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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수 욕설' '7시간 통화' 공개 선관위‧법원 판단은..."공익성이 더 커"

중앙일보

입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이른바 '형수 욕설' 음성 파일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아내 김건희씨의 '7시간 통화' 음성 파일은 모두 사적 대화가 녹음된 것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 후보 측과 윤 후보 측은 이 파일을 선거전에 활용하는 건 공직선거법상 후보자비방죄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법원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양 후보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씨는 윤 후보자의 배우자로 국민적 관심이 큰 공적 인물이고, 이 후보 역시 대선 주자로서 검증을 받는 위치에 있는 만큼 해당 파일 공개에 대해 '공익성'이 크다고 본 것이다.

선거도장 이미지 컷. 사진 프리랜서 김성태

선거도장 이미지 컷. 사진 프리랜서 김성태

법원, “김건희 견해는 공적 관심 사안” 

공직선거법 251조는 후보자의 당선이나 낙선을 목적으로 사실을 적시해 후보자나 가족을 비방할 경우에 처벌한다. 이때 '비방'은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을 깎아내리거나 헐뜯는 것이라고 대법원은 보고 있다.

다만 이 조항에는 예외가 있다. 내용이 전체적으로 진실에 부합하고, 공익을 위해서 알렸다는 동기가 인정되면 처벌 대상에서 배제된다. 만약 공익과 사익을 동시에 추구한 경우, 꼭 공익이 사익보다 크지 않더라도 대법원은 공익적 목적을 인정해왔다. 형법상 명예훼손보다 공익성의 범위를 보다 넓게 인정하는 것이다.

서울서부지법 민사21부(박병태 수석부장판사)가 14일 김 씨의 '7시간 통화' 내용 중 대부분을 방송해도 된다고 본 이유도 이 때문이다. 재판부는 김 씨가 윤 후보의 배우자로서 국민적 관심을 받는 공적 인물이고, 김 씨의 견해는 공적 관심 사안이 맞다고 봤다. 김 씨의 견해는 사회의 여론 형성이나 공개 토론에 쓰일 수 있다는 취지다. 해당 파일 공개로 김 씨의 사생활이 일부 침해된다고 할지라도, 유권자의 적절한 투표권 행사를 위한 것이라는 공익적 동기를 인정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법원은 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의 '7시간 통화'내용 중 대부분을 방송해도 된다고 봤다. 김씨가 지난해 12월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허위경력 의혹 등에 대한 입장문 발표를 하는 모습. 뉴스1

법원은 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의 '7시간 통화'내용 중 대부분을 방송해도 된다고 봤다. 김씨가 지난해 12월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허위경력 의혹 등에 대한 입장문 발표를 하는 모습. 뉴스1

다만 재판부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등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한 내용은 방송을 금지했다. 김 씨가 앞으로 보장받을 수 있는 형사 절차상 진술거부권 등이 우선돼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 김 씨가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언론사 등에 대해 불만을 표한 내용 역시 방송을 금지했다. 이 경우 김 씨의 정치적 견해와 관련이 없어서, 유권자들의 투표권 행사에 필요한 내용이 아니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일상생활에서 지인들과 나눌 수 있는 대화에 불과하다고도 덧붙였다.

선관위, “‘욕설 파일’ 공개…후보자 자질 검증 공익적 동기” 

이런 판단은 선관위가 이 후보의 '형수 욕설' 파일을 두고 내린 결정과도 궤를 같이한다. 선관위는 지난해 12월, 이 후보의 욕설이 포함된 녹음파일의 원본을 그대로 트는 것만으로는 후보자비방죄로 볼 수 없다고 했다. '후보자의 자질 검증'이라는 측면에서 공익적인 동기를 인정할 수 있다는 취지다. 게다가 이미 파일이 널리 퍼져있는 만큼, 파일 자체를 그대로 재생하는 건 문제 삼을 수 없다고 봤다.

다만 '비방 목적' 만을 갖고 파일을 일부 편집했다면, 후보자비방죄가 성립할 여지가 남아 있다. 상대를 낙선시키겠다는 사적 이익이 결정적으로 중요한 동기가 되어 공적 이익이 극히 미미한 경우, 대법원은 후보자비방죄를 인정하기도 했다. 이때 법원은 표현 수단이나 내용 등을 전체적으로 심리한다.

선관위는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자의 '욕설 파일' 원본 공개에 대해 "후보자비방죄로 볼 수 없다"는 해석을 내렸다. 이 후보가 16일 오후 강원도 강릉시 중앙성남전통시장에서 열린 즉석 거리연설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스1

선관위는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자의 '욕설 파일' 원본 공개에 대해 "후보자비방죄로 볼 수 없다"는 해석을 내렸다. 이 후보가 16일 오후 강원도 강릉시 중앙성남전통시장에서 열린 즉석 거리연설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스1

한편 '형수 욕설' 파일은 명예훼손의 측면에서 문제 된 적이 있다. 2013년 이 파일을 처음으로 공개한 성남일보에 대해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 후보가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다. 2015년 1심 법원은 성남일보가 반론을 제대로 취재하지 않은 점, 파일을 1년 5개월간 갖고 있다가 선거가 임박한 시점에 공개한 점 등을 고려해 1500만원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성남일보 측은 공익을 위한 보도였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녹음파일의 게재 목적이 '오로지' 공익을 위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도 확정됐다.

하지만 형사 사건 결론은 달랐다. 2014년 성남일보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수사하던 검찰은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 공익을 위해 공개한 것이라고 보고 비방 목적을 인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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