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아기 빼앗아 오븐에…" 43년간 찾았다, 750명 생존자

중앙일보

입력 2022.01.17 17:10

업데이트 2022.01.17 18:20

수십년 간 아우슈비츠 수용소 생존자들을 찾아다니며 이야기를 기록한 독일인 알윈 마이어(72). 그의 책 ‘당신의 이름을 잊지 마세요’가 오는 21일 첫 영어 번역본으로 출간된다. [유튜브 캡처]

수십년 간 아우슈비츠 수용소 생존자들을 찾아다니며 이야기를 기록한 독일인 알윈 마이어(72). 그의 책 ‘당신의 이름을 잊지 마세요’가 오는 21일 첫 영어 번역본으로 출간된다. [유튜브 캡처]

악명 높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한 유대인 생존자는 1972년 어느 날, 뜻밖의 손님을 맞았다.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라며 온 독일인 젊은이, 알윈 메이어였다. 당시 22세였던 독일 청년 메이어는 왜 생존자들의 문을 두드렸을까. 그것도 4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생존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아픈 역사를 기억하기 위해서였다. 그의 작업은 오는 21일 『당신의 이름을 잊지 마세요』(Never Forget Your Name)라는 제목을 달고 영어 번역본으로도 출간된다. 뉴욕타임스(NYT)가 16일(현지시간), 올해 72세가 된 메이어의 사연을 소개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수감된 미성년자는 최소 23만2000명. 그곳에서 살아남은 아이들은 750명이다. 메이어는 이 삭막한 숫자에 그들의 이야기를 담아 역사를 완성했다.

생존자들을 만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어떤 생존자들은 "독일인과는 상종도 하기 싫다"며 문전박대를 했다. 몇 시간, 때론 몇 년을 들여 신뢰를 쌓은 뒤 겨우 만날 수 있었던 생존자들도 여럿이었다. 메이어는 NYT에 “1970년대 그들이 젊은 독일인에게 문을 열어준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43년간 아우슈비츠 생존자 찾아 기록한 이야기 

아우슈비츠 [중앙포토]

아우슈비츠 [중앙포토]
아우슈비츠 [중앙포토]

메이어는 1972년 집단수용소를 방문한 뒤 ‘아우슈비츠의 아이들’에게 관심을 갖게 됐다. 그곳에서 만난 아우슈비츠 생존자 타데우스 지만스키와 이야기를 나누면서다. 지만스키는 아우슈비츠에서 다른 수용소로 이감됐다가 극적으로 탈출해 살아남았다. 그에게 수용소 생활을 세세하게 묻고 또 물었다는 메이어는 “어디서도 들어보지 못한 놀라운 이야기였다”고 했다. 그는 그곳에서 아이들이 겪은 일을 더 깊이 알고 싶어 서점을 찾았지만, 어떤 언어로도 그에 관한 책은 없었다.

그렇게 시작한 메이어의 기록은 26년 만에 책 『아우슈비츠의 아이들』로 완성됐다. 16살 때 아우슈비츠에 갇혔던 차나 마르코비츠의 이야기도 여기에 소개됐다. 마르코비츠는 수용소 주치의 조세프 멩겔레의 호출로 가스실로 끌려가는 엄마를 붙잡다가 멩겔레 박사에게 붙잡혀 내동댕이쳐졌다. 엄마를 구하지 못한 죄책감에 평생 시달린 그는 “노동을 할 수 없는 사람은 누구나 존재할 권리가 없었다”고 했다. 영유아는 대부분 수용소에 도착하자마자 가스실로 보내졌고, 나치군은 아이를 안고 있는 엄마에게 가스를 뿌렸다. 1943년까지 아우슈비츠에서 태어난 신생아는 바로 살해됐다. 임신한 여성은 낙태에 동의해야만 살 수 있었다.

6살 소녀에 약물 주입, 엄마에게 아기 빼앗아 오븐에  

수십년 간 아우슈비츠 수용소 생존자들을 찾아다니며 이야기를 기록한 독일인 알윈 마이어(72)가 2015년 출간한 책 ‘당신의 이름을 잊지 마세요’가 오는 21일 첫 영어 번역본으로 출간된다. [인스타그램 캡처]

수십년 간 아우슈비츠 수용소 생존자들을 찾아다니며 이야기를 기록한 독일인 알윈 마이어(72)가 2015년 출간한 책 ‘당신의 이름을 잊지 마세요’가 오는 21일 첫 영어 번역본으로 출간된다. [인스타그램 캡처]

이 책은 독일에서 큰 화제가 됐지만, 메이어는 기록을 멈추지 않았다. “생존자 중 한 명이 나에게 이야기를 해주기로 결심한 건 내가 그들이 누구인지를 궁금해했기 때문”이라는 말을 듣고서다. 그는 “사람들은 (희생자들이 누구인지가 아니라) 아우슈비츠에서의 겪은 일에 관심을 가졌다”며 “평범한 가정이 전쟁 속에 어떻게 파괴됐고, 살아남은 이들은 다시 살기 위해 어떻게 몸부림쳤는지, 그들이 어떤 사람인지를 다시 써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물이 지난 2015년 독일어로 출간된 『당신의 이름을 잊지 마세요』다.

이 책에 담긴 이야기 둘. 두 살 때 아우슈비츠에서 구조돼 폴란드 가정에 입양된 콜라 클리맥지크는 친척의 장례식에서 이렇게 말했다. “누가 죽인 거예요?” 어린 그에게 ‘죽음’이란 곧 ‘살인’이었다. 차분한 음악을 배경으로 시신을 싸매서 관에 넣고 애도하는 장면도 낯설었다. 매일 봤던 널브러진 시신들과는 너무 달라서다. 올가 솔로몬은 첫 출산 때 “내 몸에서 뭐가 나올까”라는 불안에 시달렸다. 그는 아직도 6살이던 그에게 멩겔로가 주입한 주사약의 정체를 모른다. 출산과 함께 아우슈비츠에서 어린 아기를 엄마에게서 빼앗아 오븐에 던져 죽인 악몽도 다시 떠올랐다.

메이어는 사실 독일의 죄책감을 나 홀로 짊어질 특별한 이유가 없다. 그는 전쟁이 끝난 뒤 태어났고 그의 아버지가 나치 치하에서 군 복무를 했지만, 독일 남성은 누구나 군대에 가야 했던 시대였다. 핀란드에 주둔했던 아버지는 그러나 아들에게 전쟁에 관한 어떤 말도 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나치 희생자를 위한 봉사 단체에서 일하며 생계를 꾸렸다는 그는 “내가 아는 한 우리 가족은 범죄에 관여한 적은 없다”고 했다. 그래도 그는 죄책감이 독일인이라는 정체성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고백한다.

“과거를 직시해야 합니다. 그게 바로 (비극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유일한 방법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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