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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아파트, 2주 해야할 콘크리트 타설 6일만에 끝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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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실종자 5명과 사망자 1명이 발생한 광주 아파트 붕괴사고 구간에서 짧게는 5일 만에 1개 층 타설 작업을 마쳤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사실은 16일 중앙일보가 입수한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붕괴사고 아파트 ‘건물 201동 타설일지’에 나와 있다. 또 일부 층은 콘크리트 강도를 확보하기 어려운 우천 중에 타설 작업을 진행한 정황이 드러났다.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붕괴 사고 엿새째인 16일 사고 발생한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23층과 24층에서 붕괴 시 떨어진 낙하방지 철 구조물을 제거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붕괴 사고 엿새째인 16일 사고 발생한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23층과 24층에서 붕괴 시 떨어진 낙하방지 철 구조물을 제거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11일 오후 3시 47분쯤 이 아파트 건물 39층 높이에서 콘크리트 타설 작업 도중 23~38층 구간이 붕괴했다. 해당 타설일지에는 사고 건물 23~38층 콘크리트 양생·타설 작업 기간이 기재돼 있다. 기간이 가장 짧은 곳은 30층으로, 지난해 10월 19~23일, 5일 만에 타설 작업을 끝냈다. 35~38층 5개 층도 짧게는 6일에서 10일 정도에 타설 작업을 마친 것으로 확인됐다. 한파 속에 콘크리트 양생 기간이 충분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 부분이 건물 붕괴 원인을 규명하는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겨울철에는 양생 기간 2주가량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앞서 현대산업개발은 “콘크리트의 타설·양생 기간이 충분하지 않은 등 부실시공됐다”는 의혹에 “사고가 난 201동 건물은 최소 12일부터 18일까지 충분한 타설 기간을 거쳤다”고 해명했다.

광주 아파트 붕괴 원인 분석

광주 아파트 붕괴 원인 분석

붕괴 건물에 적용된 RCS(레일 일체형·Rail Climbing System) 공법은 3개 층에 대형 거푸집을 설치하고 하층부 콘크리트가 굳으면 그대로 콘크리트를 부어나가며 층수를 올리는 방식이다. 타설일지를 보면 붕괴 구간 중 맨 아래인 23층은 19일간 타설 작업을 거쳐 지난해 8월 23일 작업이 완료됐다. 24층은 지난해 9월 7일까지 15일간 작업했다.

양생 기간이 충분해 보이지만, 23층을 작업한 19일 중 11일간 광주에 비가 내렸다. 지난해 8월 23일 강수량이 30㎜였고, 24층을 공사하던 11일간 최대 45.7㎜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중앙일보가 입수한 현장 영상에는 지난해 8월 2일 비가 오는 동안 레미콘 차량이 드나드는 모습이 담겨 있다. 영상을 촬영한 인근 주민은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레미콘 차량이 들어가 콘크리트를 붓고 나왔다”고 말했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 교수는 “장마철에도 천막을 치고 콘크리트 공사를 할 수는 있지만, 강도가 떨어질 위험성이 높다”며 “눈·비가 오는 중에는 콘크리트 공사를 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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