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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부 제재 완화" vs "제재 철저히 이행"...대선 주자 북핵 해법 온도 차

중앙일보

입력

북한이 새해 들어 연이어 미사일을 발사하며 긴장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여야 대선 후보들이 대북 정책을 비롯한 외교ㆍ안보 현안에 대해 서로 다른 해법을 내놓았다. 17일 공개된 전ㆍ현직 워싱턴 특파원 모임 '한미클럽' 인터뷰에서다.

李 "비핵화ㆍ제재완화 동시에" vs 尹 "철저히 제재 이행"

우선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 12일(현지시간) 출범 후 처음으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첫 대북 독자 제재를 가한 가운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최선의 해법은 조건부 제재완화, 즉 스냅백과 단계적 동시 행동"이라며 "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지키지 않을 시 즉각적인 제재 복원을 전제로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그에 상응하는 대북제재 완화 조치를 단계적으로 동시에 실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북한의 핵 포기 결심이 확실하게 설 때까지 국제사회와 공조해 대북 제재를 철저하게 이행해야 한다"며 "그 결과 북한이 핵 보유가 자신의 안보와 경제에 오히려 해가 된다고 느껴 스스로 비핵화의 길로 나아가도록 하는 것이 비핵화 전략의 기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북핵 문제의 실질적 진전이 없으면 남북 간 군사적 신뢰 구축도, 경제협력도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 연합뉴스 자료사진.

기존 남북, 북ㆍ미 합의 평가도 엇갈려

2018년 4·27 판문점 선언과 9ㆍ19 군사합의 등 기존의 남북 합의 및 북ㆍ미 싱가포르 공동 성명의 효용성과 계승 여부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이 후보는 "(2018년) 판문점선언, 북ㆍ미 싱가포르 공동성명은 불안정한 한반도 상황 안정화에 굉장히 중요한 합의"라며 "신뢰 회복과 (대화) 모멘텀 확보를 위해 남북 및 북ㆍ미 간 합의의 유지와 실천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윤 후보는 "남북 간 4ㆍ27 판문점 선언, 9월 평양공동선언, 9ㆍ19 군사합의 등은 북한의 비핵화 방안에 대한 구체적 언급 없이 남북 협력과 군사적 신뢰를 이야기하고 있어 형평성에 문제가 있는 정치적 선언으로 봐야 한다"며 "미ㆍ북 간 싱가포르 공동성명도 북한의 비핵화를 가볍게 취급했고, 과거 합의에 비해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아무리 정상 간 합의 사항이라도 북한이 지킬 의사가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기존의 남북 간 합의를 앞으로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는 북한의 태도, 한반도 정세, 국민적 합의 등을 고려해 결정해야 할 것"이라며 유보적 입장을 밝혔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4ㆍ27 판문점 선언과 9ㆍ19 공동선언은 한반도 평화의 소중한 자산"이라며 "이 합의를 우리 정부가 파기하거나 폐기함으로써 평화와 안정을 스스로 부정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기존 북ㆍ미, 남북 간 합의는 정부와 관계없이 지속성을 가져야 한다"면서도 "관건은 합의 정신의 진정성 있는 이행"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후보들은 한국의 자체 핵 무장에 대해서는 모두 반대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 연합뉴스 자료사진.

"미ㆍ중 사이 전략적 모호성 안 먹혀"

차기 정부의 대중 전략과 관련해서 후보들은 기존의 '전략적 모호성' 전략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으며 국익 중심의 외교를 펼쳐야 한다는 데 원칙적으로 공감했지만 중국에 대한 대응 수위 등 각론으로 들어가면 미묘한 온도 차를 보였다.

이 후보는 미ㆍ중 전략경쟁 상황과 관련해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에 의존), 전략적 모호성 등과 같은 기존의 외교적 문법이 작동되지 않고 있다"며 "국익 중심의 실용적 선택을 해야 하고 결정은 외부가 아니라 우리가 한다는 원칙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한ㆍ중 수교 30주년을 계기로 시진핑 주석의 조속한 방한이 성사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윤 후보는 "전략적 모호성을 내세워 미ㆍ중 양쪽 모두로부터 불신을 초래하는 것은 전략적 패착"이라며 "한ㆍ미 동맹을 우리 외교의 중심축으로 하되, 중국과 관계를 상호 존중, 평화와 번영, 공동이익의 원칙에 따라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후보는 "중국과 상호 우호적인 관계 증진을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나가되, 중국의 일방주의에 의한 내정 간섭이나 국제사회 보편적 규범에 어긋나는 불합리한 행태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심 후보는 "중국과 사드로 인한 마찰은 현재 대부분 회복되었기 때문에 더 이상 내정 간섭이냐, 굴욕 외교냐는 논란은 벌일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약소국 정서를 동원해 미ㆍ중 갈등을 숙명으로 인식하고 우리가 누구 편을 들 것인가를 고민하는 모습은 스스로 비루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ㆍ일 관계에 대해 후보들은 과거사 문제는 정확히 짚고 가되 미래 지향적인 관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특히 이 후보, 윤 후보, 안 후보 모두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의 정신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선언에서 일본은 식민지배 역사를 사죄하고, 한국은 일본의 전후 평화복원 노력 등을 평가했다. 구체적인 한ㆍ일 관계 개선 방안에 대해서 이 후보는 '조건 없는 한ㆍ일 정상회담 추진', 윤 후보는 '2011년 이후 중단됐던 한ㆍ일 정상 간 셔틀 외교 복원' 등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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