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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비 와도 콘크리트 부었다"…2주 필요한 타설 '엿새 뚝딱'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붕괴 전층 타설일지 단독 입수 

실종자 5명과 사망자 1명이 발생한 아파트 붕괴사고 구간 중 23~34층도 최소 5일 만에 1개 층의 타설 공사를 완료한 것으로 확인되는 ‘붕괴구간 전층 타설일지’가 나왔다. 일부 붕괴 층은 콘크리트 강도를 확보하기 어려운 우천 중에 타설 작업을 진행한 의혹도 제기됐다.

16일 오전 광주시화정동 현대아이파크공사장에서 아파트 외벽무너지는 사고 발생한 현장에서 첫 희생자가 나온 입구를 더 넓히는 작업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16일 오전 광주시화정동 현대아이파크공사장에서 아파트 외벽무너지는 사고 발생한 현장에서 첫 희생자가 나온 입구를 더 넓히는 작업을 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16일 중앙일보가 입수한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붕괴사고 아파트 건물 ‘201동 타설일지’에는 23층부터 38층까지 콘크리트 양생·타설 작업 기간이 담겨 있다.

앞서 소방당국은 지난 11일 오후 3시 47분쯤 이곳 아파트 건물 39층 높이에서 콘크리트 타설 작업이 이뤄지던 중 23층부터 38층까지 붕괴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중 작업 시간이 가장 짧은 곳은 30층으로 지난해 10월 23일 5일의 공사 기간을 거쳐 타설 작업이 마무리됐다.

지난해 11월 23일부터 지난 1월 11일까지 35층부터 38층까지 공사도 5개 층을 6일~10일간 타설 작업을 마무리한 사실도 확인된다.

때문에 한파 속에 콘크리트 양생 기간을 충분히 거치지 않은 짧은 공사 기간이 건물 붕괴원인으로 작용했는지가 사고 원인 규명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겨울철에는 2주가량의 충분한 양생 기간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어서다.

전문가 “가을철 기준으로 관행적 공사”

광주 붕괴 아파트 전층 타설일지.

광주 붕괴 아파트 전층 타설일지.

이번에 공개된 타설일지를 보면 33층은 7일간의 양생기간을 거쳐 지난해 11월 16일 타설 완료됐다. 32층은 10일이 걸려 지난해 11월 9일 타설을 마쳤다. 31층은 지난해 10월 30일 7일의 양생을 거쳐 작업을 마쳤고 29층은 10일 동안 작업해 지난해 10월 18일 타설됐다.

28층과 27층도 6~7일 만에 1개 층이 완료됐다. 앞서 현대산업개발은 타설·양생 기간을 충분히 갖추지 않아 콘크리트 공사가 부실시공됐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사고가 난 201동 건물은 최소 12일부터 18일까지 충분한 타설 기간을 거쳤다”고 해명했었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 교수는 “상대적으로 나은 가을철 조건을 겨울철에 그대로 대입해 관행적으로 작업했다는 방증”이라며 “눈·비가 오는 와중에도 콘크리트 공사를 하면 안된다”고 설명했다.

“우천 중에도 콘크리트 공사” 영상

 16일 오전 광주광역시 화정동 신축 아파트 붕괴사고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23층과 24층에 남은 낙하방지 철구조물을 제거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16일 오전 광주광역시 화정동 신축 아파트 붕괴사고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23층과 24층에 남은 낙하방지 철구조물을 제거하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붕괴 건물에 적용된 RCS(레일 일체형·Rail Climbing System) 공법은 3개 층에 대형 거푸집을 설치하고 하층부 콘크리트가 굳으면 그대로 콘크리트를 부어나가면서 층수를 올리는 방식이다.

이번에 공개된 타설일지를 보면 마지막으로 붕괴된 23층은 19일의 작업 기간을 거쳐 지난해 8월 23일 타설이 완료됐다. 24층은 지난해 9월 7일까지 15일의 작업 기간을 거쳤다.

기간으로만 따져보면 충분한 양생 기간을 거친 것으로 보이지만, 23층이 작업 중이던 19일 중 11일 동안 광주에 비가 내린 것으로 확인된다. 23층에서 24층으로 작업이 넘어가는 8월 23일에는 30㎜의 강수량이 기록됐고 24층 공사 중에도 11일 동안 최대 45.7㎜의 강수량이 측정됐다.

16일 우천 중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했다는 의혹과 타설일지가 공개된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붕괴 아파트 23~24층 구간. 프리랜서 장정필

16일 우천 중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했다는 의혹과 타설일지가 공개된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붕괴 아파트 23~24층 구간. 프리랜서 장정필

실제로 중앙일보가 입수한 현대산업개발 공사현장 영상에서는 지난해 8월 2일 비가 오는 동안 콘크리트 타설 작업에 투입된 레미콘 차량이 공사현장을 드나드는 모습이 담겨있다.

해당 영상을 촬영한 공사장 인근 주민은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쉴 새 없이 공사장에 레미콘 차량이 들어가 콘크리트를 붓고 나왔다”면서 “콘크리트가 굳지 않는 날씨에 공사했는데 충분한 강도를 확보했겠느냐”고 말했다.

최 교수는 “비가 많이 오는 장마철에도 천막을 치고 콘크리트 공사를 할 수는 있지만, 강도가 떨어질 위험성이 높아 못한다”면서 “기온이 오르는 한여름이면 균열을 막고 강도를 높이려고 물을 뿌리는 작업도 하지만, 우천시 공사는 전혀 다른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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