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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코비치 호주오픈 결국 못 뛴다..."소송 패소, 3년 입국 금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남자 테니스 세계 랭킹 1위 노박 조코비치(35·세르비아)가 호주 정부를 상대로 건 두 번째 비자 소송에서 패소했다. 17일 저녁(현지시간) 호주오픈 첫 경기를 앞두고 있던 조코비치는 올해 대회는 뛰지 못하게 됐다.

테니스 스타 노박 조코비치가 16일 법원 심리를 보기 위해 호주 멜버른 변호사 사무실로 향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테니스 스타 노박 조코비치가 16일 법원 심리를 보기 위해 호주 멜버른 변호사 사무실로 향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AP통신은 16일 "호주 법원이 조코비치가 호주 정부를 상대로 낸 비자 취소 불복 항소를 기각했다. 이번 판결에는 조코비치가 호주를 떠나는 것과 함께 앞으로 3년간의 입국 금지도 포함돼 있다"고 보도했다. 조코비치는 이날 오후 10시 30분 두바이행 비행기를 타고 호주를 떠났다.

알렉스 호크 호주 이민부 장관은 지난 14일 조코비치의 비자를 직권 취소하면서 "조코비치의 체류를 허용하면 백신 반대 정서를 조장할 수 있어 호주 사회에 건강상의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호주 정부는 조코비치가 지난달 코로나19 양성 판정 후 유소년 행사에 참석해 마스크 없이 사진을 찍고, '최근 2주 사이 다른 나라를 여행한 경험'을 묻는 호주 입국 신고서 항목에 '아니오'라고 허위로 대답했다는 사실 등을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진다.

CNN은 "호주 정부가 16일 심리에서 '조코비치는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무시하고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모습 등을 보여 공중 보건을 위협했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이에 맞서 조코비치 측은 "오히려 조코비치의 입국을 거부하는 것이 백신 반대론자들을 더욱 자극시킬 수 있다"고 피력했다.

호주 정부 "조코비치가 백신 반대 정서 조장"  

코로나19 백신을 맞지 않은 조코비치는 17일 개막하는 호주오픈 참가를 위해 호주로 왔다가 입국 거부 당했다. 지난 6일 호주 출입국 관리소는 백신 면제권 서류가 미비하다는 이유로 그의 입국 비자를 취소했다. 호주는 지난달 15일부터 12세 미만 어린이와 백신 면제권을 받은 사람 외에 백신 미접종자는 입국을 금하고 있다. 조코비치는 지난달 16일 코로나19 양성 반응이 나왔고 회복되면서 지난 1일 호주 내무부로부터 백신 면제권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조코비치는 1차 법적 대응에서 지난 10일 승소해 멜버른파크 테니스 코트에서 훈련을 시작했지만 호주 정부의 비자 재취소에 따라 다시 구금된 상태다.

5월 선거 앞둔 모리슨 총리, 조코비치 희생양 삼아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AFP=연합뉴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AFP=연합뉴스]

조코비치와 호주 정부의 비자 소송 공방전 저변에 스콧 모리슨 총리의 ‘방역 실패 책임 떠넘기기’가 깔려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근 들어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한 호주에서 오는 5월 총선을 앞두고 집권당이 의도적으로 ‘안티 백신’에 강경 자세를 과시한다는 분석이다.

호주 민영방송 채널7에 따르면 모리슨 총리가 이끄는 연립여당은 방역 실패 논란 등으로 오는 5월 총선에서 야당인 노동당에 완패할 위기에 몰려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 "일부 호주인들은 오는 5월 선거를 앞둔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의 정치적인 승부수라고 비판하고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발발 이래 강력한 봉쇄 정책을 펼쳐온 호주는 지난해 10월부터 방역을 완화하며 ‘위드 코로나’를 시도했지만 지난 14일 하루 동안 8만6000여명의 확진자가 나오는 등 1월 들어 감염이 급증하고 있다.

BBC는 “방역 실패로 지지율이 추락한 모리슨 총리가 총선을 앞두고 조코비치를 희생양으로 삼았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모리슨 총리가 코로나19 팬데믹 내내 방역 책임을 주 정부에 떠넘기려 했고, 이는 조코비치를 정치적인 희생양처럼 보이게 하는 데 일조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호주테니스협회는 "조코비치 백신 면제권에 대해 호주 정부, 호주오픈이 열리는 빅토리아 주정부와 계속 논의했고 승인을 받아 조코비치를 초청했다"고 전했다. 조코비치도 지난 4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당당하게 "호주 정부로부터 백신 면제를 받아서 떠난다"고 올렸다.

그런데 호주 내에서 조코비치 특혜 시비가 일자 선거를 앞두고 입지가 좁아진 모리슨 총리가 입장을 바꿨다는 분석이다.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은 14일 자신의 SNS에 "모리슨 총리는 왜 조코비치를 괴롭히나? 선거에서 승리하고 국민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이렇게 해야하는가"라고 일침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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