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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올드보이도 뭉쳐야 산다… KTㆍ신한은행 9000억 디지털 혈맹

중앙일보

입력 2022.01.17 18:34

업데이트 2022.01.18 11:36

17일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에서 열린 'KT-신한은행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식'에서 기념 촬영하는 박종욱 KT 경영기획부문장 사장(오른쪽)과 진옥동 신한은행 행장. [사진 KT]

17일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에서 열린 'KT-신한은행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식'에서 기념 촬영하는 박종욱 KT 경영기획부문장 사장(오른쪽)과 진옥동 신한은행 행장. [사진 KT]

KT와 신한은행이 약 9000억 원 규모의 혈맹을 맺었다. 약 4375억원의 상대 회사 지분을 맞교환하면서다. 통신과 금융을 대표하는 두 회사가 왜 피를 섞었을까.

무슨 일이야

KT와 신한은행은 17일 미래성장 디지털전환(DX) 사업협력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각각 4375억원씩을 들여 상대방 지분도 사들였다. 다만 KT는 신한은행이 비상장사인 점을 고려해 신한금융지주 지분을 취득한다. 이로써 KT가 보유하는 신한금융지주회사 지분율은 2.1%가 됐다. 신한은행도 NTT도코모가 보유했던 KT 지분을 같은 액수의 규모로 취득하며 5.48%의 지분을 확보했다.

이게 왜 중요해

KT와 신한은행의 지분 교환은 디지털 중심으로 재편되는 시장 환경에 살아남기 위한 것이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강력한 플랫폼을 앞세운 빅테크 기업들은 일찌감치 경쟁에서 앞서가고 있다. ‘전통의 강자’인 KT와 신한은행으로선 업의 경계를 넘는 동맹으로라도 빅테크에 뺏긴 주도권을 되찾고 싶다. 두 회사는 KT가 가진 AI 기술과 신한은행의 금융 데이터를 합해 새로운 시너지를 노리고 있다. KT 관계자는 ”이미 두 회사는 지난해 9월 미래금융 디지털전환(DX) 사업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를 맺으며 협력을 시작했다”며 “향후 합작 사업의 지속을 위해 지분교환의 형식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KT는 왜?

● KT는 2020년 구현모 대표 취임 후 기술 기업으로 변신 중이다. 구 대표는 2020년 10월 기자회견에서 “KT 사명의 T를 텔레콤(통신)이 아닌 테크 등으로 해석해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후 통신 이외의 분야에서 꾸준히 투자처를 물색했다.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IDC), 클라우드, 디지털 전환(DX)분야가 대표적이다.
● 중요한 건 이러한 기술을 시장에 제대로 적용해 상품화할 수 있는가다. 방대한 고객 데이터를 확보하고, 실제 자신들의 기술을 적용해볼 시장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 구 대표는 꾸준히 자신들과 ‘핏이 맞는’ 디지털 파트너와의 지분 협력을 강조했다. 구 대표가 가장 대표적인 분야로 꼽은 게 금융이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KT의 사업 중 AI와 IDC, 클라우드, 디지털 전환(DX) 분야는 성장성이 높은 분야로 꼽는다”며 “KT로선 신한은행의 금융 노하우와 인프라를 결합해야 핀테크ㆍ플랫폼 분야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본 것”이라고 평가했다.

 KT가 3일 서울 광화문 사옥에서 구현모 대표와 최장복 노조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라이브 랜선 신년식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신년사하는 구현모 대표. [사진 KT]

KT가 3일 서울 광화문 사옥에서 구현모 대표와 최장복 노조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라이브 랜선 신년식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신년사하는 구현모 대표. [사진 KT]

신한은 왜?

신한은행도 기술 파트너가 필요했다. 신한의 디지털 전환은 크게 두 가지 축이다. 하나는 기존 금융업의 경쟁력 강화다. 인공지능(AI) 은행원과 디지털 기기로 대표되는 무인화ㆍ자동화의 흐름이다. 또 하나는 금융업 이외 디지털 플랫폼 구축이다. 지난 14일 신한은행이 자체 배달앱 ‘땡겨요’ 서비스를 시작한 배경이다. 금융 데이터 등 디지털 자산을 믿고 서비스를 시작하긴 했지만, 자산 가치를 극대화할기술적 역량은 아직 부족한 게 현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금융권에선 디지털 전환이 화두인데 이를 위해 미래에셋과 한국금융지주 등 증권사들은 이미 네이버ㆍ카카오 등 빅테크와 협업 중”이라며 “이런 움직임을 은행권에선 신한은행이 처음 시도하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14일 서울 광진구 로데오프라자 앞에서 열린 신한은행 배달앱 ‘땡겨요’ 공식 론칭 기념 행사에서 라이더 22명이 출시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뉴스1]

지난 14일 서울 광진구 로데오프라자 앞에서 열린 신한은행 배달앱 ‘땡겨요’ 공식 론칭 기념 행사에서 라이더 22명이 출시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뉴스1]

그래서 둘이 뭘 하는데?

두 회사는 AI, 메타버스, 대체불가토큰(NFT), 빅데이터, 로봇 등의 영역에서 23개 공동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미래금융 : 미래금융 DX 분야에서 KT의 AI 역량과 신한은행의 금융 데이터를 융합시킬 사업모델을 만들 계획이다. 예를 들어 신한은행은 AI 은행원이 고객을 응대하는 ‘디지로그’를 운영 중인데 KT의 AI, 로봇, 미디어월 등의 기술을 접목시킬 계획이다. KT도 신한은행의 금융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사의 AI콜센터 서비스인 AI컨택센터(AICC)를 발전시킬 계획이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소상공인을 위한 특화 통신ㆍ금융 융합 서비스도 개발한다.
서비스 플랫폼 : 메타버스 등 플랫폼 신사업을 통해 양사의 유통 포인트를 공동 발행하는 등 생활 밀착형 서비스를 만들 계획이다. KT의 상권정보를 접목해 차별화된 부동산 메타버스 플랫폼을 구축하거나, NFT 기반의 디지털자산 발행ㆍ거래 플랫폼을 구축하는 등의 사업도 검토하고 있다. 두 회사는 또한 협력을 통해 향후 본인신용정보관리업(마이데이터) 시장 선점을 위한 고객 유치에도 나설 계획이다.

시장에선 "글쎄, 아직은…"

두 회사의 협력에 대해 시장은 아직 큰 반응이 없다. 이날 KT 주가는 전날 대비 0.64%, 신한지주는 1.15% 하락했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위원은 “기존 협력안에서 더 나아간 구체적인 사업 계획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더 알면 좋은 것

최근 ICT 업계에선 지분 교환을 통한 혈맹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2019년 10월 SK텔레콤과 카카오는 약 3000억원 규모의 지분을 교환하고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두 회사는 이후 통신ㆍ전자상거래ㆍ디지털 콘텐츠ㆍ미래ICT(정보통신기술) 등의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다. 지난해엔 네이버와 이마트가 2500억원 규모의 지분을 교환했다.

각 회사가 부족한 부분을 메우면서도 실제 협력의 실행력을 키우기 위해선 서로의 주주가 되는 ‘혈맹’만큼 효과 좋은 게 없기 때문이다. 다만 상장사의 경우 혈맹 당사자들의 희비가 엇갈리기도 한다. 상대 혈맹의 주가 변동에 따라 주식 가치가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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