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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츠랩]LG엔솔 청약하려는 당신, 이것도 좀 알고 투자하자

중앙일보

입력

단군 이래 최대일 뿐 아니라, 어쩌면 다시 없을 초대어.LG에너지솔루션 IPO를 두고 일찌감치 다들 이렇게 내다봤죠. 기관 수요예측에 1경원 넘는 돈(정확히는 1경5203조원)이 몰렸다는 기사, 보셨을 겁니다. 그래서 공모가는 상단인 30만원으로 정해졌군요. 오늘 앤츠랩은 ‘왜 이렇게 핫한가’보다는 ‘숨어있는 리스크는 혹시 없는가’에 좀더 초점을 맞춰 보겠습니다. 특별히 리스크가 커보여서는 절대 아니고요. 어차피 청약엔 나서실 거잖아요?(고민이라면 어떻게 해야 한 주라도 더 받을까 정도...) 기왕 그럴 거면 이런 것도 알고 투자하시라는 뜻입니다. 따상 기대감에 가슴은 뛰지만, 머리는 차갑게!

전기차용 배터리 이미지. 셔터스톡

전기차용 배터리 이미지. 셔터스톡

LG에너지솔루션(줄여서 LG엔솔). LG화학에서 떨어져 나온 배터리 회사이고,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전 세계 2위(1위는 중국 CATL 31.2%, LG엔솔 21.2%)이죠. 테슬라를 포함해 주요 완성차업체(폭스바겐·GM·아우디·현대차·포드·볼보·포르쉐)에 전기차용 리튬이온배터리를 납품합니다. 매출에선 유럽(48.9%) 비중이 높은 편.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점유율.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점유율.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전기차 시장이 얼~마나 커질지, 배터리 수요가 얼마나 가파르게 늘지는 이미 아실 테니 긴 설명 생략합니다. 아래 그래픽 참고하시고요.

리튬이온전지 수요 전망.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리튬이온전지 수요 전망.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따져볼 것은 LG엔솔이 이 시장에서 얼마나 선도적 지위를 유지해 나갈 것인가(기술과 생산능력 모두에서)입니다. 크게 두가지-어떤 배터리가 표준이 될 것인가 and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할 것인가-가 변수이죠. (물론 상장 며칠 안에 팔고 떠날 분들이야 관심 없으시겠지만...)

전기차용 배터리 산업, 보통 핫한 게 아닙니다. 너도나도 뛰어들어 공격적으로 공장을 증설하며 몸집을 불리고 있죠. 규모가 클수록 고정비용이 적게 들어 유리하기 때문이죠(규모의 경제).

LG에너지솔루션 파우치형 리튬이온 배터리. 사진 LG에너지솔루션 홈페이지 캡처

LG에너지솔루션 파우치형 리튬이온 배터리. 사진 LG에너지솔루션 홈페이지 캡처

LG엔솔은 그 중에서도 가장 앞서가는 곳 중 하나입니다. 2025년까지 미국에 공장 4개(GM과 합작법인 통해 3개+스텔란티스 합작법인 1개)를 짓고, 인도네시아(현대차와의 합작법인)에도 공장을 세우죠. 생산능력을 지금의 2.5배로 늘릴 계획(2021년 162GWh→2025년 418GWh). 중국 CATL(2025년 700GWh 계획)엔 못 미쳐도 국내 경쟁사(2025년 SK온 217GWh, 삼성SDI 238GWh)엔 두 배 수준.

LG엔솔이 승부를 건 지역은 미국입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바이 아메리카(자국산 구매)’ 정책을 강력하게 펼치고 있죠. 미국 공장 증설을 마치는 2025년이면 미국에서 팔리는 전기차 중 절반 가까이가 LG엔솔 배터리를 달고 다닐 거라는.

가장 큰 경쟁자 CATL은 독일에 공장을 짓고 있긴 하지만(2022년 가동 목표), 아직은 생산기지가 중국에만 있습니다. 미국 정부가 중국 배터리 업체를 꽤 견제하고 있기도 하고요. 그래서 권영수 LG엔솔 부회장은 “(CATL이) 글로벌 기업이 되려면 유럽과 미국 쪽에도 고객을 확보해야 할 텐데 만만하진 않을 것”이라며 시장점유율을 추월할 수 있다고 밝혔는데…(뒤에서 이어짐).

