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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3월부터 모든 여학생 등교…남녀 교실 분리해 운용"

중앙일보

입력

탈레반 정권 대변인 자비훌라 무자히드가 15일(현지시간) AP 통신에 "3월 하순부터 전국의 모든 여학생에게 학교를 개방하겠다"고 밝혔다. [AP=연합뉴스]

탈레반 정권 대변인 자비훌라 무자히드가 15일(현지시간) AP 통신에 "3월 하순부터 전국의 모든 여학생에게 학교를 개방하겠다"고 밝혔다. [AP=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의 새 집권세력인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조직 탈레반이 오는 3월 모든 여학생에게 등교를 허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아프간 재장악 이후 말로만 여성 유화조치를 펴고 실제로는 탄압을 지속해 온 탈레반의 이번 발언이 현실화될지 주목된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정부 대변인 및 문화정보부 차관은 15일(현지시간) AP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슬람력 새해가 시작되는 3월 21일부터 전국의 모든 여학생을 위해 교실을 개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여학생과 남학생은 학교 내에서 완전히 분리된 채로 교육한다는 방침이다. 무자히드는 "여성 교육은 수용 능력의 문제"라며 여학생 교육을 위한 별도의 공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학생들이 머물 기숙사를 더 지을 예정"이라며 "인구 밀도가 높은 지역에서는 남녀 학생용 별도의 교실을 확보하는 것뿐 아니라 아예 건물을 따로 지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AP통신에 따르면 탈레반이 아프간을 재장악한 뒤부터 34개 주 가운데 24곳에서 7학년 이상 여학생은 공립학교에 다닐 수 없었다. 이에 무자히드는 "지방마다 여성 교육 정책이 불규칙했다"며 "새해까지 학교와 대학이 여학생들에게 개방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아프간 여학생들이 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는 모습. [AFP=연합뉴스]

지난해 11월 아프간 여학생들이 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는 모습. [AFP=연합뉴스]

이번 조치는 그간 국제사회가 지적해 온 아프간의 소수자와 여성 인권 침해 등 인도주의적 위기 상황을 해소함으로써, '정상 국가'로 인정받기 위한 행보의 일환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국제사회는 지난해 8월 재집권한 탈레반이 20년 전 이슬람 율법(샤리아)을 내세워 여성의 사회활동과 교육을 제한했던 시절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고 우려해왔다. 이번 대변인의 발언은 이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고 국제사회로부터 지지와 후원을 얻으려는 의도라는 것이 외신의 분석이다.

실제로 탈레반의 여성 인권 탄압은 최근에도 지속됐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 3일 탈레반은 따뜻한 물이 부족한 아프간 북부 발크와 헤라트 지역 여성들에게 공중 목욕탕 출입을 금지했다. 가디언은 "여성 인권을 탄압하고 기본권을 침해한 사례"라고 지적했다. 과거 탈레반 집권기에도 여성들의 공공 목욕탕 사용을 금지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무자히드는 "아프간 여성들은 보건·교육 분야와 카불국제공항 내 세관·여권 관리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며 여성의 사회진출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여성들이 정부 부처 등 공직에 복직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고 AP통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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