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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파크 떠나라' 현수막까지···정몽규 23년만에 최대 위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지난해 6월 광주 철거건물 붕괴 사고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지난해 6월 광주 철거건물 붕괴 사고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1999년 회장 취임 이후 23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지난해 6월 광주 학동4구역 재개발 철거 작업 붕괴 사고에 이어 7개월 만에 광주 동구 화정동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가 일어나면서다.

광주 아파트 붕괴 사고 이후 현대사업개발의 아파트 브랜드명인 ‘아이파크’ 거부 움직임이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시공사 선정을 앞둔 재건축 단지인 안양시 동안구 관양동 현대아파트에는 현대산업개발의 재건축사업 참여를 반대하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보증금을 돌려줄 테니 제발 떠나주세요” “우리의 재산과 목숨을 현산에게 맡길 수 없다” 등의 문구가 적혀 있다. 기존에 시공권을 수주한 정비사업 단지에서도 계약 파기 요구가 잇따르는 등 ‘아이파크 보이콧’ 움직임이 광주를 넘어 전국으로 퍼지고 있다.

2021년 시공능력평가액 기준으로 건설업계 9위인 대형 건설사가 연이어 일으킨 ‘후진적 사고’에 국민적 공분도 크다.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여론도 거세지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경우 27일부터 시행돼, 이번 사고 관련 경영진에 대한 직접 처벌은 피할 전망이다. 하지만 현행법에 따라 영업정지 1년 등의 처분이 나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을 맡고 있는 서을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 모습. [뉴스1]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을 맡고 있는 서을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 모습. [뉴스1]

정몽규 회장의 책임론도 거세지고 있다. 정 회장은 학동 참사 직후에는 현장에서 직접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이번 사고 이후에는 공개석상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정 회장은 사고 발생 다음 날인 12일 광주 사고현장에 내려가 유병규 현산 대표 등과 사고 수습 방안 및 향후 대책 등을 논의했다. 이후 주말께 서울 자택으로 돌아와 거취 문제 관련 숙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정 회장이 조만간 대국민 사과와 더불어 본인의 거취와 관련한 입장을 발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경영인 체제 전환을 비롯해 회장 취임 23년 만에 경영 일선에서 퇴진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정 회장은 2018년 그룹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에서 물러났지만, 그룹 회장직을 유지하며 경영에 관여하고 있다.

정 회장은 1996년부터 98년까지 현대자동차 회장을 지냈다. 하지만 자동차의 경영권이 정몽구 회장에게 넘어가면서 고 정세영 현대차 명예회장과 정몽규 회장 부자는 1999년 3월 현대산업개발을 물려받았다. 사업 다각화를 시도하며 2019년 미래에셋대우와 함께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참여하면서 ‘모빌리티(mobility) 그룹으로의 도약’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했지만, 코로나 펜데믹으로 결국 인수를 포기했다. 하지만 정 회장의 이런 청사진으로 인해 모기업인 현대산업개발은 건설시장에서 퇴보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전대미문의 상황인 만큼 모든 가능성을 열고 사태수습을 위해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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