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

LG엔솔 공모주 청약에 기대가 쏠리는 데는 수급요인도 크죠. LG엔솔이 상장해도 당장 시장에서 사고 팔 수 있는 주식 물량은 전체의 10%도 안 됩니다. 최대주주 지분율이 높고, 기관투자자도 의무보유확약을 많이한 영향이죠. 그런데 당연히 주요 지수에 LG엔솔이 편입될 거고, EFT가 무조건 이를 담게 될 것은 예정된 일. 주식을 사야할 수요는 많은데, 팔릴 물량은 넉넉지 않으니…. 수요와 공급 곡선, 아시죠?

대신 최대주주인 LG화학(상장 후 지분율 81.84%)의 의무보유 기간이 6개월밖에 안 되는 건 좀 불안. 만약 6개월 뒤 LG화학이 지분을 대량 내다판다면?

그럼 다시 시야를 글로벌로 넓혀서 LG엔솔의 경쟁력을 따져볼게요. 기술력 자체야 의심할 바 없지만(특허 2만2800개) 이게 일단 문제입니다. 리튬인산철(LFP)배터리.

LG엔솔을 포함한 국내 배터리 3사 제품은 ‘삼원계 배터리’인데요. 리튬을 기반으로 3가지 원재료(‘니켈+코발트+망간’ 또는 ‘니켈+코발트+알루미늄)를 써서 만듭니다. 이와 달리 CATL을 포함한 중국 기업은 리튬인산철(LFP, 리튬+인산+철)배터리가 주력이죠.

사실 2020년까지만 해도 ‘리튬인산철배터리? 그거 싸구려잖아. 무겁고 오래 달리지도 못하는데’라며 국내에선 좀 무시(?)하는 경향이 있었는데요. 그게 그렇게만 볼 게 아니었단 말씀!

중국 최대 배터리 제조사 CATL의 전기차용 배터리셀. 사진 CATL

중국 최대 배터리 제조사 CATL의 전기차용 배터리셀. 사진 CATL

중국업체가 기술을 개발하면서 주행거리가 점점 길어지고 있고요. 무엇보다 니켈·코발트 가격이 지난해 급등하다보니 ‘값이 싸다’는 장점이 확연히 도드라진 것. 결정적으로 중국 판매용에만 LFP배터리를 쓰던 테슬라가 모든(전 지역) 보급형 모델에 다 이걸 쓰겠다고 하면서 분위기 반전.

물론 아직 LFP배터리는 보급형 차량 위주로 쓰일 거란 전망입니다(시장조사기관 BNEF). 하지만 LG엔솔이 슬그머니 리튬인산철 사업도 시작해서 우선 에너지저장장치(ESS)에 적용하겠다(2023년 예상)고 밝혔거든요(전기차 배터리 도입은 ‘검토’한다고). 배터리 표준을 둘러싼 전쟁(삼원계 VS. 리튬인산철)이 심상찮다는 뜻 아닐까요.

또 살짝 신경쓰이는 건 폭스바겐을 포함한 유럽 완성차 업계입니다. LG엔솔의 주요 고객인 이들이 직접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겠다며(배터리 내재화) 나섰는데요. 실제 폭스바겐은 스웨덴 스타트업 노스볼트와 협력해서 유럽에 공장 6개를 짓겠다고 하죠. 그리고 2021년 안에 배터리를 만들어 내겠다고 큰소리치다가, 간신히 지난해 12월 28일에야 첫 시제품이 나왔다고 자랑...(아직 시운전 중이고 진짜 생산은 빨라야 2022년 상반기 중)

노스볼트 홈페이지

노스볼트 홈페이지

간담회에서 권영수 LG엔솔 부회장은 “몇가지 측면에서 성공 가능성이 높을까 싶다(=높지 않다)”고 폭스바겐 계획을 깎아내렸는데요. 특허 장벽에 걸릴 거고, 규모도 그리 크게 키우기 어려울 거란 주장.

하지만 ‘유럽 배터리 대표’로 주목받으며 투자를 끌어모으고 있는 노스볼트를 우습게 볼 건 아닙니다. 당장 2-3년 안에 따라올 순 없겠지만, 경계할 대상.

LG엔솔의 성장 계획과 수급요인을 살폈을 때 공모가 기준인 ‘시총 70.2조원’은 그리 무겁지 않아 보입니다. ‘시총 100조’(=SK하이닉스 제치고 코스피 시총 2위)라는 증권사 전망도 꽤 현실적이고요. 하지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레이스는 아직 초반부. 가는 길에 의외의 복병과 장애물이 많을 수 있으니 장기투자를 생각한다면 꾸준한 공부는 필수입니다.

결론적으로 6개월 뒤:

소고기는 사먹을 수 있으려나…

이 기사는 17일 발행한 앤츠랩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건강한 주식 맛집, 앤츠랩을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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