 일반 탄도미사일처럼 전형적인 포물선 형태로 비행한다. 최고 고도가 낮기 때문에 탐지·추적·요격이 어려우며 재래식 탄두는 물론 전술핵까지 탑재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전 교수는 “발사 간격이 16분→15분→5분→4분으로 짧아진 것을 보면 그만큼 안정화됐고 기동성이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은

김정은

일각에선 북한이 이번에도 KN-23을 쐈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북한이 지난 14일에 이어 사흘 간격으로 KN-23을 다시 시험발사해 연속 발사 시간을 단축하고 훈련 및 검열 활동을 했을 수 있다”고 짚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더욱 잦아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북한은 새해 들어 향후 협상에 대비해 몸값을 올리는 다양한 무기 체계 시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다음 단계에선 순항미사일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테스트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베이징 겨울올림픽이 열리는 2월엔 중국의 입장을 고려해 자제할 테지만 3월 대선 직후 한·미 연합훈련이 재개되면 강도 높게 도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최근 중국과 한국·미국을 향해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중국을 향해선 24개월간의 코로나19 셀프 봉쇄를 풀고 열차를 보내며 구원의 손길을 내미는 반면 한·미를 향해선 연신 미사일을 쏘며 무력시위를 하고 있다.

북, 단둥으로 화물열차 또 보내

북한은 이날 중국 단둥역으로 화물 열차를 또 보냈다. 지난 16일 보낸 화물열차에는 의약품과 긴급 구호품을 싣고 돌아갔다. 정유석 IBK경제연구소 북한경제연구팀 연구위원은 “북한이 중국의 뒷배 역할을 강조하면서 장기전에 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과 한국을 동시에 압박하겠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미국을 향해 ‘대화와 대결 가운데 양자택일을 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최근 바이든 행정부의 추가 대북 제재에 추가 미사일 발사로 맞받아치고 있는 일종의 ‘강대강 전략’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에 우호적인 중국에 대해서는 ‘선대선’의 관계를 유지하겠지만, 북한에 적대적인 미국에 대해선 당분간 ‘강대강’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국방력 증강을 통해 향후 협상에서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의도라는 지적도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북한은 한·미가 비핵화를 요구할 수 없을 정도로 핵 능력을 고도화해 향후 제한적 핵 군축 협상을 유도하려 한다”며 “군축은 사실상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이 전제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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