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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도발하는 북한 눈 감는 한국, 모두 문제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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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넷플릭스 신작 돈룩업(Don't Look Up). 혜성이 지구를 강타할 것이란 과학자의 경고를 정치적 이익만 계산하는 대통령과 흥미만 쫒는 언론이 조롱하고 이용하면서 결국 지구는 종말을 맞게 된다는 블랙코미디다.

넷플릭스 신작 돈룩업(Don't Look Up). 혜성이 지구를 강타할 것이란 과학자의 경고를 정치적 이익만 계산하는 대통령과 흥미만 쫒는 언론이 조롱하고 이용하면서 결국 지구는 종말을 맞게 된다는 블랙코미디다.

극초음속 이어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국제사회 제재, 한국만 종전선언 매달려

북한이 새해 들어 보름 사이에 미사일로 세 차례나 도발했다. 지난 5일과 11일 각각 마하 5, 마하 10의 극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한 데 이어 14일 평북 의주 기지 열차에서 단거리 탄도미사일(KN-23)을 두 발 쏘고는 타격 장면까지 공개했다. 모두 한국과 미국의 요격망을 무력화시킨다는 점에서 우리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다.

새해 벽두 이어진 북한의 잇따른 도발에 국제사회는 분주히 움직였다. 미국·영국 등 6개국이 지난 10일(현지시간) 규탄 성명을 냈고, 이틀 뒤 미국은 독자 제재와 함께 안보리 차원의 추가 제재까지 요구하는 ‘쌍끌이 제재’ 카드로 강력한 메시지를 냈다.

하지만 정작 북한 핵무기를 지붕 위에 얹고 사는 한국 정부는 애써 눈감는 기색이 역력하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어 유감을 표하면서도 ‘도발’이란 말조차도 쓰지 않았다. “의도를 분석해 보겠다” “종전선언이 더 절실해졌다”(11일 청와대 인사) 등 맥락 없는 말만 나열했다.

정부는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간 통화를 정리해 15일 보도자료를 냈다. 국무부 자료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가 복수의 유엔 안보리 결의에 위배된다는 점을 규탄했다”고 돼 있지만 한국 자료엔 이런 내용도, 도발·위협 등의 표현도, 일체의 규탄 내용도 없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 방안에 대해 협의했다”만 강조됐다.

상황이 이러니 최근 넷플릭스 영화 ‘돈 룩 업(Don’t Look Up)’의 현실판 같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돈 룩 업’은 에베레스트만 한 혜성이 6개월 뒤 지구와 충돌한다는 과학자의 경고를 선거에만 목맨 대통령과 그 지지자, 흥미만 좇는 언론이 ‘돈 룩 업(하늘을 쳐다보지 마)’ 캠페인으로 과학자를 조롱하고, 사람들은 결국 혜성이 하늘에 나타나고서야 현실을 깨닫는다는 영화다. 공교롭게도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1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우려한다”면서도 “대선을 앞둔 시기”라는 점을 굳이 언급해 “여당에 악영향을 미치니 문제라는 거냐”는 비판을 받았다. 위협을 위협으로 보려 하지 않고, ‘기승전-종전선언’인 한국 정부를 국제사회는 어떻게 보겠나.

북한이 코로나19 우려로 2년간 닫았던 북·중 국경 화물열차 운행을 16일 재개했다고 한다. 오미크론 확산세에도 빗장을 연 건 경제 상황이 심각하다는 방증일 터다. 유엔이 북한에 백신 6000만 회분 지원을 제안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그 자체로 위협이다. 동시에 도발로 관심을 끌고 협상 판을 키우는 수십 년간 반복한 벼랑끝 전술의 일환이다. 이런 초식은 인민의 삶만 피폐하게 할 뿐이란 점을 직시하고 정상적인 대화에 나올 것을 북한 당국에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